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 먼 타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어두운 밤

안녕하세요, 하나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이곳 마다가스카르에서 일상을 보내다가, 한국에서 계엄령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화면 속 풍경은 너무나 낯설고도 익숙해서, 마음이 참 복잡했어요. 저처럼 먼 곳에서 그 소식을 들은 들은 분들이 많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 먼 타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어두운 밤

| 마다가스카르에서 생중계로 본 계엄령의 무게

별다를게 없는 오후였다.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한테 미친것 같다면 계엄령이라고 한국을 위해 기도해주라며 카톡이 왔다.

계엄령이라니. 눈를 의심했다. ‘지금이 몇 년인데 이런 단어를 다시 듣게 되는 거야?’ 대통령 담화부터 시작해서 모든 뉴스를 틀다가 실시간으로 국회를 볼 수 있는 유튜브를 틀었다. 아무리 봐도 현실 같지가 않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군복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탱크가 거리를 오가다니 심장이 떨렸다. 뜨거운 마음 가라 앉지 않았다. 늦은 밤인데도 거리를 나온 많은 시민들이 국회을 막아서는걸 보았다.

한국에 있는 친구와 짧게 전화를 했다. '몇 시간내로 해결 되야해.' 불안한 마음을 들어낸 나에게 친구는 내일 아침에는 국회로 나가야 겠다며 덤덤히 말했다. 추운데 조심하라는 말 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답답했다. 태평양을 건너오는 소식이, 그게 단순한 텍스트와 영상이 아니라,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흔드는 무게로 다가왔다. 손발이 무겁고,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계엄을 빨리 해제 되었지만 그날 이후로 불안한 눈으로 밤새 뉴스와 기사를 하염없이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날, 탄핵소추안 폐기가 있던 날, 텅빈 자리를 화면에 띄어주며 자리를 떠난 국회의원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돌아오라는 목소리에 눈물을 흘렸다. 

생각했다. 그날 2016년 탄핵 시위 때 내가 광화문에서 들었던 함성과 연대의 온기는 어디로 갔을까? 그때는 확신했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구호 속에 담긴 우리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그리고 실제로 바꿨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렇게 먼 곳에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가만히 화면을 쳐다보는 내가, 그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너무도 무력하게 느껴졌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종종 한국 뉴스를 멀리하게 된다. 현지 일상에 치여서도 그렇고, 가끔은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렇기도 하다. 어쩌면 열정적으로 살았던 한국에서와 다르게 좀 쉬고 싶어서 아예 뉴스를 보지 않았던 것도 있다. 이번 며칠 사이에 읽지 않을려고 노력했던 모든 소식들을 찾아보았다. 태평양을 넘어 오는 그 소식이 한순간에 나를 압도했다. 이국의 땅에서 내 조국이 흔들리는 모습을 생중계로 본다는 건, 마음 한구석을 시커멓게 태우는 일이다. 그 때문인지 심한 감기에 걸렸다.

이번 한주 사이 내 안의 고요는 산산조각 나 있었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뉴스를 보고, 분노하고, 아무것도 못한 채로 멈춰버리는 나 자신을 다독이는 것.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다. 지금도 많은 시민들이 길위에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외치고 있다.

내 몸으로 그 자리에 있을 순 없지만, 함께 하지 못함이 함께 마음을 모으지 못하는게 아니기에조국과 먼 이 땅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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