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p입니다. 뜨거운 여름, 안전하고 선선하게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탈것경주동네 방학 동안에 이것저것 해 봐야지 - 하는 생각도 잠깐뿐, 현생 힘주다 보니 그 사이 또 2주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달력 보니까 이번 주말이 실질적인 F1 여름 휴식기 끝이겠더라고요. 팀들도 드라이버들도 일단은 쉰다/쉬었다고 하지만 미디어비스무리들은 쉬지 않고, 루머 방앗간은 오늘도 돌아갑니다. 그럼 그 사이 벌어진 일들 중 가십들은 적당히 덜어내고 시작해보겠습니다.
최근 소식들
* 8월 8일자로 FIA가 새 의료지침을 발표했습니다(fia.com). FIA가 주요 의료 전문가들과 협력해 만든 새로운 의료 가이드라인으로, "모터스포츠 종목에서 운전자의 건강, 경기력, 그리고 발전을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의지"라고 합니다. 뇌진탕 위험성 문제와 함께 스포츠에 참여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트라우마 문제에 대한 가이드도 포함된 점이 눈에 띕니다. 관련 문서는 이쪽에서. https://www.fia.com/medical 영문판이긴 하지만 pdf 확인/다운로드도 가능합니다.
* 메르세데스의 조지 러셀이 그랑프리 드라이버 협회(GPDA; 일종의 "F1 드라이버 노조"와 비슷한 무엇) 활동 관련 인터뷰를 했습니다. 러셀은 F1에서의 안전 문제 쪽에 확실히 목소리 내는 쪽이죠. 동시에 F1/FOM이나 FIA와 싸우기보다는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같기도 합니다(애초에 이 안전 문제는 드라이버들끼리만 개선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긴 하니). motorsport.com 기사에서도 그 부분 강조하고 있고요.
* 2025시즌 챔피언십 경쟁은 별 문제가 없다면 맥라렌이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 드라이버스 챔피언십 모두를 가져갈 분위기- 처럼 보이는 요즈음이지요. 그런데 두 드라이버 중 누가 챔피언이 될 것이냐의 문제가 이제 갈등의 싹(?)같은 게 될 수도 있다보니 팀 안팎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8월 8일자 작 브라운 사장의 편지를 봐서는 누가 되었든 우리 팀 둘 중 하나 입장인데, 이제 the Race를 비롯한 탈것경주동네 매체-비스무리들은 2007시즌(!) 얘기까지 꺼내며 집안싸움을 기대하는 모양새입니다. 저기가 그나마 순한 맛으로 다루고 있기는 한데, 이 "집안 싸움"문제는 대체로 잘 팔리는 막장드라마 소재다보니 하반기에는 틈만 나면 얘깃거리로 꺼내들 것 같고 그렇네요. 정작 두 드라이버들은 꽤 잘 지내는 것 같은데도 말입니다?! 지난 시즌(2024) 인터라고스(브라질/상파울루)나 루사일(카타르)만 봐도 그렇고.
* 2026시즌 기술규정변경을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체 쪽이랑 동력장치/파워유닛 쪽을 한번에 개정하기 때문에 좋은 쪽이든 아니든 큰 변화가 되긴 할 텐데요. 드라이버들이 운전 방식의 특정한 측면 - 아마도 하이브리드 시스템 활용? - 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게 다루어야 할 가능성 지적도 나왔네요 그것도 윌리엄스의 제임스 볼스한테서(motorsport.com 기사 참고). 역시 '가 봐야 안다'는 쪽이긴 합다만 "포뮬러 E를 좀 더 극단적인 버전으로 생각해 본다면" 같은 비유가 나올 정도면 모르긴몰라도 운전자 여러분 힘내십시오 싶어집니다?
* 2026 기술규정변경 얘기 조금 더(motorsport.com): FIA에서 "2014시즌의 경험을 통해 FIA도 교훈을 얻었다"는 식 얘기가 벌써부터/또 나오는 건 좀 그렇죠? '메르세데스 시대'가 열린 데에 분명 그 파워유닛 우위도 있긴 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는데요 참. PU 성능이 처지는 제조사 쪽에는 추가 개발기회를 어떻게든 부여할 모양인데 그렇다고 WEC식의 "성능 균형(Balance of Performance)"을 도입하는 것에는 FIA 윗선 차원에서부터 반대하는 입장이 확고한 모양입니다.
* F1 CEO 스테파노 도메니칼리가 "점점 더 많은 프로모터가 스프린트 레이스를 원한다"면서 리버스 그리드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The Race 기사). The Race 유튜브 커뮤니티 투표에선 응답자 44%가 스프린트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는데 - 그런 설문조사 있었는 줄 몰랐네요, 저도 절대필요없음에 한 표 보내고 올 걸 - 경영진 입장은 스프린트 폐지할 일 없음, 쪽으로 확고하게 가는 것 같아요. 만일 형식이 변경된다면 F2나 F3에서 한다는 리버스 그리드(퀄리파잉 결과랑 반대로 스타팅그리드 정하기)등등은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랑프리 주말'을 더 좋아하는 저같은 입장에서는 영 못마땅한 변경점이 될 것 같습니다.
* 포르투갈에서 2027시즌 캘린더 복귀를 추진하는 분위기입니다(autosport.com 트윗). 총리가 2027시즌 알가르브 서킷에서 그랑프리 개최할 준비를 마쳤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는데... 2020시즌 "역병 시국"때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 적이 있긴 했었죠. 포르투갈어 가능하신 분은 현지 언론 보도도 참고해보십시오.
*크리스천 호너가 공식적으로 레드불(Red Bull Technology Ltd; RBR계열 지주사)의 이사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PlanetF1.com). 이것으로 팀은 헬무트 마르코 계열이 장악한 걸로 보입니다. 실버스톤 2025 이후 팀 프린시펄 및 CEO직에서 잘리긴 했지만 외양간과 호너 사이 "공식적 연결고리" 끊긴 문제는 꽤 중요한데요. F1 예산제한규정에서는 드라이버 급여와 팀에서 가장 높은 급여 받는 직원 3명은 이 "제한" 에서 예외로 두기 떄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살짝이라도 여전히 호너가 RBR 직원 노릇을 하게 된다면 호너 급여만큼이 이 예산제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겠죠? 영국 기업청(Companies House)에 제출된 문서들 때문에 이게 알려진 모양이던데, 플라넷F1 저 기사에서 은근슬쩍 함께 흘린 소문도 영 떨떠름하군요. 버니 에클스턴과 팀을 맺어서 알핀 팀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꽤 크게 돌긴 했나봅니다... 일단 플라넷F1 차원에서 소식통들에 확인한 바로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보는 것 같고요(저도 저기를 그렇게까지 신뢰하지는 않습니다만, 패독 가십 문제엔 발빠른 곳 중 하나여서). 제발 아무도 주워가지마 싶은.
구독자님들로부터 받은 질문들
1) 드라이버 관계성 문제
요즘들어 엪원붐이 일어나면서 브로세데스에 대한 붐도 일어나더라고요. 정말 알못을 위해 이들의 역사와 관계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 포괄적이라면 패스해주셔도 됩니다.
ㄱ님
메르세데스 시절 루이스 해밀튼과 니코 로스베르크의 라이벌 관계를 '브로세데스'라고들 부르고는 합니다. brother + mercedes 식의 조어. 정작 그 당시(2013-16)엔 그보단 silver war같은 말을 더 썼던 거 같은데 가물가물하네요. 이것을 스포츠-라이벌리로 볼지, 그 이상의 (RPS적인 측면을 포함한)"쉬핑 문제"로 볼지, 어떤 드라이버에 더 마음이 쓰이는지, 그 시절을 실시간으로 겪었는지 아니면 "끝난 이후"에 되짚어올라가는지 ... 등등으로 정말 다 다른 입장이 나올 문제인데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호불호나 해석도 극명하게 갈리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맥라렌 쪽을 오래 지켜봐왔다보니 해밀튼 쪽으로 기우는 편인 점 참고해주십시오.
담백한 역사만 말씀드리자면 탈것경주동네 첫단추 채우는 시점부터 개인 인연과 커리어 인연이 겹쳐 얽혀있던 쪽에 가까운데, 이런 경우 보통은 출신이나 배경이 엇비슷하지만 달라도 그렇게 다를 수가 없었다는 점이 큰 차이겠어요. 둘은 카트 타던 시절부터 함께해온 또래 친구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너무나 다른 인종적/경제적/사회적 배경이 있고요. 해밀튼은 영국의 워킹클래스+인종 믹스 가정 출신, 로스베르크는 1982시즌 F1 드라이버스 챔피언의 외아들로 모나코에서 나고 자랐죠, F1 데뷔는 로스베르크가 2006시즌, 해밀튼이 2007시즌으로 한 해 차이가 있습니다. F1 와서부터는 해밀튼이 더 앞서가는 쪽이었습니다만은. 이후 로스베르크는 2010시즌 메르세데스의 워크스 팀 스타팅멤버(?)가 되었고, 2013시즌 해밀튼이 메르세데스로 팀을 옮기면서 팀메이트가 됩니다. '어릴 적 친구가 팀메이트 됨' 으로 꽤 화젯거리였어요.
2014시즌부터 시작된 메르세데스 챔피언십 경쟁에서 2014-15 해밀튼 승, 15시즌 초중반부터 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2016시즌에 폭발했고 2016 최종전에서 드라이버스 챔피언십은 니코R에게 가지만 이후 니코R은 거의 곧바로 F1에서 은퇴, 해밀튼과는 회복불가 레벨로 어긋난 사이가 아직까지 수습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탈것경주동네에서 그 둘을 써먹는 방식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팬들의 소비 말고, 중계를 포함한 F1 미디어들 얘깁니다).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았긴 했지만 이제 이걸 일종의 낭만적 비극-서사로 소비할지 "수습"할 필요도 없는 그냥 시절-인연으로 볼지는 보는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겠지요. 제가 틀어진 관계 개선에 꼭 “용서”나 “화해”가 필요한 건 아니고, 모든 관계를 굳이굳이 유지해야 할 필요도 없다 보는 쪽이어서일 것 같아요 이 부분은.
2) 몬차에서 "토tow"가 중요한 이유
ㄴ님, ㄷ님 비롯한 몇 분이 비슷한 질문을 보내주셔서 한 번에 답 드립니다.
F1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토" 내지는 "토잉"이라고들 하는 건 앞차가 뒷차가 겪는 공기 저항을 줄여서(=뒷차가 앞차의 슬립스트림을 이용해서), 일종의 '끌어 주는' 효과를 만들어주는 걸 가리킵니다. 속력이 낮을 때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지만, 빠를 때엔 부스트 효과(?)가 더 커지고요. 스파프랑코샹 서킷의 긴 직선구간(케멜 스트레이트)나 몬차 서킷의 거의 대부분에서 이런 효과를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퀄리파잉 세션에서 적절한 자리잡기를 통해 이득을 보려 하는 모양새라든지(이러다 몬차 2019 Q3때는 웃픈 일도 있긴 했는데요...), 레이스 때 전략적으로 이런 끌어주기를 이용한다든지. 그렇다보니 꽤 얘깃거리가 됩니다. 특히 퀄리파잉 세션에서요. 작게는 누가 먼저 나갈 것이냐-부터 크게는 '다른 집에는 토 안 주면서 내 팀메이트는 끌어줄 수 있게끔 자리잡기' 까지. 레이스 상황에선 상대 팀 드라이버가 앞차고 내 팀 내 드라이버가 추월하는 입장이라면 앞차 입장에선 이게 "악용"같아질 수도 있겠죠?
이 문제(?)는 F1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정확하게 몬차를 짚어서 토란 무엇이고 왜 몬차에서 중요한지를 정리해 준 적이 있기는 해요. 2020시즌 얘기라 좀 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선 이저 영상 참고하시는 게 제일 정확할 겁니다. 영어인 게 아쉽긴 한데 화면만 보셔도 아 이래서 토잉 얘기 하는구나 - 싶어지실 듯.
3) 방학 때 볼 만한 정말정말 레전드 F1 경기
겹치는 질문이라 모아서 (2)
응원하는/눈여겨보는 드라이버가 있거나 응원하는 팀이 있다면 그 드라이버/팀 우승이나 다른 좋은 결과 이룬 날을 다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힘이 세고, 다시 볼까-할 때 생각날 만한 레이스에는 대개 그럴 만 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제가 국내 중계로 F1 보질 않는 바람에, 한국에선 어디까지 다시보기를 제공하는지 모르겠어요. F1TV Pro 쓰시면 꽤 예전 GP들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기준으로, 최근 것 위주로 추천드릴게요.
- 2024시즌 영국 : 이 목록에서 딱 하나만을 말씀드린다면 이걸로 할게요.
- 2023시즌 싱가포르, 멕시코
- 2022시즌 바레인
- 2021시즌 헝가리, 상파울루(인터라고스; 이건 스프린트부터 추천. 스프린트를 해밀튼 온보드 채널로 보시는 것도 고려해보십시오)
- 2020시즌 튀르키예, 토스카나(무젤로)
좀 더 예전 것이라면 2018시즌 독일, 2013시즌 아부다비, 2012시즌의 미국이나 브라질, 2008시즌 영국(*실버스톤 레이아웃 지금이랑 살짝 다르던 시절), 2007시즌 일본(*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던 때)등등도 추천드립니다. 아주아주 시간 여유가 많으시다면 2011시즌 캐나다도 고려해보십시오(...정말 시간 많으셔야 함). 그런데 예전으로 거슬러올라갈수록 중계 화면의 불친절함 문제(이미 중계 보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정보 파악이 어려울 수 있음)나 드라이버들 낯선 문제, 그리드 걸 세우는 문제 등등이 겹칠 거라서 그 점은 감안하시면 좋겠어요.
아참, Pro 구독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 경기, 자막 없는 영어 중계로라도 다시 보고싶어 - 싶으신 분은 제게 이메일이나 DM으로 살짝 연락을... 혹시 모르니까요. :)
최근의 TMI
* DRS아세요무새들을 음소거시킬 바로 그 내용, "DRS가 뭔지 운전자가 직접 썰 푼다" 윌리엄스의 까를로스 사인스 버전. 영어 자막도 있습니다. 윌리엄스 ㄳ ㄳ.
* 어떤 천문학 연구자 여러분의 진지한 팬심 반영: 국제천문연맹에 드라이버 이름을 정식으로 소행성 이름으로 등록하기. 진짜더라고요. 명명 사유도 근사합니다. 누군가는 당사자(!)에게 저 소식 전했기를 바랍니다.
* WEC 나갈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하이퍼카 첫 셰이크다운(YouTube). GMR-001이라고 합니다, 좋은 출발점이 되길.
그리고 다가올 이것저것
* 8월 29-30-31일 네덜란드 그랑프리가 열립니다. 2025 여름방학 진짜 끝, 개학은 잔드보르트에서. 헝가로링에서 종강하고 가을학기는 스파프랑코샹에서 시작하는 거 아니었냐-싶은데 그건 예전 달력 얘기고 ... 요샌 그렇게 됐네요. F1아카데미 있는 주말이기도 합니다. 혹시 그간 시차 문제나 다른 스케줄 문제로 F1아카데미 놓치셨다면 유튜브 채널에서 지난 경기들 비롯한 소식들 확인해보십시오.
* 저의 2025시즌 직관 계획 #2도 곧이네요. 탈것경주 구경 취미에 있어서는 저는 정말 비이성적인 어쩌구저쩌구이기 때문에 저를 직관-기준값으로 놓으시면 안 되고 .... 그래도 아무튼 갑니다 몬차. 닉값하는 사람답게; 아직도 세부 일정은 다 안+못 짰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준비중입니다. 부디 이번에도 별탈없이 잘 다녀올 수 있기를 기원해주십시오.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지는 9월 2일에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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