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그리고 3월 근황

안녕하세요,구독자. 

상은 입니다.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3월 첫 주를 맞이하는 마음을 남기고 마지막 주에 다 와서야 다시 근황을 전합니다. 모두 바쁜 한 주를 시작하고 있나요? 여기는 지금 일요일 밤입니다. 

한국에는 이제 꽃이 피던데요. 곧 4월이 무색하게 토론토에는 지난 금요일에 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눈이 너무 내려서 예매해 둔 심야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 새하얗게 뒤덮일 정도였어요.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아직도 밤에는 수면 잠옷을 입고, 밖을 나갈 때는 패딩 부츠를 신고, 패딩 점퍼를 입습니다. 거리에는 여전히 대부분이 두툼한 겨울 옷을 입고 다니는데, 더러는 덜 껴입고 멋부린 사람들도 보입니다. 햇빛이 밝은 오후는 실내에서 내다볼 때는 어쩐지 따뜻해 보입니다. 공기가 아직 많이 차지만, 여기도 분위기는 봄입니다.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 지는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네요. 출퇴근 길이 더 익숙해지고, 회사 주변에 점심 먹을만한 식당이나 커피가 괜찮은 카페도 몇 군데 알게 되었고, 동료과도 조금은 더 가까워졌습니다. 함께 하는 인원이 적고, 미팅이 잦아서 새로운 업무에 대한 이해도 한 달 치 늘었습니다. 

그동안 생활패턴도 바뀌었습니다. 전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아침 식사를 꼭 챙겨먹습니다. 아침 일곱 시쯤 킷캣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서 밥을 주고, 출근할 준비를 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여덟시 반쯤 집을 나섭니다. 전철을 타고 30분쯤 가서, 스트릿카(트램)로 갈아타고 10분쯤 더 시내 깊숙이 가서 내립니다. 5-10분 정도 걸으면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총 50분 쯤 걸리는데, 대부분 앉아서 가고 환승 한 번이니 할 만 해요. 

퇴근은 보통 여섯 시쯤 합니다. 아침에 왔던 길을 돌아오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일곱 시에서 일곱시 반. 남편이 준비해 준 저녁을 먹고 나면 아홉 시에 훌쩍 가까워집니다. 아직 본격적인 야근을 한 적은 없지만, 집에서 남은 일을 이어서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어요. 이제 열 시가 넘으면 슬슬 졸리기 시작합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두세 시간은 땡겨진 것 같아요. 

오늘 아침은 캐나다 직장인 한 달 차, 그리고 이주 일 년 차 주말이었습니다. 새삼 그 많은 짐을 이고 지고 와서 대책없이 풀어놨던 날들이 생각났어요. 오자마자 정신없이 벽에 페인트 칠을 하던 일, 집이 다 정리될 때까지 이리저리 컨테이너 박스를 굴리던 일, 중고 거래하러 돌아다니고 가구를 싣고 들어오던 일들. 그 과정 끝에 마침내 지금의 모습이 된 집을 청소했습니다.

저녁으로 쌀국수를 먹었습니다. 캐나다에 도착하면 늘 쌀국수를 먹었어요. 주말에 늦잠을 자고 청소를 하고 외출을 하고 들어와 잘 정돈된 집에서 편지도 쓰고 내일 출근도 준비하는 새로운 주말 일상이 돌이켜 보면 신기하기도 해요.

도착하던 날 어떤 기분이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것은 너무 많기도 하고, 어쩌면 전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일 년쯤이 지난 후에는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기대한 것들을 잘 이루어낸 것 같습니다. 

이 편지를 시작한지도 반 년이 지났습니다. 한 주에 한 번 씩 무슨 얘기를 써서 보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3월 말까지 만이라도 쓰고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비록 최근에는 뜸했지만) 6개월을 꼬박 채웠어요.

종종 댓글, 답장, 혹은 다른 어떤 방식이든 잘 읽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어서 고맙습니다. 

편지를 건너뛴 지난 며칠 동안 앞으로 이 편지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어요. 가능한 저와 제 근황에 집중해서 쓰고 싶은데, 일을 시작하고 부터는 그게 어려워서요. 하루종일 메일을 쓰는 업무를 하고서 다시 화면을 보면서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았고요.

그래도 기록이든 연락이든.. 어떤 목적으로든 이 편지를 이어나가볼게요. 생활 리듬을 좀 더 찾으면, 다시 주기적으로 근황 전해 보겠습니다. 혹시 더 궁금한 얘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답장으로 남겨주세요. 

돌아오는 봄에도 잘 지내길.

2024년 3월 24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