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아는 것 같아, 상대성 이론

안녕하세요, 구독자.

상은입니다. 

어느 덧 한국에서 보내는 여덟 번째 편지입니다. 

이번 일요일에 출국합니다. 캐나다로 돌아가는 것이니 귀국이기도 하네요.

11월 중순에 와서 두 달을 꽉 채웠어요. 아주 짧은데 또 굉장히 긴 시간이었어요. 첫 주에 점심 특선 초밥 정식 먹고서 세금도 팁도 안 붙는다며 즐거워했는데, 이제 칼국수 9천 원이 비싸다고 느끼는 걸 보면 꽤 적응한 것 같습니다.

아, 그 와중에 유일하게 체감 물가에 변동이 없는 항목은 커피입니다. 언젠가부터 웬만한 대도시의 '분위기 좋은 로스터리 카페' 문법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유효한 것 같아요. 

구독자, 현실에서 째깍째깍 흘러가는 시간 말고, 마음속에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체감시간 같은 거 생각해본 적 있어요?

이번에 친구들과 동료를 만나면서 내 마음속 시계는 언제에 맞춰져 있는지 자주 생각했어요. 당연하지만, 그룹마다 어떤 기준이 되는 시점이 있더라고요.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는 한창 일이 재밌고 괴로웠던 시기, 친구들과는 같이 놀러 다니던 시절, 그리고 서울은 마지막으로 떠나 온 작년 봄이요.

그때랑 비교하면 우리는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그걸 위해서 이런 목표도 세우고, 또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구나... 그동안 각자 있었던 일도 얘기하고,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열아홉 살 이후로 저에게 서울은 늘 현재진행형이었는데, 토론토에 있는 동안 마치 '멀리 두고 온 과거'처럼 단절된 곳으로 느낀 적도 있었어요. 이번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서 좋았던 건, 우리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감각을 다시 확인한 거예요. 

어떤 시점으로 돌아가거나 머물러 있고 싶지는 않아요. 다음 주도, 내년에도, 그 후에도 가끔은 힘들어도 결국에는 좋은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고 믿거든요. 단지 그때 곁에 있던 좋은 사람들을 놓치지 않고 싶고, 이렇게 드문드문 마음속 시계를 맞추면서 지내고 싶어요. 

그래서, 이 편지는 구독자하고 나하고 다시 만나는 미래를 위해서 꾸준히 남기는 편지이기도 해요. 매주 혹은 어쩌다 나중에 편지를 열어 읽더라도 이번 주 내가 구독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해지도록 이요.

괜찮다면 구독자도 잘 지내는지 가끔 답장도 부탁해요. 

우리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2024년 1월 10일

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