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하여

6.01 - 6.15

2025.06.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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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X독일

매주 수요일, 독일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영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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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하여 "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레터가 발행되는 오늘 저는 부다페스트로 향합니다.

부다페스트와 프라하, 런던을 거치는 2주일 조금 안되는 여행을 떠나요. 

 

모로코-세비야 여행에서 돌아와 다음 여행을 계획하면서,

문득 독일을 돌아올 곳이라고 여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독일이 꽤 익숙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의 편지는 그런 여행과 여행 사이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집을 꾸미고, 음식을 먹고, 학교 행사를 가는 평범한 날들을요.

 

여행 일정으로 다음 레터는 7/9(수) 대신 7/13(일)에 발행됩니다. 

늦은 만큼 여행 이야기를 꽉꽉 채워 돌아올게요.

 

6/27, 이번 주 금요일은 제 생일이에요.

저에게 생일 편지를 써주신다면, 더 행복한 생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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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scrap of this week'는 1️⃣ 독일 집꾸미기, 2️⃣ 6월에 먹은 것  3️⃣ 6월에 읽은 것 입니다.

일상을 충만하게 보내는 건 제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6월은 제법 그렇게 보낸 것 같아요. 집도 꾸몄고, 책도 많이 읽었고, 음식과 운동에도 신경을 썼거든요. 저를 위한 시간을 여유롭게 쓰는 감각이 참 좋았습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빡빡한 한국에서의 생활은 이걸 모두 챙기기 어렵잖아요. 가능할 때 여유를 만끽 하자고 생각하니 조금 심심한 날들도 제법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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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집꾸미기

집을 꾸미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독일 생활도 거의 세달 차에 접어 들었고, 이 집에도 익숙한 듯 권태로움을 느끼던 차에 변화를 주기로 다짐합니다. 겨우 반 년 머무르는 집이라 제 취향대로 집을 완성하는 것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가능한 선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었거든요. 침대 발치에 깔아 러그 대용으로 쓰던 테피스트리는 책상 쪽 벽에 달아주었습니다. 가장 변화가 큰 공간은 침대였는데요, 창가로 침대를 돌리고, 커튼을 침대 옆에 달아 잘 때 주방이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테무에서 액자와 벽 선반 같은 자잘한 소품도 주문해 봤는데, 제법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빈티지 플리마켓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빈티지를 좋아하는 편이라 빈티지샵을 종종 방문했던 지라 유럽에서 플리마켓을 다양하게 가 보려고 다짐했었거든요. 제가 사는 지역은 한 달에 한 번 크게 플리마켓이 열리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컸어요. 시골이라 솔직히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다 둘러보는데 두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뽑아간 현금이 많지 않아 신중한 쇼핑을 해야 했는데요, 사진의 두 가지 물건 이야기를 해볼까 봐요. 먼저 빈티지한 곰인형. 모자부터 신발끈 디테일까지 흔하지 않은 디테일에 반해 무조건 사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꽤 비쌀 것 같아 돈이 모자라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10유로에 득템! 그리고 아쉽게 사지 못한 물건도 있는데요, 바로 돌고래 브로치입니다. 점찍어두고 둘러보고 오니 부스를 정리하고 가버렸더라고요. 아쉽게 되었습니다. 의자나 거울 같은 커다란 물건들은 아쉽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지만, 저렴한 소품을 꽤 데려왔어요. 독일에서 지내는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플리마켓을 다니며 한국까지 가져갈 취향의 소품들을 모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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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6월에 먹은 것

6월의 스펙타클한 식생활에 대해 좀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저는 평소에 그릭 요거트와 오일 파스타를 주식으로 초콜릿과 과일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6월은 조금 달랐어요. 모로코에서 얻은 장염 덕분에 일주일 정도를 굶은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였는지 낫자 마자 고아시아에서 마라샹궈 재료를 거의 40유로치를 샀습니다. 죽순, 연근, 얼린 두부, 푸주, 떡, 고구마에 청경채… 욕심 내서 산 재료는 냉장고 저장 공간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샹궈를 해먹고, 샹궈가 짜니까 과일이 생각나 과일을 코끼리 만큼 먹고… 다시 또 샹궈를 만들어 먹고. 뫼비우스의 일주일을 보냈답니다. 바나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한 번에 바나나 한 송이를 다 먹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속죄의 마음으로 다시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스위치온 다이어트를 잠깐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그냥 간식과 탄수화물을 좀 줄이고 있어요. 초콜릿도 단백질 바로 대체하고요. 그 외에도 프랑크푸르트에 대통령 선거하러 갔다가 먹은 수제 버거(정말 맛있었어요), 학교 카페에서 파는 기묘한 라멘(샐러드에 쌀국수 물 부어 덜 익힌 느낌) 등 음식 사진이 꽤 앨범에 있었어요. 아, 아주 마음에 드는 유자 민트티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카페 유자 민트티랑 거의 똑같은데 제로 음료라 단 맛이 입에 남지 않아 좋습니다. 과일차가 당기는 걸 보니 독일도 여름이 오고 있긴 한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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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6월에 읽은 것

6월 목표는 책 15권 읽기였는데요, 6월도 읽을 책이 조금 남았지만 그래도 독서 중간 결산을 해봅니다. 강의에서 읽어 오라는 텍스트가 너무 많아서 개인적인 흥미보다는 읽어 가야 하는 책 위주의 독서였지만, 대부분 고전이라 평균 이상의 흥미나 생각할 거리는 보장해 주었답니다. 이 외에도 에드거 앨런 포와 헨리 제임스의 단편들을 읽었는데요, 리스트만 보면 꽤 마이너한 고딕 소설 마니아의 책장처럼 보이네요. 저는 허구의 이야기가 좋아요. 정말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등장인물들보다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다루는 이야기가 좋습니다. ‘듄’을 쫓아 사하라 사막을 가고, 대학 강의 중 가장 인상 깊게 들은 수업은 ‘SF 인문학’입니다. 그런 저에게 유령과 뱀파이어, 죽음과 부활이라는 도파민 가득한 고딕 소설이 어떻게 재미가 없겠어요? 수업을 통해 고딕 소설을 단순한 도파민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제가 SF를 좋아하게 된 계기도 그 안에 치밀하게 짜인 ‘사고 실험’의 개념을 배우고 나서였거든요. 고딕 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딕의 어원인 고트족에서부터 시작해 낭만주의와 빅토리아 시대를 지나며 발전하고 확장되는 고딕 소설을 작품을 시간순으로 짚어 가며 배웠거든요. 현대에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판타지적 클리셰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그리고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더 알고 싶어하는 저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 좋았어요.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고딕과 연결되는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이전 세대의 뱀파이어와 왜 다른지. 그런 질문들의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작품과 관점을 만나고, 앞으로 읽어나갈 텍스트의 목록에 추가하는 과정이 순수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있어요. 이 책은 SF 인문학과 고딕 소설에서 모두 다뤘거든요. SF 인문학에서는 이 소설을 최초의 SF로서 과학이 신의 권능에 도전해 만들어진 괴물이라는 점을 주로 다뤘어요. 박사의 실험실과 창조 장면에 집중했던 거죠. 그런데 고딕 수업에서는 이 소설의 숭고함에 집중해요. 이 작품은 낭만주의 고딕에서 빅토리아 고딕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있는 작품이거든요. 스위스의 압도적인 풍경 등의 묘사에 집중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 과정에서 SF와 고딕의 연결고리가 궁금해지는 거예요.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니 말이 길어지네요. 보편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니 여기서 6월에 읽은 책 이야기는 멈춰 보겠습니다. 읽은 책 리스트와 별점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세일즈맨의 죽음(아서 밀러) ⭐️3.5 드라큘라(브람 스토커) ⭐️4.0 제인 에어(샬롯 브론테) ⭐️3.5 파우스트(괴테) ⭐️3.5 지킬 박사와 하이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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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Deutchland bucket list'는 학교 행사 10번 가기 입니다. 

학교 행사 10번 가기, 성공했습니다. 겨우 10번이 뭐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다섯 명 이상 있는 곳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저에게는 제법 큰 성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코로나 학번을 핑계 삼아 mt, ot 등 대학 행사는 모조리 불참할 정도로 사교적인 사람이 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독일까지 왔으니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져보기로 했고, 결과적으로 제법 재미있는 활동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캠퍼스 내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UNIFILM이라는 행사가 있는데요, 콘클라베를 봤습니다. 영어에 독일어 자막이라고 해서 영어는 알아 듣겠지 하고 갔는데, 라틴어 ・ 스페인어 세계 각자에서 모인 추기경들이 대화할 때도 독일어 자막만 띄워주더라고요. 한 시간 정도 보다가 결국 중도 하차하고 나왔습니다. 저같은 한국인들이 극장 앞 벤치에 앉아 있어서 잠시 껴서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자를란트 대학에 있는 KIST 유럽 연구소에서 석사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이었는데, 02년생으로 저보다 어리더라고요. 휴학을 있는대로 다 쓰고 졸업할 생각인 한량 대학생인 저는 이런 성실한 친구들을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량 대학생의 일상을 이어가 보자면, 강에서 패들보트를 탔습니다. 날씨 좋은 여름날에 강에서 즐기는 물놀이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요? 제주도에서 서핑을 몇 번 해본 적이 있었는데, 패들보트는 서핑보다 훨씬 난이도가 낮은 느낌이었습니다. 누워서 파도를 향해 팔을 휘저어 파도를 타고, 순간적인 힘으로 서야하는 서핑과 달리 계속 서서 노를 젓기만 하면 됐거든요. 그런데 강이 꽤 깊어 혹시 빠질까봐 한참을 앉아서 탔답니다. 수영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물은 무서웠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타다 조금 얕은 곳으로 가 일어서 봤는데요,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이게 힘도 덜 들었어요. 앉아서 타면 허벅지랑 팔에 힘이 훨씬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앉아 있을 때 체력을 다 빼버려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서서 보트를 탔습니다. 그리고 저는 수상 액티비티라고 하면 바다에서 즐기는 활동의 이미지가 강한데, 대부분의 국토가 내륙인 독일은 많은 걸 강에서 즐기는 게 신기했어요. 패들보트는 물론이고 카누나 카약을 타는 사람들, 강에서 수영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거든요. 저도 그 틈에 껴서 여름 이벤트를 즐겨봤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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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와 이어지는 편지입니다. 3편 '최고의 요거트를 찾아서'에 이어 재프리와 나눈 이야기를 옮겨 적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제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저에게 내려주시는 연구실 일과 중간고사 과제 시험 따위에 허덕이는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메일을 읽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쓸 수 있게 됐네요. 방금 기말 팀플 발표를 하나 끝장내고 오는 길입니다. 연구실에 바로 들어가기 싫어서 잠깐 도서관에 피신 왔어요.

다름이 아니라 숭고함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부분을 읽고 든 생각인데요, 제가 몇 년 전에 전공 수업에서 고딕 소설을 배울 때 분명 숭고미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던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너도 거기서 고딕 소설 배우고 있다 그랬으니까 더 생각이 났어. 관련해서 거기서도 잘 배우고 있나요? 거기선 어떻게 가르치는지 여전히 근황이 궁금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단어는 떠올렸는데 정확한 내용이 기억이 안나서 일주일 동안 기억을 더듬던 차에... 마침 도서관에 피난을 왔으니 숭고미 관련한 책을 꺼내들었어요. '숭고 미학'(박정자 지음)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네요... '미가 대상 그 자체의 성질이라면 숭고는 대상을 바라보는 주체의 마음속에 있는 성질이다. 다시 말하자면 장미꽃은 저 스스로 예쁘지만 폭풍의 바다는 바라보는 내가 있어야만 숭고하다. 미는 언어적 재현이 가능하지만 숭고는 재현이 불가능하다. (...) 리오타르에 의하면 숭고는 근본적 타자성과의 조우에서 비롯된다. 타자성이란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또는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함이어서 우리는 그것을 표상할 수 없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표상불가능성이 바로 숭고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고딕 소설에서 숭고미가 거론되는 이유는 그래서 미학으로써의 숭고를 말할 때는 숭고의 뜻이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에서 넓어져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어떤 것, 으로 넓어지기 때문이란 걸 기억해 냈어요. 우리의 이성이 무언가에 충격을 느끼고 부정하고 싶어하는 순간에 숭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여기까지 가면 네가 말한 숭고와는 멀어지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획일적으로 계산된 섬세하고 아름다운 건물보다는 뜻 모를 미소와 살아 숨쉬던 타인에게서 '내가 이성으로 단번에 파악할 수 없는 어떤 미지'를 느낄 수 있는 거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종교에 발 담궈본 적 없는 사람으로서 문학을 공부하며 아무래도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에 마음 깊이 공감하기 어렵다는게 늘 아쉬웠어서, 네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어떤 숭고함을 상상했는지가 더 궁금해지네요.

재프리로부터

 

재프리에게 종강하셨나요? 저는 종강을 2주 앞두고 부다페스트로 떠납니다. 프라하와 런던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면, 이미 학기가 끝나 있겠네요. 이곳에서 듣는 수업들이 꽤 마음에 들었던지라, 마지막 수업을 놓치는 건 제법 아쉬운 일입니다. 여행 일정을 이렇게 짜버린 건 제 잘못이겠지만요. 대학원생의 얼마 없는 소중한 자유 시간을 ‘숭고함’에 대해 알아보는 데 쓰시다니, 영광입니다. 제가 듣는 수업에서는 교수님이 에드먼드 버크(공교롭게도 더블린 사람이네요)의 Sublime and Beautiful을 언급하신 적이 있어요. 여기에, 당신이 본 텍스트와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단순히 자연적인 것이라면, 숭고함은 거대한 자연경관처럼 압도하는 것이라고요. 프랑켄슈타인 속 스위스를 예로 들며 설명하셨는데, 어쩌면 당신이 읽은 책의 프리텍스트가 이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딕의 숭고함과 종교의 숭고함은 느낌이 꽤 달라서, 네가 말하기 전까지는 둘을 연결해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제가 종교에 바라는 숭고함은 뭐랄까, 독실함이나 순수에 가까운 것 같아요. 아마 한 학년에 열 명도 안 되는 작은 성당을 다녔고, 그 작은 공동체와 수수한 공간이 제 (옛)신앙의 바탕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딕적인 측면에서의 숭고함이라면 세비야 대성당에서도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말한 ‘기가 질린다’는 기분은, 압도되는 경험에서 나왔음이 분명하니까요. '이성으로는 단번에 파악할 수 없는 미지'를 보고 생각난 건데, 고딕 소설의 근간이 '문명의 붕괴', '야만에 대한 공포'와 연결되어 있다면, 숭고함과 고딕이 붙어 있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수많은 미지와 두려움을 다루는데, 지난주에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읽었어요. 여기 등장하는 여성 뱀파이어가, 당대 사람들이 느낀 ‘Unruly Women’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미디어와 젠더’ 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미디어 속 Unruly Women을 분석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런 학문적 연결고리가 참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달은 수업 덕분에 유난히 책을 많이 읽었네요. 당신의 이번 학기도 그랬나요? 사실 얕은 수업을 들으면 여러 책을 두루 읽기 좋지만, 깊게 파고들면 끝이 없으니 다독은 힘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제법 마음에 드는 한 학기였나요? 독서모임이 그리운, 영원으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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