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셨나요? 지난 추석에는 송편을 사다 먹었는데, 이번에는 따로 떡국을 끓여 먹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꽤 알찬 주말을 보냈어요.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토론토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심코 호수 Lake Simcoe에 가서 얼음낚시를 하고 왔어요. 호숫가로 가면 스노우모빌에 연결한 작은 캐빈에 짐을 실어서 호수 안 쪽에 세워진 오두막에 데려다 줍니다. 

오두막은 이용 인원과 기간에 따라 크기가 다른데, 저희가 이용한 4인용 오두막에는 가스버너와 난로가 있고, 양쪽 벤치에 앉아서 바닥에 뚫린 구멍을 통해서 낚시를 할 수 있었어요. 문 닫고 버너를 켜두면 내부는 겉옷을 벗고 있을 만큼 금방 따뜻해져요. 전날 영상 10도까지 기온이 오르고 오두막 곳곳에서 불을 피워도 호수 얼음이 꽤 두꺼워서 위험하진 않습니다. 

얼음낚시는 처음이었는데요, 믿을 수 없을 만큼 물고기가 자주 잡혔습니다. 미끼를 끼워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바닥에 닿을 만큼 내렸다가 살짝 팽팽하게 감아주면 바로 톡톡 입질이 왔어요. 캐스팅부터 감아 올리기까지 15초가 걸렸습니다.

물 밑에 물고기들이 줄 서서 미끼 내려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을만큼, 재미있고 신기하다 못해 황당한 저의 첫 얼음낚시를 지켜보던 남편은 허허 웃다가 의지를 잃었습니다. 

잡은 물고기 중 몇 마리는 손질해서 감자와 함께 피쉬앤칩스를 해먹었습니다. 남은 물고기는 남편 친구분이 손질하고 얼려서 가져가셨어요.

낚시가 주는 재미를 조금 알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살아있는 뭔가를 유희로 잡는게 맞나 싶으면서도, 받아든 튀김은 맛이 있어서 기분이 묘했습니다. 평소에 고기를 자주 먹어도 그 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얼음이 꽝꽝 언 호수 위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고양이 간식도 한 번 더 챙겨주고, 남편이랑 컵라면을 끓여먹고 소파에 앉아 이불 덮고 영화 <미니언즈>를 보는 주말은 꽤 겨울답게 적당히 춥고 적당히 따뜻하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주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취직했어요.

여기서 자세히 풀기는 어렵지만, 좋은 기회를 찾았어요. 지난 며칠 동안 과제랑 면접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기존에 했던 일의 성격이나 환경과 비슷한 듯 달라보이는 새로운 일이 잘 맞을지 고민도 많았어요. 그래도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취직도 이직도 처음이 아닌데, 예전에 기분이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아마 지금과 비슷했을 거에요.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기대감과 자유로운 시간이 사라진다는 아쉬움, 잘 해낼 수 있을까 앞선 걱정, 와중에 다시 고정수입이 생긴다는 안도감까지 여러 감정이 뒤섞입니다.

지난 주말 얼음낚시를 되돌아보면서 다시 시작하는 직장생활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봅니다. 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게 시작하더라도, 일터에서는 흥미진진한 일이 이어지다가, 뿌듯한 성취감과 함께 집으로 와서 따뜻하고 포근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이번 직장생활은 전쟁터가 아닌 낚시터에 더 가깝겠네요. 나의 일터가 부디 평화가 깃드는 호수가 되길...

우선 첫 출근까지 남은 기간 동안은 마음 가다듬으면서 잘 지내볼게요.

구독자도 잘 지내요. 

2024년 2월 14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