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나의 아침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2월 첫 주 편지입니다. 여기 시간으로는 수요일 아침입니다.

요새 해가 길어졌어요. 한 달 전쯤에는 같은 시간대인데도 캄캄했는데, 이제 오전 7시면 금방 밝아집니다. 저녁에는 6시 반부터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 같아요. 날도 알게 모르게 포근해지는 것 같고, 토론토의 겨울은 길다지만 그래도 2월은 다른가 봅니다. 

우리집 고양이 킷캣은 오전 7시부터 울기 시작합니다. 밥 달라고요. 아침 한 끼는 습식 사료 반 캔을 으깨 주는데, 아마 이 고양이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방 문턱에서 들릴 듯 말 듯 우는데, 그 소리를 듣고 깨는 건 보통 저입니다. 그래서 킷캣은 저를 '아침에 밥 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고, 하루 중 나머지 시간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7시 되기 전에 일어났는데, 그걸 고양이가 봐버렸습니다. 제가 아침에 일어나는 걸 세상 누구보다 가장 기뻐하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구독자, 지난 편지에서 제가 최근 구직활동을 하면서 예전 일을 되짚고,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했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요.

그러다가 마음에 병날 뻔 했습니다. 

무기력했어요. 즐거운 순간은 하루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 특히 아침에는 무기력에 잡아먹히는 것 같았어요.

정해진 일정을 시작하기 전까지 아침마다 '나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느낌이 자꾸만 커지는 거에요. 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다시 침대로 들어와서 오후가 되도록 그냥 누워있었어요. 자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닌 채로, 게으르겠다 작정한 것도 아닌데도요.

'할 수 있으니까 그냥 한다' 같은 건조한 마음으로 지내면 될 것 같은데, 자꾸만 그 후에 일어날 일, 특히 당장 헤아릴 수 없는 '그 언젠가 나중에 느낄지도 모를, 나의 좋지 않은 기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나쁜 일은 최대한 막고, 좋은 일만 바라는 건 언제든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그걸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마음을 과거나 미래에 두지 말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건 머리로는 아는데, 걱정과 상상이 많은 저에게 쉽진 않아요. 

어제는 글 하나를 읽었어요. (전문읽기) 

내가 하고 있었던 것은 반추구나. 그리고 항상 행복하려고 애쓰고 있구나. 난 그래서 무기력하고 슬프고 화가 났구나. 그래서 엄마는 항상 모든 일에 의미부여 하지 말라고 했구나. 

전혀 몰랐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장면에 빠져있으면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해요.

뭔 대단한 찌개를 생각하다가 도저히 뚝배기도 못 꺼내겠다고 누워있었는데, 그냥 마음을 좀 단순하게 가기로 했습니다.

오늘 까주는 캔이 무슨 맛이든, 그릇이 뭐든.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건 7시에 먹는 아침이니까 즐겁게 웅앙거리는 우리 고양이처럼.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쩐지 무겁고 길어진 편지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한 주의 가운데에서 편지를 쓰면서 항상 남은 주말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다시 생각하게 되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약간 느슨하고 들뜬 한국의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구독자에게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좋은 주말, 즐거운 연휴길 바라요.

2024년 2월 7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