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 관한 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이에요.

벌써 다섯 번째 편지예요, 구독자.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렇게도 시간이 흐르는 걸 알 수 있네요, 이제.  

댓글은 하나하나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고요, 간간이 편지 잘 읽고 있다는 인사도 고마워요. 그때마다 '내가 시작하고, 대놓고 읽으라고 써서 보내면서, 막상 누군가 읽고 있다고 하면 이렇게 쑥스럽고 민망하다...하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하하.

구독자, 그래도 모든 사람과 만나서 수다를 떨 수 없다면, 이렇게 편지라도 쓰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니, 보고 싶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걸 시작하고 또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면서 재밌어요.

제가 쓴 글이 얼마나 어떻게 전해질지는 모르겠어요. 예상 밖의 누군가가 의도하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 여전히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편지 안팎에서 제 모습을 알고 있을 구독자에게 전해지는 건 다행입니다.

우선 지금 목표는 26번째 편지까지 6개월 동안 꾸준히 쓰는 것입니다! 그때면 제가 여기 도착한지 일 년이 될 거예요. 음, 아직은 상상하기 어려우니까 일단 이번 편지만 생각할게요.

👩🏻‍💻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워킹 퍼밋이 나왔고요. 저는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요즘 대강의 루틴이라고 하면, 낮에는 (ChatGPT와 함께) 이력서를 고치고, 커버레터를 써서 회사에 지원하고 있고요. 밤에는 주로 링크드인을 들여다보면서 관심이 가는 채용공고들을 저장해둡니다. 

채용공고랑 이력서를 뜯어보다 보면, 명동 신세계백화점 가던 막내 시절부터 용산 사옥에서 하루 세 번 생생차를 마시던 그 최근까지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이걸 이렇게 불러도 되나.'

그래도 일단 써보고 있어요. 매일 기똥차진 않아도 성실한 방향으로... 노력해 봅니다.

사실, 저는 흔히 말하는 '취준생' 기간을 겪어본 적이 없어요.

대학 졸업학기 겨울에 진로 장학실에서 여는 취업 특강을 들으면서 인적성이니 직무검사니 어렴풋이 알아가며 준비하긴 했어요. 그러던 두 번째 날 때쯤이었던가, (술 먹다가) 이전에 지원했던 광고 회사에서 아직도 관심 있냐는 전화를 받고 얼떨결에 인턴을 시작했어요. 

정직원이 되기까지 눈물 나는 우여곡절은 나름대로 있었지만, 그건 다른 얘기고...

어쨌거나 어딘가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각 잡고 준비하는 일은 아주 오랜만입니다. 졸업 학기보다는 오히려 수시 원서 접수하던 고3 때랑 더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면 수능처럼 큰 시험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참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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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할로윈이 한창입니다. (핼러윈이 올바른 외래어 표기지만, 익숙한 대로 쓸게요)

밤에는 하우스 앞에 번쩍거리는 유령, 호박, 해골이 눈에 띄고요, 마트마다 초콜릿, 캔디가 쌓여 있어요. 저는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한 콘도에 살고 있어서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Trick or treat'을 직접 보긴 어려울 것 같아요. 

아마, 구독자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먼저 봤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지난 2주 연속 금요일 밤에 놀이공원 할로윈 야간 개장을 다녀왔어요. 

한밤중 이 놀이공원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갑자기 나타나서 겁주는 귀신도, 좀비도, 괴물도 아니고... '놀래키지 마세요! No Boo!' 야광 목걸이가 세전 15불이라는 점입니다...  

싸늘한 밤에 타는 롤러코스터는 정말 재밌었어요! 할로윈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아마 내년에도 이맘때면 야간 개장은 기다려질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오세요 캐나다. 같이 가요!

이번에는 특정한 주제 없이 흐르는 대로 얘기를 하다 보니 편지가 길어졌어요. 매번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달리 써보고 있는데요, 재밌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요, 구독자.

2023년 10월 24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