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그 재미와 의미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이에요. 

여긴 이제 날이 제법 쌀쌀해요. 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지 않고 아침저녁엔 손발이 시려요.  

추석연휴가 끝나면 가을인 것은 여기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현대 한국인의 겨울은 수능 시험날 아침부터 시작할텐데, 여기의 본격적인 겨울은 언제부터 일까요. 

전기장판은 이미 켰습니다

⛸️

추운 계절을 앞두고 준비하는 것은 옷 뿐만이 아니고, 새 겨울 취미를 갖기로 했습니다.

아이스 스케이팅이요.

언젠가 로망은 캐나다 서부 앨버타의 레이크 루이스에 가서 김연아처럼 타보는 것이고요,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오타와 리도 운하에서도 타보고 싶고, 

멀리 안 가고 근처 공원에서만 슬슬 탈 수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러려면 일단 탈 줄 알아야 하니까...

지난 달 아이스 스케이팅 초보반 수업을 등록했고요, 오늘이 첫 수업이었습니다.

빙판 위에 올라가자마자 막막함과 불안함, 그리고 잊고 있던 기억이 밀려왔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 일 년에 한 번씩 빙상장 체험학습을 갔거든요. 그때 대구실내빙상장 벽을 더듬으며 낑낑 걷다보면 손을 짚을 수 없는 구간이 있었어요. 저 같은 애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구간이요.

그리고 빙판 한 가운데를 벌벌 떨며 건너갔던 거 같아요. 

오늘 여기 선생님도 그랬어요.  

'양 손 쭉 뻗고, 베이비 스텝, 빨간 선부터 파란 선까지 왕복'

레이크 루이스? 리도운하? 모르겠고. 그 빨간 선과 파란 선이 제 세상의 끝과 끝이었어요ㅋㅋ

다같이 뒤뚱거리면서도 남들이 20cm 씩 밀고 나가는 동안, 저는 겁이 많아서 말 그대로 아장아장 5cm 씩 걸었거든요. 그래도 벽 안 짚고, 안 넘어지고, 씩씩하게 걷고 온 것만으로도 저는 오늘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었어요. 5cm 씩 걷다 보면 언젠가 가겠죠, 레이크 루이스!

🏃🏻‍♀️

새 취미든, 오래된 취미든, 잘하든, 모자라든.

취미는 꾸준히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운동신경이 뛰어나거나 손이 야무지진 않지만, 그래서 민망할 때도 있지만, 지나고 나면 어떻게든 늘어있더라고요. '앞으로 잘 할 일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면 괜찮아져요.

지난 봄에는 테니스를 시작했는데요, 사실 이번 달에 세 번째 같은 초보반 수업을 듣고 있어요ㅎ 그래도 '숙달된 초보'가 된 지금은 공이 날아오면 어떻게든 치긴 합니다. 

뜨개질도 일 년째 같은 가디건을 뜨다 말다 하지만, 그러다 모자도 떠보고, 다른 것도 뒤적여보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걸 제 취미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 편지쓰기도 저의 새로운 취미예요. 비록 한 통을 쓰는 데 예상보다 너무 긴 시간을 들이고 있고, 그래서 늘 끝맺기가 어색하지만요.

하고 싶은 말은... 취미는 즐겁게 하면 된다, 잘 하면 더 좋고, 아님 말고!

오늘도 편지 읽어줘서 고마워요, 구독자.

구독자의 지속가능한 취미생활을 응원할게요!

2023년 10월 11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