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4.7 - 4.13

2025.0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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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X독일

매주 수요일, 독일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영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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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한국은 날씨가 제법 변덕이라고 들었습니다.

벚꽃과 함께 우박이라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아무쪼록 건강에 유의해주세요. 

 

독일은 제가 온 이후 내내 맑다가, 이번 주에는 계속 비 소식이 있습니다.

피크닉은 가지 못하겠지만, 비가 그치면 초록의 새잎으로 가득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겠죠?

그런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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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scrap of this week'는 1️⃣ 동네 탐방, 2️⃣ 대학교 개강, 3️⃣ 루틴과 원씽 입니다. 넓은 면적을 차지한 지도가 눈에 띄죠? 바로 아래에서 설명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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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네 탐방

지도를 얻게 된 경위부터 이야기 해볼까해요. 안멜둥, 독일 식 전입신고를 끝으로 드디어 독일 생활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모두 마쳤습니다. 나인 투 식스로 꼬박꼬박 여는 한국과 달리 독일의 관공서는 아침 일찍 열어서 정오면 닫아버리는 놀라운 곳인데요, 심지어 관공서 방문을 위해서는 예약(테어민)이 필수입니다. 한 번은 운영 시간을 생각하지 못하고 점심 쯤 방문하려다 실패, 또 한 번은 테어민을 일방적으로 취소당해 실패. 세 번 째 시도에 안멜둥을 성공하고, 자를란트 살이에 대해 안내해주는 책자를 잔뜩 받았습니다. 이 지도는 그 책자 중 한 페이지예요. 마음에 들어서 스크랩하기로 결심했지요. 제가 방문했던 장소를 인덱스 스티커로 표시하고 사진과 감상을 남겨봤습니다. 지도에 붙인 인덱스 스티커와 사진 위에 붙은 스티커의 색이 같아요. 초록 인덱스가 붙은 지역에는 자르강을 따라 공원과 잔디밭이 조성돼 있어요. 돗자리를 깔고 누워 피크닉을 즐기기에 딱입니다. 공원도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는 한적한 풀밭 나무 그늘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눕는 게 저는 더 취향입니다. 다만 봄이 한창이라 열심히 일하는 벌들이 제 돗자리를 기웃대서 오래 누워있지는 못하고 도망 나왔지만요. 아직 가보지 못한 장소가 많아요. 현대 미술관, 성, 영화관... 어느정도 데이터가 쌓이면 손으로 약도를 그려보려고요. 좋아하는 카페, 새로운 장소를 정리해 다시 올게요. 동네 탐방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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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학교 개강

드디어 개강을 했고, 수업을 조금 많이 담았어요. 학점도 학기도 인정 받지 않기 때문에 강의를 많이 들을 생각은 없습니다. 정말 듣고 싶은 수업 2~3개만 듣는 게 목표예요. 그런데 왜 수업을 많이 담았냐고 한다면,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는 독일어를 못하기 때문에 강의 언어가 영어인 수업을 골라야 해요. 하지만 영어라고 적어두고는 독일어로 수업하거나 언어를 섞어 쓸 확률이 꽤 됩니다. 그리고 강의 계획서와는 달리 수업이 흥미롭지 않거나, 교수님의 강의력이 별로일 확률도 있지요. 4월 말에 배정된 반을 알려주는 독일어 코스, 5월에 집중 코스로 수강하는 셰익스피어 세미나 등 수업 시작일도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아직 다 채우지 못한 수업 별점 사이로, 별 5개의 'The Gothic'이 지나갑니다. 고딕 문학을 다루는 수업인데 아주 흥미롭습니다. 오랜만에 강의를 들으면서 설렜어요.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아보며 복습할 정도로요. (저는 학점 인정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험도 안치는데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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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루틴과 원씽

사실 이번 주는 좀 우울했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말했듯, 독일에 와서 아직 친구를 전혀 사귀지 못했거든요. 저는 꽤 외로움에 취약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서 더 몸을 움직이고 일상의 규칙을 세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친구 사귀기는 마음대로 안되지만, 제 기분과 일상은 마음먹기에 달렸으니까요. 저는 루틴보다는 원씽에 맞는 사람이고, 독일에 단기간 거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 기간에 더 어울리는 일상의 방식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행이나 행사 같은 특별한 일이 매일 매일 벌어지지는 않거든요. 그런 날을 위한 루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래 루틴이 아예 없는 일상을 보냈던 건 아니에요. 일단 일어나면 모닝 페이지를 쓰는 건 꽤 오래 된 루틴입니다. 거기에 30분 운동, 30분 언어공부, 1시간 창작을 추가한 데일리 루틴을 만들었어요. 하루에 루틴과 원씽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아침에 모닝 페이지를 쓰며 오늘을 루틴 데이로 할지 원씽 데이로 할지 정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하루를 계획하고, 목표 달성을 돌아볼 수 있다는 건 성취감이 중요한 동력인 저에게 아주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기분이 훨씬 나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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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Deutchland bucket list'는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 입니다. 

보통 유치원 졸업과 함께 공룡과의 사랑도 졸업한다는데, 저는 여전히 공룡이 좋습니다. 화석, 멸종된 동물, 공룡… 이런 키워드에 심장이 뛰는 저에게 자연사 박물관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에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이 공룡 화석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기대를 품고 방문했습니다. 무려 공룡 모자까지 쓰고요. 박물관의 첫인상. 건물은 꽤 아름다웠어요. 여의도 빌딩 숲 같은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해서 그런지 더 그렇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작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스미소니언 정도의 규모를 상상했던 게 실수였는지, 아주 넉넉하게 관람 일정을 짰는데 2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챗GPT에게 속았습니다. 분명 유럽 최대 규모 공룡 화석을 소장하고 있다고 했는데, 1층에 전시되어 있는 건 실제 화석이 아니라 실물 크기의 모형 화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형이 있으니 박물관 어딘가에 실물 화석이 있을 거라 생각해 한참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저처럼 기대를 과하게 하고 가지 않는다면, 객관적으로 박물관은 나쁘지 않습니다. 대도시 중심부에 위치하고, 2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적당한 규모에, 건물 내외부도 예쁘고, 전시실 구성도 꽤 알찹니다. 어린아이가 포함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어요. 이번에는 실망했지만, 저에게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이 남아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정말 압도적인 공룡을 마주하고 말 것이라고 다짐하며... 이번 주 버킷리스트는 별점 3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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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전하는 말이자, 도전을 두려워하는 저 자신에게 건네는 다짐이기도 했던 편지. 뉴스레터의 시작을 여는 첫 편지로 어울릴 것 같아 가지고 왔습니다. 

이 편지는 독일로 떠나오기 전 마지막 독서모임에서 낭독했던 편지입니다. (독서모임이 궁금하면 인턴일지 ep.3을 확인해주세요)

편지를 소리내어 읽을 일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편지를 낭독하는 일은 특히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 편지를 쓰며 독서모임에서 읽을 생각에 여러 번 문장을 고치며 설렜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주디스 버틀러는 무엇이 나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하게 하는가? 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규범이 숨통을 조인다면 우리는 그런 삶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규범이 부여한 가치와 인간적인 것의 기준에 물음표를 찍고 다시 물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나는 우리가 마땅히 그러한 사람이라 좋습니다. 6월 말에 태어난 저는 공교롭게도 게자리인데, 저는 꽤 오래 그걸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게자리는 시기 상 쌍둥이자리와 사자자리 사이에 있는 별인데, 멋진 신화가 있는 두 별들과 달리 게자리는 신화도 이름도 별 볼일 없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릴 적 아빠와 종종 낚시를 다녔는데요, 낚싯대가 잠잠한 날에는 심심함을 견디지 못하고 해변에서 조개를 줍거나 손톱만한 작은 게를 잡곤 했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게는 갑각류지만 작은 게의 등딱지는 그렇게 딱딱하지 않습니다. 손 위에 올리고 가지고 놀 때면, 잘못 쥐면 터질까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그로부터 한참을 지나온 지금, 문득 내가 그 작은 게와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말랑한 등딱지를 가졌다는 점 에서요. 폴이 어느 독서모임에서 스스로 복숭아에 비유 했잖아요. 말랑하고 수분이 많다는 점 에서요. 저는 제 말랑한 딱지가 조금쯤 단단해지길 기대합니다. 어쩌면 단단해지지 않아도 그것대로 좋습니다. 잠시간의 이별을 앞두고 있는 저는, 말랑한 등딱지로도 많은 것을 경험하고 오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 우리가 그 동안 쌓인 많은 이야기와 경험들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기대가 됩니다. 조언니에게 . 동경은 이해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단어라고 합니다. 00의 편집장 조가 아닌 인간 조의 유쾌함, 다정함, 사랑의 방향을 알 수 있어 기뻤습니다. 폴에게. 00을 거친지 벌써 2년이나 흘렀습니다. 내가 내 안으로 수렴하는 동안 폴은 세상을 향해 발산하고 나아갔다는 것이 문득 신기해졌습니다. 폴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타협하지 않는 미래를 기대합니다. 위고에게. 다정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 스스로의 뾰족함도 사랑하는 위고를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아직 위고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3년 후, 5년 후에는 위고를 잘 아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 있겠지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제프리에게. 선뜻 독서모임을 하겠다 말해준 덕분에 이 모임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방에 살면서 나는 엘리엇의 시집을, 당신은 브라우닝의 시집을 책장에 꽂아두었던 그 때가 없었다면, 이 고전읽기 모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임에서 제프리의 시에 대한 사랑을 펼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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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꾸

    0
    2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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