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간질간질 여름 방학

8.26-9.2

2025.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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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X독일

매주 수요일, 독일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영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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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간질간질 여름 방학 "

 

9월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구독자님.

'매주 수요일 정오'라는 문구를 걸고 뉴스레터를 시작했는데,

연재를 격주로 바꿨음에도 마감 기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일상과 여행, 인스타와 뉴스레터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네요. 

하지만 마지막까지 힘내봐야겠지요 ◜◡◝ 

 

오늘은 사이프러스에서 보낸 여름의 마지막 조각을 전해드립니다. 

일주일 간 호스텔에서 머물며 여유로운 여름 방학을 보냈어요. 

덕분에 아주 노릇노릇하게 구워졌답니다. 

 

한국은 아직 제법 덥다고 들었어요.

여기는 밤이 되면 꽤 추워 저는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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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scrap of this week'는 1️⃣ 그리스어 영수증 , 2️⃣ 단골 카페를 찾아서, 3️⃣간질간질 여름방학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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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스어 영수증 

사이프로스는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 있는 국가입니다. 문화적으로도 그리스와 터키의 교차점에 있고, 공식 언어로 그리스어와 터키어를 사용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남사이프로스의 파포스는 그리스어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영수증, 간판, 메뉴에도 적힌 그리스어 알파벳을 전혀 읽을 수 없었지만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어릴적 반지의 제왕을 읽으며 톨킨이 만들었다는 가공의 언어 텡과르어에 감탄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그리스어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마트에서 그리스어 동화책으로 보이는 내용의 책도 샀습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바닷속을 탐험하는 내용이라 파포스의 마스코트 캐릭터인가 했는데, 영국의 유명한 동화 시리즈였습니다. 그 중 바다와 관련된 것들을 팔고 있었던 것 같아요. 기회가 닿는다면 그리스어 알파벳 만이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샀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외국어를 전공하며, 제가 언어를 전공할 정도로 재능이 있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는데, 어쩌면 여전히 조금은 언어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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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골 카페를 찾아서

사이프러스에는 자의로 가게 된 건 아닙니다. 제 유학생 비자가 8월에 끝나는데, 저는 9월 까지 유럽에 체류 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유학생 비자를 쉥겐 비자로 바꾸기 위해서, 비쉥겐 국가를 다녀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8월 말은 유럽인들의 휴가 성수기라 저렴한 비행기표를 찾다보니 사이프러스의 파포스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일주일 이나요. 그래서 파포스에서는 밀린 영상 작업과 하려고 노트북을 챙겨갔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 체험판이랄까요. 다행히도 와이파이와 깨끗한 화장실, 에어컨이 되는 카페가 파포스에는 참 많았습니다. 유럽 국가 답지 않게요.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어 세 번이나 갔던 카페는 'caffe nero'. 무려 아이스 차이 라테를 프라푸치노처럼 얼음을 갈아 주는 놀라운 곳이었습니다. 샐러드도 샌드위치도 맛있고, 카페는 크고 인테리어도 예뻐서 작업하기 좋았습니다. 이 카페가 제 독일 동네에도 있기를 바랄 정도로요. 유럽에 와서 차이 라테에 빠졌는데, 카페 네로의 아이스 차이 라테는 한국에 돌아가도 종종 생각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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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간질간질 여름방학

사이프러스에 유일하게 기대한 건 바다였어요. 지중해 바다. 여러번 언급했지만 수영 러버인 저는 바다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매일 수영하고, 저녁에는 영상 작업하는 날을 일주일 내내 보내려고 했죠. 실제로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블루라군 투어도 했습니다. 지중해 바다는 정말 뭔가 다르더라고요. 소다색으로 반짝이는 바닷물은 햇빛을 받아 수온이 아주 따뜻해 물에 들어가 있으면 춥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여행 내내 노을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해변에서 일몰 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인생 최고의 일몰을 여기서 만났어요. 블루 라군 투어도 좋았습니다. 보트를 1시간 정도 타고 나가 파도가 치지 않는 얕은 바다에 내려주는데, 저는 바다에 둥둥 떠 책을 읽었습니다. 파포스의 해변에는 바위가 많은데, 바위와 부딪혀 만들어지는 파도가 제법 세 해수욕장에서 책을 읽기는 꽤 힘들었거든요. 가져간 책을 완독하고, 보트에서 워터 슬라이드도 탔습니다. 코를 막는 걸 까먹어 물이 코로 잔뜩 들어갔는데, 한국의 바다에서 물에 빠졌을 때 보다 훨씬 짜더라고요. 눈물과 콧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자극성 피부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목걸이를 낀 라인을 따라 난 발진이 가슴과 목 전체에 퍼졌거든요. 사실 같은 일이 작년 여름에도 있었는데요, 똑같이 선크림을 바르고 바다 수영을 했어요. 당시에는 쇠 목걸이를 하고 있어서 쇠독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올해는 순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약국에서 먹는 항히스타민제와 바르는 알러지 크림을 샀는데, 지금도 가려움과 발진이 남아 있어요. 여름 방학은 끝났는데 간질간질함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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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 편지를 받으면 저도 지금 타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기에 공감도 되고 영원님의 글을 읽으며 독일에서의 삶을 상상 해보기도 합니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외로워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이곳에 와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이 생활들을 충분히 즐기려고 생각하다가도 현생에 치여 그저 지루한 나날들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그럴때마다 영원님의 편지를 읽으면 제가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대해 용기를 얻기도 해요! 이 시간 충분히 즐겨도 마땅하다!라는 생각과 함께요 저는 듄을 보지도 않고 그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지만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고 짧게 옮겨 적어주신 책 내용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너무 좋은 책 같아서 꼭 읽어보고싶어요! 서로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전하는 편지가 참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또 응원하게 만드네요!! 타지에서의 생활 우리 잘 버티고 많이 경험했으면 합니다!! 응원할게요💗💙

JIN
JIN님께, 모로코의 이야기를 즐겨주셨다니 기쁩니다. 사실 저는 오늘도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피에르 베르제)'를 다시 읽었어요. 호숫가 벤치에 앉아 훌쩍거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마다 우는데, 눈물을 흘리면 감상이 리셋되어 매번 같은 감동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쯤이면 JIN님도 읽어 보셨으려나요? 타지라 종이책을 구하기 힘들겠지만, 전자책도 있으니 재차 추천드려봅니다. 오늘 문득 길을 걷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지만, 지옥 중 덜 괴로운 지옥을 고르는 건 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느 곳이 덜 괴로운 지옥인지는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도요. 저는 서울에서의 삶이 버거워 독일에서 잠시 쉼표를 찍으러 왔는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서울에서의 삶이 제게 가장 맞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렇다면 이걸 실패라고 불러야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독일을 가기 전과 지금의 저는 꽤 다른 사람이 되었거든요. 비록 독일이 제게 딱 맞는 보금자리는 되지 못했지만 멋진 이야기와 경험을 잔뜩 안겨줬으니까요. JIN님의 타지 생활은 어떤가요? 도전해보고 싶다던 일은 시도해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그곳에서의 일상을 응원하며, 멋진 9월 되시길 바라요. 응원의 마음을 담아, 영원 드림.

 

 

안녕하세요! 한국 고등학생입니다. 최근에 좋은 기회를 얻어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다녀오기 전부터 영원님 영상을 즐겨 보았는데, 다녀오고 난 후 더욱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ㅋㅋ 어쨌든 저는 특히 파리에서 느낀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들! 소중한 사람과 공원 들판에서 햇볕을 쬐고, 센 강 강가에 앉아 사랑을 나누는 모습들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영원할 거 같은 시간이었죠. 다녀온 후 제 삶의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나중에 그곳에서 꼭 살고 싶어졌어요.. 아니! 꼭 그곳에서 젊은 날에 살 겁니다. 유학이든 여행이든요.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할 이유도 찾은 것 같네요.. 아무튼 말할 사람이 마땅히 없어 영원님에게 그냥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어 남깁니다. 항상 파이팅 하세요!
P.s. '잔나비'아세요? 비행기에서 '그 밤'?인가 노래듣는데 가사가 너무 시적이고 예뻐서 한 번 들어보셨음해요! 영원님은 어떤 노래 좋아하시나요?

Jidori

 

Jidori님께, 마침 사이프러스에서 잔나비의 노래를 잔뜩 들었어요. 최근 '사람들은 다 그래 맛있는 걸 먹을 때와 여름의 바닷가에서'에 빠져있었거든요. 그 김에 Jidori님의 편지가 생각나 '그 밤 그 밤'도 들었습니다. 저는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데, 주로 브릿팝이나 제이락을 좋아해요. 하지만 종종 검정치마나 잔나비, 심규선 같은 한국어 가사가 예쁜 음악도 듣곤 합니다. 사이프러스에서는 매일 바다에서 노을을 보느라, 밤 거리를 30분 이상 걸어 숙소로 돌아오곤 했는데, 그 때 잔나비 노래를 핸드폰 스피커로 틀고 흥얼거리면서 걸었어요. 여기서는 다 노래를 크게 틀더라고요. 노래를 흥얼거리다 고양이를 만나면(여기는 고양이가 참 많아요) 흥얼거리며 쓰다듬다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Jidori님의 런던과 파리 이야기를 들으니 제 고등학생 때가 생각나요. 저는 고등학생 때 미국 아이비리그 투어를 다녀온 적 있는데, 그 때 미국 대학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거든요.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 하는 학생들, 자유로운 강의 분위기, 이젤과 캔버스를 챙겨 나와 그림을 그리는 모습... 거기에 반해 미국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됐고, 그건 한참 제 원동력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목표를 가지게 되었지만요. Jidori님께도 찾아올 유럽에서의 날들을 기대하며, 언젠가 유럽에서 편지 보내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영원 드림.

 

최고의 요거트를 찾으며 모인 요거트 뚜껑을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가장 반짝이게 간직할 방법은 역시 기록이구나! 깨닫습니다. 독일에서 날아온 편지를 읽고 처음으로 참외와 함께 곁들일 그릭 요거트를 샀어요. 아직은 조금 생소하지만 어쩌면 작은 여행의 시작일지 모를 이 작은 요거트를 냉장고에 넣어 두고 답장을 보냅니다.

마럽
마럽님께, 8월에 다녀오셨다는 유럽 여행은 어떠셨나요? 독일에서 출발했다고 하셨으니 독일 요거트도 드셔보셨을까요? 마럽님의 시선에서 본 독일, 그리고 유럽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고요. 참외! 독일에서 종종 한국의 과일이 그리워지곤 하는데 참외도 그 중 하나 입니다. 저는 원래 참외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작년 여름 한국의집에서 전통 다과와 참외 빙수를 먹어본 뒤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참외를 곱게 갈아 얼음으로 만들고 팥을 올린 빙수였는데, 너무 깔끔하고 맛있었거든요. 마럽님은 빙수를 좋아하시나요? 참외, 초당 옥수수, 호박 고구마...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들이 아주 그리운 요즘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먹을 음식 리스트를 작성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안됐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마럽님도 여행 동안 한국 음식을 그리워 하셨을지 궁금하네요! 참외가 그리운, 영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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