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지옥 그리고 좌우명?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요즘 제 머릿속과 일정은 온통 구직 활동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그에 맞춰 할 일이 생기고, 그 사이를 남편과 고양이, 그리고 친구들과의 시간으로 채워가고 있어요. 

웹툰 <미생>에서 회사 안은 전쟁터고, 밖은 지옥이라고 했던가요.

전쟁터에 있을 때 나는 입으로는 매일 지긋지긋하다면서도 무엇을 위해서 그토록 열심히 싸웠는지, 그래서 결국 무엇이 남았는지, 그 전쟁을 실제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들에게는 이걸 어떤 영웅담으로 팔아 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회사 밖을 나온 지는 일 년이 다 되어 갑니다.

꼬박꼬박 월급 받으며 일하던 습관이 있어서 적응이 쉽진 않아요. 그래도 다행히 지옥처럼 괴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다이나믹하게 기빨리며 매일같이 야근하던 회사생활이 '재미있는 지옥 fun hell'에 가까웠을지도요.

삼 년 전 '한국에서 계속 직장 다니면서 혼자 살기 vs. 결혼하고 다 그만두고 캐나다 가서 살기'라는 인생 최대 밸런스 게임이 시작되었을 때, 캐나다는 과연 지루한 천국일까 생각했는데요.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딱히 지루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천국도 아니고... 그래요.

최근에는 퇴근 시간대에 토론토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탈 일이 많았어요. 일과가 끝난 사람들의 영혼 없는 얼굴, 공허한 눈빛, 집까지 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만 남겨둔 것 같은 몸짓 같은 것들을 봅니다. 지난주에 아이스하키 보는 아저씨들에 이어서, 사람 사는 데 다 똑같구나 생각합니다.

구독자, 언젠가 제가 구독자에게도 이런 얘기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될 일은 어떻게든 된다 (안 될 일은 어떻게 해도 안 되고)'는 마음가짐이라고 할지, 좌우명이라고 할지.. 여하튼 그런 자세로 올해를 나기로 했어요. 

내게 일어나는 일의 반은 내 몫, 그리고 나머지 반은 나를 둘러싼 세상의 몫으로 남겨두기로요. 100:0의 과실은 없다고 하듯이, 어떤 일은 내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49:51로 어차피 일어날(혹은 안 될)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좀 마음 편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 생각으로 또 한 주를 지내볼게요. 구독자도 잘 지내요.

두서없이 적은 편지인데, 오늘도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2024년 1월 31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