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장]
여사장과 2인 체제로 사업을 시작한지 서류상으로나 사실상으로나 1년이 넘어 갔다. 그간 우리가 건드리고 맛본 아이템이 넉넉잡아 239847958개 인데, 많이 시도한 만큼 중간에 꼬꾸라진 아이템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계획했고, 기대했고, 예상했던 것처럼 그 크고 작은 경험들이 모여 우리만의 특색을 가진, 새로운 카테고리에 있는 특정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아이템에 대한 결과물을 최근에 얻을 수 있었는데 혼자 컨설팅을 했을 때보다 10배 이상 스케일업 된 매출과 별개로 유의미한 결과들을 한번 짚어 보겠다.
- 여사장의 재발견
개인적으로 여사장을 독서모임에서 알게 되었고,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다가 팀이 되었다. 이 때 주변에서 '믿을만 하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꽤나 많은 질문을 받았다. 평소 까다롭기로 소문난 내가 함께 하는 사람이라 더 그랬을지 모른다. 나는 여사장이 '프로일잘러' 라고 판단했기에 함께 회사도 만들고 협회도 만들었다. 따라서 나는 별로 놀랍지 않았지만 최근 여사장에 대한 칭찬일색을 들으면서 함께 하기로한 결정은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사장이 만든 결과물에 감동한 사람들이 이제는 그녀의 팬이 되었다.
동시에 여사장의 역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프로젝트에서 느낄 수 없었던 여사장이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모습과 들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은 우리가 향후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야할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하트 오브 비즈니스>에서는 "휴먼 매직"이라 할 정도로 사람을 시작과 끝으로 두고,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적합한 곳에 적합한 사람을 배치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의 원동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여사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 전면에 나서서 돕기 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 에서 문제가 발견 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한다.
- 습관처럼 해 오던 행정을 답습 하지 않고, 기존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
- 쉽게 일하되, 만족은 높이는 효율성을 지향한다.
- 자유롭게 하되, 행정장악력을가진다.
- 즉각적인 피드백 으로 성장 환경을 조성한다.
- 진정성있는 인간 관계를 통해 확장성을 확보한다.
- 개인적인 즐거움을 회사의 가치와 연결한다.
아마 메시를 처음 발견한 코치의 마음이 나와 비슷했을 것 같다. 장차 여사장은 매니지먼트 분야에서 일인자가 될 것이다.
- 클래식 파트장 K씨의안목
이번 행사는 우리를 믿고 함께 한 K씨의 안목 덕분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K씨의 음악성과 전문성에서 오는 모든 선택들은 고객 만족으로 이어졌다. 행사를 진행한 메인 장소부터, 연습실과 공연 장소, 케이터링과 식당, 세심한 동선 계획과 적재적소에 알맞은 전문가 섭외 등이 철저하게 음악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었고, 기존에 존재했던 아이템이 우리를 통해서 새로운 카테고리 속 최고 아이템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K씨의 안목이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앞으로 행사가 진행되면서 더욱 성장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저변을 확장하니 기회가 좀 더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진행 중인 사항이 있는데 이는 좀 더 진행되고 나면 따로 글로 남기겠다.)
- 설득력 향상
이번 행사를 통해서 얻은 뜻밖의 결과는 외부에 있었다. 우리 행사를 보고 감명한 사람들이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의 프로젝트 기획이나 운영이 그들에게 감명을 준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클래식 공연이 포함되는 등 결과물이 밖으로 드러나다 보니 그동안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말로만 듣던 사람들이 실제로 우리의 결과물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왜 진작하지 않았냐"는 불평이 정말 듣기 좋다.
[여사장]
아티스트 vs 장사꾼
예술가인가, 장사꾼인가?
지난 8월 4일부터 8월 9일까지 독일 니더작센 주 볼펜뷔텔에 있는 주립음악아카데미에서 4박 5일의 클래식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예술감독 K님과 우리 협회가 1년 전부터 준비한 작업이다.
말 그대로 무릎만 꿇지 않았을 뿐인지 1년여간 사정 사정하며 데트몰트 음대의 알프레도 교수님을 섭외한 예술감독님의 노력과, 필요한 행정 업무를 최대한 지원했던 협회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 된 행사였다.
한국에서 참가한 숙명여대 10명의 피아노 전공자와 교수님, 강사님들을 포함,
모두 함께 무대에 오르고, 음악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고, 힘들고 더운 하루를 보냈음에도 반드시 즐거운 이야기로 하루를 여유있게 마무리 하는 음악인들의 자세를 보면서. 삶의 즐거움이라든가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점을 다르게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바라본 관점에서 예술을 다루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감성이 먼저인 사람들. 이라는 점이다.
감성과 이성이 우선순위를 다툴 때, 일단은 감성이 먼저였다.
누군가의 마음이 다치는 것이, 규칙을 지키는 것 보다 때로는 먼저였다.
그래서 더 유연해 지는 면도 있고, 인간다움과 정다움이 오고가는 측면도 있었다.
눈물도 웃음도 훨씬 많이 표현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곳에서 무엇이었나?
그들이 마스터클래스 레슨 일정을 끝내고, 지친 가운데에서도 음악 작품 이야기로 밤을 지새울 때. 작곡가며 작품 이름 이라든가, 그들이 활동하는 리그의 이름을 전혀 몰라 대화에 어울릴 수 조차 없던 나는 그저 이방인 이었나?
실제로 일을 진행하면서, 참으로 일이 쉽고 즐겁다고 느꼈다.
단지 이방인으로서 그곳에 함께 했다면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최근 유투브 알고리즘에 이상하게도 아주 예전 사극드라마 상도가 올라왔다.
실제 조선후기 상인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라고 하기에, 배울점이 있을 듯 하여 보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나는 내가 예술가 보다는 확실히 장사꾼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과, 장사를 한다는 것에도 예술을 하는 분들 만큼이나 철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드라마 상도에 보면 임상옥이 사업파트너들을 모으거나 설득할 때, 이런 문장을 말한다.
나는 일을 할 때, 내 주변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고, 또 다음에도 함께 같이 할 수 있다.
보람은 있지만, 일이 너무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된다면 억만금을 주더라도 기꺼이 또 함께 하고픈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물론 억만금 정도 되면 뒤에서 욕을 하면서 함께 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기꺼이는 아니겠지만.
나는 일 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고, 뭐든지 스스로 주도하는 걸 좋아하지만.
고립되거나 혼자서만 일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 옆의 사람이 물리적으로 심적으로 조금 더 편하고 쉽게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모든 것을 잘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노력했던 것은 이것 하나 밖에 없었다.
원칙을 지키는 것. 내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지킬 것.
단지 내 사람들을 지켰을 뿐인데, 나는 일 잘하는 사람으로 과한 칭찬을 받았다.
내가 칭찬을 받을 수 있도록 내 곁에서 함께 해 준 내 사람들.
협회 임원진들과 예술감독님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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