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장]
수요 없는 공급을 하지 말자!
지난 미팅에서 여사장이 드로우앤드류 강의 후기를 이야기하며 알려준 "기억해야 할 것들" 중 하나였는데, 이는 리서치를 통해 수요를 파악하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또는 우리 비즈니스에는 조금 다르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공급부터 하자!
유럽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EU 국가의 중심, 독일 취업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 나아가 글로벌 취업 전체를 다루고자 하는 우리의 프로젝트는 한국인들이 성공적으로 현지에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국내 취업시장이 어려워진 만큼 해외 취업시장을 고민하거나 이민을 준비하는 전문 인력들이 증가세에 있다는 점, 자녀 교육 문제나 워라밸과 복지 때문에 유럽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정보 부족이나 언어 때문에 진입장벽이 있다는 점 등 해외 취업에 대한 수요 조사와 문제점 분석은 확실하게 끝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대학생용, 이민 가정용, 경력자용, 문과/이과/예체능별 차별화된 전략 등 취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했다.
이제 이 상품을 알리고 팔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가 너무 순진하게 접근한 것 같다. 필요한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는 착각. 유럽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검색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상황. 90분 남짓의 무료 세미나만으로는 전혀 다른 취업시장과 제도, 전략을 설명하기엔 부족한 현실.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고 있지만, 글보다는 영상을, 긴 영상보다는 짧고 굵은 영상에 익숙한 상황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좀 더 공격적인 SNS 마케팅을 하기로 결정했다. 유튜브와 인스타를 시작하기로 한다. 아니, 요즘 사업을 하면서 유튜브와 인스타도 안 하고 사업을 했단 말인가? 싶겠지만, 시도를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024년 우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025년, 유튜브와 인스타를 시작한다!그냥 조용히 하면 되는데 이렇게 밝히는 것도 스스로 꾸준히 하기 위한 환경 설정이다.
[목표 설정]
먼저 이 글을 쓰는 2024년 12월 12일부터 2025년 1월 31일까지 50일간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했다.
- 구독자 100명
- 5,000 조회수 영상 1개
- 1원이라도 수익 창출
유튜브를 하기로 정한 첫날인 만큼 채널의 주제를 정하려 했다. 우리 비즈니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해외 취업 관련 주제로 할 것인가, 아니면 내 스스로를 브랜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노골적인 홍보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 진실성 있는 상호 소통과 연결이 나의 장점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꾸준히 할 수 있을 내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재미있는 주제를 감안하여 "나"로 정했다.
[채널 만들기]
일단 채널명을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랜덤 닉네임을 돌리다가 특정 단어를 우연히 보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이름을 찾았다. 세 글자로 할지 여섯 글자로 할지는 아직 못 정했지만, 마음은 세 글자가 좀 더 간결해서 끌린다.
채널 프로필과 배너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이디어만 있고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채널명보다 중요하다고 해서 고민 중인데, 오늘을 넘기기 전에 완성할 생각이다.
[영상]
숏폼이 대세이니, Shorts를 기반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일주일에 몇 개! 이렇게 정하지 않고, 내가 질리지 않을 범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영상에 들어가는 목소리를 내 목소리로 할지, AI로 할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시작은 내 목소리로 해볼까 한다.
첫 영상은 최대한 대중적인 주제를 찾았고, 몇 가지 후보가 있어 간단한 스크립트를 제작 중이다. 주말에 바로 촬영하여 업로드할 생각이다.
쇼츠 특성상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 간단명료하게 진행할 계획이고, 궁금증을 유발할 만한 화면을 사용하고자 한다. 1분 이내를 목표로 하기에, 경우에 따라 "빨리감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초반 몇 개 영상의 주제는 큰 카테고리에서 파생된 세부 내용을 다양하게 다뤄보면서 반응을 살필 예정이다.
그리하면 수요 있는 공급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여사장]
"어휴, 저분은 많이 힘들어 보이시는데요?"
(데스커 라운지의 주말 강연 중, 한 강연자분을 보고 느낀 감정이다.)
대구 데스커 라운지라는 곳에 처음으로 강연을 들으러 가 보았다. 부산에 계시는 독서모임 멤버분께서 정보를 공유해 주셔서 알게 된 곳인데, 나는 대세를 따르는 사람이므로 대형 유튜버 드로우앤드류의 토요일 저녁 강연을 신청했다. 나도 나름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드로우앤드류의 책도 사서 읽어보았기 때문에 이 사람의 강연을 실제로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분이라 그런지 슬라이드 준비라든가 유머러스한 진행, 깔끔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9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즐겁다고 느껴졌다.
강연 후, 인증샷도 찍고 싸인도 받았다! 후훗.
그리고 다음 날, 일요일. 부산에서 올라오시는 지인분을 뵈러 다시 대구 수성못으로 갔다.
데스커 라운지도 수성못에 위치하는데,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김에 그냥 현장 결제로 일요 강연도 들어보았다. 일요 강연자는 현재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유명한 박상영 작가라고 한다. 죄송하지만 독일에 살다 보니 가끔 유행에 뒤떨어지거나 한국의 트렌드를 모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작가분께서 직접 강연 중 말씀하셨듯, 작가라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기에, 말도 자연스레 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잘 쓰는 박상영 작가의 강연이 더 재미있어야 할 것 같은데, 왜 나는 드로우앤드류의 강연이 더 재미있다고 느꼈을까?
드로우앤드류 강연의 장점
- 본인의 팬덤과 수요를 정확히 파악 [유투브 활동 중 댓글로 파악된 팬덤과 니즈]
- 잘 준비된 간결하고 세련된 시각 자료 [본인의 강점을 활용 =미적 감각]
- 화자가 즐겁게 느낀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공감대 형성, 진실성이 느껴지는 화법]
- 높은 수준의 자기객관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타인의 니즈 사이에서 엄청난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 듯 보임]
박상영 작가의 강연과 비교
박상영 작가의 강연도 물론 좋았다. 하지만, 과거에 너무 많은 양의 일을 했던 것에 대한 후회와 지금도 그때의 풍파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이 강연 내내 보였다.
무엇보다 강연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휴식"이라는 주제가 강연의 중점이 된 점이 아쉬웠다.
작가 본인의 요즘 관심사가 휴식이라는 건 누구나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게 강연을 들으러 간 청중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일과 삶을 분리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 작가의 고단한 모습이 떠올라, 강연을 듣는 나도 덩달아 슬퍼졌다.
심지어 작가의 팬이기에 부산에서 대구까지 퇴근 후 강연을 들으러 온 지인분조차 강연 내용에 큰 감명을 받지 못한 듯했다.
작가님이 일단 좀 잘 쉬시기를 바란다.
결론
수요 없는 공급은 꽤 서글픈 일이라는 걸 깨달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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