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scrap of this week'는 1️⃣ 온 세상이 이스터, 2️⃣ 캠퍼스 카페 지도, 3️⃣ 동네 마켓 입니다.
독일에서는 한국만큼 예쁜 스티커나 메모지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서, 색 도화지를 구입해서 별과 말풍선을 오려 붙였어요. 조그만 별 조각을 자르다 보면 손가락에 쥐가 나는데요, 그래도 이 시간이 너무 재미있답니다.
1️⃣ 온 세상이 이스터
저는 어린 시절 성당을 오래 다녔기 때문에 달걀 칠하기, 이스터 장터 등등 제법 이스터 문화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독일에 오니 정말 온 세상이 이스터 더군요. 여기도 토끼! 저기도 달걀! 크고 작은 행사와 장식들에 이렇게 길게 이스터를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마트에서 내내 토끼 초콜릿을 보다가 결국은 홀린듯 린트의 초콜릿(오른쪽 상단)을 구입하기도 했답니다.
동네에서 열리는 이스터 마켓도 가봤는데요, 캠퍼스, 정류장, 마트... 도시 곳곳에 붙어 있던 포스터에 비해 마켓은 정말 놀랍도록 작았어요. 부스 5~6개 정도가 끝이라 와플 부스에서 생크림을 잔뜩 올린 와플만 먹고 공원을 산책하다가 돌아왔답니다. 그래도 마침 이때 벨기에 여행을 계획하다 이스터 숙박비에 포기했던 터라 와플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학교 유학생 팀에서 주최한 이스터 에그 헌팅도 다녀왔답니다. 참여한 학생은 정말 많았는데 달걀은 5개 뿐이라 저는 달걀을 하나도 찾지 못했지만, 저의 팀원들이 힘내준 덕분에 팀이 1등을 했지요. 1등 상품으로 받은 초콜릿은 귀여운 패키지와 달리 아주 맛이 없었습니다. 슬픈 일이지요.
2️⃣캠퍼스 카페 지도
캠퍼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카페를 모두 가 본 기념으로 지도를 그렸습니다. 초안으로 대충 그린 지도가 여러 번 다시 그린 지도보다 마음에 들어, 잘 못 그린 선과 취소표가 그대로 남은 종이입니다.
강의를 듣기 전, 혹은 강의를 들은 후 당분이 필요할 때는 icoffe나 Unique에서 그린티 차이 라테를 주문합니다. 동선 상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음료를 픽업하기 딱 좋거든요. 그리고 음료를 뱓으면 시나몬을 좀 뿌려요. 적당히 짭짤해서 취향입니다. 샌드위치나 간식류도 파는데, 샌드위치는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comame는 대학 내에 있는 것 치고는 제법 감성 카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교내 카페보다 비쌉니다. 누군가 구글맵 별 다섯 개 리뷰로 'best macha ever'이라고 해서 말차 러버로서 방문해 보았습니다만... 아이스는 얼음 몇개 대충 띄워서 밍밍하고, 말차 가루는 덜 녹여서 컵 바닥에 눌러 붙었고, 말차 비린맛이 났습니다. 아쉽지만 여기서 다시는 음료를 시키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재미있었던 건 여기서 라멘을 판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제법 사먹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8유로 정도 하던데, 시내의 반값 정도이니 맛있다면 완전 럭키인거지요. 카페에서 파는 거니 당연히 시판 육수, 마트 면과 토핑이겠지만... 궁금하니 먹어볼 예정입니다.
3️⃣ 동네 마켓
집 앞 광장에 오일장으로 추정되는 마켓이 열립니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마트를 가면서 지나가기만 하다가 현금을 챙겨 가봤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허브와 수제 햄, 과일과 채소, 신선한 달걀 등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옷이나 신발을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허브류를 구경하다 바질 화분을 샀어요. 늘어놓은 화분 중 확실하게 아는 식물이 로즈마리와 바질 밖에 없었는데, 바질은 요리에 활용하기 좋으니까요. 바질은 집에 와서 물을 준 뒤 조금 수확해서 토마토 마리네이드 만드는 데 사용했답니다. 아주 맛있었어요.
그리고 먹을 수 있는 허브나 꽃 화분을 조금 더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가에 긴 사각 화분을 두고 로즈마리나 샐러드 채소를 수확해 먹으면 제법 낭만 있는 일상일 것 같았어요. 푸릇푸릇한 식물이 있으면 기분도 좋을 것 같고요.
곧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여행을 다녀오면 바질 화분도 분갈이 해주고 새로운 식물도 조금 더 들이려고요. 여행을 다녀올 동안 부디 바질이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주의 'Deutchland bucket list'는 인디안 댄스 입니다.
늘 춤이 싫었어요.
몸을 움직이는 감각이 껄끄러워서 모든 운동을 싫어했는데, 그 중에서도 춤추는 게 독보적으로 싫었습니다. 어느정도냐면 고등학생 시절, 반 대항으로 체육 대회에서 단체로 춤을 추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이걸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다리를 부러트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독일에서 자발적으로 인도 춤 수업을 수강하게 됩니다. 체육 교양 수업이 아주 많은데, 영어로 제공하는 수업 중에 제가 앞으로 절대 들을 일 없을 것 같은 수업을 들어보자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영원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요. 어제와 다른 내가 되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행위에서요. 그래서 이 수업을 들으러가는 저에게 꽤 감동했습니다.
이 시기에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선택과 성장인 것 같아서, 버킷리스트에 원래 적어두지는 않았지만 여기로 분류했어요. 한국에 있었다면 여전히 춤은 거들떠도 보지 않은 이전과 동일한 저였을 테니까요.
수업은 나쁘지 않아요. 좀 더 발리우드 영화에 나올 것 같은 화려한 손동작과 스텝을 생각했는데, 바운스와 기본 스텝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가끔 트월킹을 해서 부담스러운 것만 빼면 대부분 좋습니다.
나른한 월요일 오후 세시, 주말 새 찾아온 봄바람에 괜히 더 일하기 싫어지던 찰나 영원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곧 새 보금자리로 이사할 예정이라 단단한 취향으로 집을 꾸미는 사람을 찾던 중, 영원의 집꾸미기 영상을 보고 빠져들게 되었는데,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니 새삼 반갑고 신기한 일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예쁜 집 만큼이나 나를 이끌었던건 독일로 교환학생을 떠난다는 영상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인턴을 마치고 폴란드로 교환학생을 떠나던 7년전 나를 만난 것 같아서 괜히 나까지 설레는 날들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중한 시간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편지를 전하는 영원의 실행력을 보며,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기록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부디 영원은, 교환학기에서의 기록을 사는 내내 펴볼 수 있는 사진첩으로 남기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중략)
왜 편지일까? 라는 생각을 처음 영원의 뉴스레터를 접하고 생각했었는데, 남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이 과정이 꽤나 재미있는 경험 같습니다. 이 글이 끝나면 저는 다시 정신 차리고 일을 해야겠지만, 쓰는 내내 즐겁고, 생각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1분이면 전 세계 언어로 편지를 적어주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오랜만에 빈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응시했습니다. 깜빡인만큼 마음에 울림이 있길 바라봅니다.
익명의 B님으로부터
익명의 B님께.
저는 편지를 통해 정말 쉽게 사랑에 빠지곤 합니다. 편지로 운명의 상대를 고르는 시절에 태어나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두 편의 편지를 더 발행하며, B의 편지를 여러 번 다시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문장에 마음이 녹아 약해지지 않는 법은 언제쯤 배울 수 있을까요?
B의 편지와 짧은 편지에 녹아있는 이야기와 일상을 통해 B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새 보금자리로의 이사는 무사히 마쳤을지, 마음에 드는 취향과 레퍼런스를 모아 마음에 드는 공간을 완성했을지, 그리고 B의 단정하고 다정한 언어는 어떻게 쌓아 올려졌을지.
단기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독일에 머무르고, 당장 올해 하반기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는 저에게 뮌헨을 정착할 보금자리로 선택한 B가 대단해 보입니다. 타지에서의 삶을 나의 것으로 만들고 지속시켜나가는 일은 참 품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건조하고 예민해지기 쉬운 날들을 벼려내는 타지의 삶은 이전과는 다른 나의 번뜩임을 발견하기 좋은 시간 이겠지요. B가 독일에서 쌓아올린 시간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B가 걸어온 발자취가 그러했듯, 저의 독일에서의 기록도 멋진 시간이 되기를 응원해 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일요일 전에는 편지를 써야지, 월요일 스크랩 후에 답장을 써야지, 양치만 하고 써야지… 편지를 미루다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었을 때 자리에 앉았습니다. B의 초대에 좋다고 말하고 싶은데 어떤 단어를 골라야 마음을 잘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거든요.
저는 도시나 나라를 제가 만난 특정 사람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쩌면 뮌헨은 B의 도시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B가 편한 시간에 기꺼이 초대에 응하고 싶습니다. DM으로 편지 하단에 적어주셨던 닉네임과 함께 찾아와주세요. 편지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B의 뮌헨이 궁금한, 영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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