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가득해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지난주 잘 지냈어요, 구독자?

편지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일주일이 수요일 아침부터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이게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화요일 밤에 편지를 보내면 수요일에는 홀가분해요. 금요일까지 이 산뜻함을 즐기고, 주말에는 다음 편지를 뭘 쓸지 고민합니다. 

일주일 내내 머리를 굴려도 정작 편지는 대부분 화요일 밤에 후루룩 써요. 

오늘 편지도 지난 금요일까지 보고, 주말부터 생각한 내용이에요.

📺

지난주에 재밌는 콘텐츠가 많았어요.

이것도 계획이겠지만, 서로 다른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이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일 때문에라도 재밌는 걸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딱히 분석할 이유도, 보고할 일도, 이걸 진지하게 이야기할 동료들도 주변에 없네요. 

그러나 기왕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니 여기에 남겨봅니다. 마주 앉아서 같이 수다 떤다고 생각할래요.

오늘 얘기하고 싶은 콘텐츠는 세 가지예요. 

1.

먼저 <유 퀴즈>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 함께 일해왔고, 앞으로 어떤 일을 펼쳐나가고 싶은지 이야기합니다.

줄줄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모두 흥미로웠지만, 기억에 남는 건 그들의 오래 전 이야기였어요.

함께 일할 때 박진영 씨가 이런 소리와 전개였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사라지면, 밤새 방시혁 프로듀서가 그걸 하나의 곡으로 정리했다고 하죠. 그렇게 십 년을 함께 일했다면서요...

아, 그도 누군가의 프린터인 적이 있었던 건가.

요즘 생각하면 프린터가 아니라 ChatGPT 일까요. 누군가의 느낌적 느낌을 문서로 정리하는 업무를 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마치 제가 프린터가 된 기분이 들 때 지긋지긋했거든요. 

당사자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이게 의외로 묘한 공감대(?)가 있었어요.

2. 

<골든걸스>는 '박진영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방송 프로그램 버전입니다. 네 명의 디바를 하나의 걸그룹으로 만들고 싶다고 시작해서, 방송 내내 자기 머릿속에 그림이 있고 음악이 들린다고 말해요. <유 퀴즈>에서 이야기한 그 작업 방식이 이런 것이었겠죠.

네 명의 베테랑이 부른 '요즘 애들' 노래들은 충격적으로 좋았어요. 원곡을 한 번쯤 다 들어본 적 있는데, 커버 곡에서 가사가 더 또렷하면서도 다른 의미로 들려서 놀라웠어요.

방송에서도 이전과 달리 요즘은 노래도 말하듯이 흘리며 부른다고 설명해요. 하지만 인순이 씨가 부른 Hype Boy에서 '내 지난날들은 눈 뜨면 잊는 꿈-' 소절이 다른 의미로 마음에 묵직하게 닿는 걸 보면, 좋은 음악은 트렌드와 기교가 다가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아직 커버 곡이 정식 음원으로 나오지 않아서 유튜브 클립만 반복해서 듣고 있어요. 어서 내주었으면 합니다. 아마 올해 KBS 연말 가요시상식 마지막 무대도 골든걸스(와 박진영 씨)로 채워지겠죠.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골든걸스>가 깊고 무겁고 어둡지만 은은한 황금빛이라면, 정국 씨의 솔로 앨범 <GOLDEN>은 눈부시게 뜨거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황금 덩어리 그 자체 같아요.

개인적으로 골드가 취향은 아니지만, 손톱만 한 귀걸이가 아니라 번쩍이는 골드바라면 누구라도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네, 그런 느낌이에요.

하나씩 풀리던 싱글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앨범을 플레이리스트에 걸어놓고 들으니까 더 귀에 착착 감기는 것 같았어요. 

근데 이게 K-pop인가 라고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요. 어떤 곡은 해리 스타일스 같고, 어떤 건 위켄드가 생각나고, 또 저스틴 비버 같기도 하고. 많은 기사가 언급한 것처럼 마이클 잭슨이나 프린스도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K-pop이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로 이어지는 질문에는 <유 퀴즈>에서 방시혁 의장이 열심히 설명한 'K-pop 위기론'이 대답이 될 수 있겠네요. 더 이상 어떤 비주얼, 어떤 언어로 한정할 수 없는 이 장르는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겠죠.  

이 앨범의 의의는 제가 끝내 알 수 없겠지만, 하여튼 주말 내내 잘 들었습니다.

💛

오늘 편지는 쓰면서 재미있으면서도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오래 걸렸어요.

다시 읽어봐도 딱히 이상한 내용은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온라인에 공개될 내용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요. 

그래도 이 편지는 요즘 제 근황을 전하는 게 목적이니까, 제가 재밌게 본 이야기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구독자도 즐겁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온 세상이 정말 황금빛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하는 시즌이네요.

추운 날씨에도 따뜻하게 잘 지내길 바라요, 구독자.

2023년 11월 8일 

상은

p.s. 혹시나 해서 덧붙여요, 공개 댓글엔 제 개인정보는 안 보이도록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