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다반사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대구는 날씨가 부쩍 추워졌는데, 구독자도 겨울 잘 보내고 있나요?

지난 편지에서는 누워 있었는데, 이제 잘 걷습니다. 여전히 대부분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지만, 천천히 동네를 산책하는 정도로 혼자 외출도 합니다.

지금은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놓고 편지를 쓰고 있어요. 11월 중순에 한국에 왔는데, 한 달 동안 스타벅스를 얼마나 자주 다녔는지 그새 연말 프리퀀시를 다 모았어요. 예전부터 눈 여겨 본 족자 모양 달력이 증정품 옵션에 있길래 골라봤습니다.

오늘은 기모가 섞인 도톰한 청바지를 입었어요. 이게 왜 기록할 일이냐면, 지난 2주 동안 외출할 때는 배가 조이지 않게 플란넬 체크 셔츠 원피스만 입었거든요. 거기다 모자, 아우터, 신발만 조금씩 다르게 돌려 입어서 그동안 찍힌 사진을 보면 옷차림이 다 비슷해요. 지난주에 실밥 풀고 부기도 빠져서 이제 청바지도 다시 입은 거에요.

혼자 카페를 다녀오고, 간만에 청바지를 입는 것처럼 작은 일들로 편지 한 바닥을 채우다니… 

한 달 전 토론토에서 시작한 여정이 북미와 태평양을 건너서 서울-대구도 오갔는데, 이제는 동네 스케일로 작아졌어요. 여행인 듯 아닌 듯, ‘한 달 살기’라는 게 이런 걸까요. 

이번 한국 여행은 ‘두 달 살기’가 될 예정이에요. 후속 치료까지 받고 1월 중순에 돌아가는 편도 비행기 표를 끊었어요. 체력이 더 올라오면 연초에 서울도 다녀오고 싶어요. 그전에 구독자, 혹시 연말을 대구경북부산에서 보낼 예정이라면 알려주세요.

다음 주에 또 근황 전할게요.

잘 지내요, 구독자.

2023년 12월 20일

상은 

p.s.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이 노래는 저 고등학생 때 핸드폰 벨소리였어요. 가끔 힘들었어도 괜찮았나봐요, 구독자도 그런 일상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