[상황]
독일에서 어느덧 10년 이상 산 남사장과 여사장.
독일에 살면 모든게 다 한국보다는 나을 거 같다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현실도 그러할까?
[남사장]
"사랑 웃기지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아마 요즘은 '원빈' 하면 라이즈의 원빈을 떠올릴텐데, 우리세대에서는 '원빈'하면 무조건 영화배우 원빈이다. 2000년에 방영된 드라마 <가을동화>는 송혜교, 송승헌과 함께 출연한 원빈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극 중 원빈이 송혜교에게 '얼마면 되니? 얼마면 될까? 얼마면 되겠냐?' 라고 했던 씬은 나처럼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 정도로 제대로 밈이 되었던 장면이다.
오늘의 주제는 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독일 한인 이민가정이 꼭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은 내용으로 한독 자녀 1인당 양육비용이 얼마면 되는지 살펴보자.
위 통계 자료에서는 대학생까지 포함이 되어 있는데 앞으로 나올 통계가 18세까지라 중고생까지만 계산을 하면 월 평균 76.9만원 즉 77만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18세까지 총액은 1억 6632만원(77만원 x 12개월 x 18년)이다. 예상 한 대로 인가?
이 자료도 한 번 보자.
2023년 베이징의 위와인구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자녀 1명을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양육 비용이 3억 6500만원이라고 보고 있다. 조사 기관이 달라 바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2억 차이가 난다니 신뢰성이 조금 떨어지는데,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가 52만 4000원이라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2023년도 자료가 좀 더 신뢰가 간다.
독일은 어떨까?
학비 무료, 병원비 무료 등으로 아이 키우는 것이 훨씬 수월한 것으로 알고 있는 독일의 상황을 한번 보자.
2018년 독일 연방통계청 (Statistische Bundesamt) 연구에 따르면 독일 전역에서 평균 소득이 있는 가구가 자녀 한명이 18세 될 때까지 들어가는 평균 비용은 월 763유로이다. 2018년 평균 환율인 1300원으로 계산해 보면 2억 1425만원 (763유로 x 1300원 x 12개월 x 18년)이다.
2021년 한국은 1억 7천만원이 필요하고, 2023년 한국은 3억 6500만원, 2018년 독일은 2억 1천만원. 2023년 독일 자료를 못 찾았는데 아마 올랐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통계는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처럼 무식하게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수치만 봐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독일이 확연하게 저렴할 줄 알았는데 왜 이러지? 학교도 무료, 병원도 무료, 뭐 복지 천국이라 돈 들어가는 곳 없는 것이 독일 아니었나? 아이 키우기 저렴하다고 하지 않았나?
나 역시 이민 초반에는 몰랐다가 직장에서 다른 독일 가정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딸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이 통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정서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임은 틀림없다. 경제적으로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양하게 시키다 보니 한국 아이들이 학원 갈 시간에 테니스, 골프, 승마, 악기, 발레 등 아주 다양한 활동을 하느라 생각보다 돈이 들어간다. 친환경 아이들 장난감은 나무 재질이고, 인체 무해하고 다 좋은데 가격은 비싸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들은 극강의 가성비 제품보다는 비싸고 좋은 제품이 많고, 선택지도 한국보다 다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사는 경우도 많다.
<독일 내 한인가정>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가족도 그렇지만 주변 한인가정들은 한식을 주로 먹기 때문에 식비가 저녁식사로 아이들에게 간단한 빵을 주는 독일 가정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문화예술 활동을 추가로 시키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과외도 시킨다. 다른 독일 가정처럼 방학 때마다 여행 가야 하고, 휴가를 좋은 곳에서 보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끼리 방학 어디서 보냈다고 이야기 하는데 내 자식 주눅들게 하고 싶지 않다. (집도 차도 마찬가지다.) 우리 스스로도 외국인이지만 독일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 하려고 시간과 돈과 노력을 더 쓴다. 그렇게 우리도 독일 평균 소득가정의 육아비용 혹은 그 이상을 소비한다.
독일 가정의 대부분은 맞벌이를 한다. 따라서 이야기를 할 때 한 가정의 평균 소득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1인 평균 소득이 2020년 기준 세전 3975 유로니깐 맞벌이의 경우 한달 8000유로로 연봉이 약 1억이 넘는다. 한인 가정도 이정도 벌면서 독일 평균 가정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 외벌이인데, 그렇다면 한명이 매달 8000유로 정도 벌어야 독일 평균 소득 가정의 삶과 비슷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왜 외벌이일까? 둘 다 일하면 세금 문제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2022년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1세 이하 자녀를 가진 부부는 67%가 맞벌이인 것을 봤을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집집마다 이유와 사정이 있을 것이고, 그 선택을 존중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 그들을 도와야 겠다.
<경단녀>
이 글에서 '경단녀'는 경력이 단절된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도 포함하는 의미로 독일 사회에서 경력이 단절된 사람을 의미함을 미리 밝힌다. 독일 내 이민가정을 보면 많은 경우 맞벌이보다 경단녀가 많다. 그들은 항상 경제적으로 부족함을 느끼지만 계속 경단녀로 남는다. 그들은 독일어가 부족하지도 않다. 고등교육은 전부 받았다. 석박사가 있을 정도. 사회 경험이 없는 경우는 있어도 사회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육아를 하는 분들을 보면 책임감과 가정을 위한 희생정신도 있다. 이런 인재가 되기 위해 매달 72만원씩 들여 성장했는데 이렇게 경단녀가 되는 것이 억울하지 않나?
그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다들 일하고 싶어 한다. 돈 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모른다며 행동하지 않는다. 이력서 한번 써보지 못하고 시간이 흐른다. 1년 뒤에도 1년 전, 2년 전과 같은 고민과 푸념을 늘어 놓는다. 몇 년이 더 흐르고 나면 나이 때문에 못한다고 한다.
<다시 사회로.>
경단녀가 다시 경제활동 또는 자신의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은 비단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72만원씩 매달 투자 받았던 것이라 생각하면 최소 1억 7천만원은 벌어야 본전이니 투자자인 부모님의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우리는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 한 육아맘을 취업시켰다. 은퇴한 어머님을 인스타 팔로워 5000명을 가진 그림 작가로 만들었다. 남편의 졸업과 취업만 기다리던 육아맘을 취업시켰다. 곧 셋째 출산을 앞 둔 엄마에게 패시브 인컴을 만들어 줬다. 이 모든 사례가 독일에서 만든 성과라면 믿어지는가?
집에 있기에 아까운 인재들이 너무 많다. 뭐가 되든 좋다. 겁먹지 말자. 도와주겠다. 당신은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여사장]
'공대 싱글남이 최고다!'
사업 초기 스페이스 x를 위해 인재를 찾던 일론 머스크가 남긴 말이다.
주 90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 퇴근 시간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없이 밤샘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
일론 머스크라는 천재 CEO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 가슴벅차 했겠지만,
얼마 못가 정말 심장에 무리가 올 정도로 빡세게 일을 시키는 그를 보면서 사실은 오래 버티는 사람이 그리 많이 않았다고 한다.
최근 일론 머스크는 인재를 뽑을 때 굉장히 신중하게 7-8시간의 심층 면접을 , 그것도 필요한 경우에는 여러번에 걸쳐서 심사숙고하여 진행한다고 하는데,
면접에서 반드시 하는 질문에는 어떤것이 있냐고 하는 기자의 질문에
I say, "Tell me the story of your life." And, the decisions that you made along the way and why you made them. 저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말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인생 여정에서 내린 결정과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고 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위의 질문에서 일론 머스크가 중요시 보려고 하는 역량은 바로 문제 해결 능력.
이를 다른 말로는 탁월함 이라고 한다.
실제로 문제를 스스로 극복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스스로 극복했다고 착각하는 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이라 짐작이 된다.
일론 머스크에 의하면 실제로 문제를 극복해 본 사람은 그 과정을 모두 매우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문제나 위기를 많이 극복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굉장히 많은데. 그런 경우 막상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게 될 때에, 디테일한 설명이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뱀의 머리가 되기를 원하고, 어떤 이들은 용의 꼬리가 되기를 원한다.
예전 직장 동료 선생님께서 나에게 어느쪽인지를 물으셨다.
나는 용의 꼬리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질문을 던지신 동료 선생님은 뱀의 머리가 되기를 원하셨다.
용의 꼬리가 어떤 의미로 통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어떤 무리에서 내가 최고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나보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거기서 최고가 되어 나아가는 그 긴장감이 좋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인재들과 일하기를 원한다.
내가 현재까지 실제로 본 (내 개인적인 기준에 87%이상 부합하는) 인재가 딱 2명이 있는데, 한 명은 실제로 일론 머스크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고, 나머지 한명은 전업주부, 다른 말로는 경단녀다.
일론 머스크가 원하는 잠 안자고 밤 낮 없이 일 하는 (싱글은 아니지만) 공대생은 남사장이고, 나머지 한 명은 뮌헨의 내 친구다. 남사장은 잠을 안 자고 일을 해서 일론 머스크의 인재상에는 플러스 이지만 내 기준에서는 마이너스. 마이너스 채점 기준은 아래에 언급된다.
회사나 기관마다 인재의 기준이 조금씩은 다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인재와 내가 생각하는 인재가 다르듯이. 일론 머스크가 인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
일론 머스크도 나도 자기 스스로를 닮은 인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일론은 사업 초창기 밤 낮 없이 일에 매달려 성과를 내야 했던 시기에는, 본인과 같이 밤 낮 없이 일해 줄 사람을 필요로 했고, 그것이 그의 당시 인재상이 되었다. 이제는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지속적인 발전을 실행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을 인재라고 칭하고 있다.
나의 경우에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일론 머스크의 인재상에 동의하지만. 밤 낮 없이 일하는 사람이라는 부분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행복하고 즐겁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건데,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인재가 잠을 안 자고 일만 하다가 나보다 빨리 죽어버리면 내가 너무 심심하잖아. 나의 인재는 오랫동안 튼튼하게 내 옆에서 함께 기능하며 작동하는 인간 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잠도 충분히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를 아낄 줄 알고 남을 존중하며 위기의 순간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오늘의 적을 내일의 친구로 맞이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는... 뭐 그 정도 ?
지금 집에서 육아 하면서 능력 숨기고 계시는 힘숨찐 휴머노이드 님들, 연락주세요. ㅎ 혹시 주변에 지금 육아 하면서 능력 애써 숨기고 사느라 고생하시는 휴머노이드 분들 알고 계시다면 저희 에그 비즈니스 다이어리 뉴스레터를 함께 공유해 주세요. ㅋ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