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p입니다.
지난 편지는 잘 도착했을까요? 이걸 두드리다 보면 트윗과는 또 다르게, 이야기에 나오는 '유리병 속 편지'보내기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메일 열어보실 즈음에는 아마도 F1 차원의 신차공개 이벤트 시작 전이거나 한창 하고 있거나 할 것 같아서(...라고는 해도 유튜브 라이브 기준 한국시각 19일 새벽 5시부터군요;) 겸사겸사 전해드립니다.
오프시즌이 조용하기는 무슨, 정말 여느 때와 같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우며 모두가 모두를 상대로 낚시를 하는 것만 같은 불신의 현장인 F1입니다. 바로 시작할까요? 아 그 전에 잠시, 달력 체크하시고요:
* F1 2025시즌 달력 - F1 공식 웹사이트; sync calendar 기능 활용하십시오.
* F1 아카데미 달력 - 공식 웹사이트; 마찬가지.
* RaceFans.net의 F1 달력 - RaceFans(구 F1 Fanatic)에서 매 해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달력. 위의 공식 달력에 팀 신차공개, 프리시즌테스팅 등의 관련 이벤트 일정을 더한 버전입니다. 저는 이쪽을 n년째 구독하고 있습니다(구글 캘린더/iCal/HTML버전 지원합니다).
뭔가 포메이션 랩 마친 느낌적느낌. 그럼 최근 소식들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최근 소식들
* 자우버가 영국 잉글랜드 남동부의 '모터스포츠 밸리'에 새 기술 센터를 만든다는 소식입니다(BBC 기사). 2026시즌에 아우디 간판을 달 예정이라 그 지원의 일부인 모양이에요. 그간 이 집이 스위스 힌빌에 자리잡고 있다 보니까 인재 채용(특히 개발 쪽)에 상대적으로 불리했을 수 있다 보고, 당사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어쨌는지.... 하기사 실버스톤 서킷 문앞에 자리잡다시피 한 아스톤 마틴이나 그 인근 지역 - 브래클리와 브릭스워스의 메르세데스, 밀튼케인스의 레드불레이싱 - 좀더 넓혀 그로브의 윌리엄스나 워킹의 맥라렌까지 그리드 절반 내지는 그 이상이 영국 고만고만한 동네에 공장을 두고 있다 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페라리는요?싶지만, 그거야 페라리니까요. :P
* 캐딜락이 팀 매니저로 하스에서 일했던 피터 크롤라를 영입했다고 합니다(The Race 기사). 이쪽도 2026시즌 그리드 합류 목표로 상당히 진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투자 계획 발표한 것도 그렇고.
* 한편으로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이래저래 시끄러운 와중, 포드하고 제너럴모터스(GM)의 모터스포츠 활동에 트-관세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흥미롭겠습니다. 두 회사 모두 멕시코하고 캐나다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데다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 비중도 상당하다고 하더라고요. 비용 증가는 늘 문제가 되죠. 자동차회사에 자금난 비슷한 조짐이라도 생기면 제일 먼저 씀씀이 줄이는 게 탈것경주쪽이다보니... 포드는 아시다시피 외양간 계열에 2026시즌부터 최소 2030시즌까지 엔진 공급하기로 되어 있고 캐딜락은 GM 계열입니다. 이밖에도 미국에서 공급되는 장비나 부품 사용하는 팀들 더 있다면 저 관세 정책이 탈것경주팀들에 영향 미칠 가능성 있겠어요. 지켜봐야 할 듯.
* 일본에서는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추진하던 중 사실상 무산되었단 소식도(매일경제 기사, FT 기사). 애초에 '되겠냐고요' 싶은 경영 합병 추진이긴 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양사의 모터스포츠 활동에 영향이 있을지 어떨지 궁금합니다. 혼다는 F1하고, 닛산은 포뮬러 E쪽하고 연결고리들이 있다 보니. 결국 2월 13일자로 협상은 최종 결렬.
* 모엣&샹동 F1 공식 샴페인으로 복귀 발표. '공식 샴페인 복귀'라니 말이 좀 우스꽝스럽지만, 포디움 세리머니에 쓰는 축하주였던 적이 있다가 다른 걸로 바뀌었다가 했던 바람에요. LVMH그룹과 F1의 파트너십 일부로, 올해 벨기에 그랑프리의 타이틀 스폰서도 맡을 예정이라 합니다. 호주GP에 루이 뷔통이 붙었으니 그럼 이제 LVMH 중 헤네시만 남은 셈인지. 아참, 올 시즌 모나코GP 타이틀 스폰서로 태그호이어 확정입니다. 있는 집이 더하다더니 돈 쓰는 만큼 다 챙겨놓는 느낌도.
* 2월 5일자로 저우관위 페라리 리저브 드라이버 합류(팀 발표 글). 기존에 리저브로 있었던 안토니오 지오비나치도 리저브로 있으면서 페라리 WEC팀 쪽에 참가한다고 하네요. 갑자기 그리드 평균 패션감각 최상위권으로 치솟는(그렇지만 팀웨어는 어째 아직도 여엉인) 마굿간. /깊생
* 스폰서십 소식들: 2월 11일자로 윌리엄스 타이틀 스폰서 발표. 그리하여 "ATLASSIAN WILLIAMS RACING"이 되었습니다. 저 회사는 나스닥에도 상장되어 있는 호주의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데요, 티커가 재밌더라고요. 이렇게 올 시즌은 맥라렌만 (일단은)타이틀 스폰서 없이 출발하게 될 듯합니다. 작 브라운 사장 수완이 좋으니 어떻게 엮어올 것도 같고요 - 마스터카드 소문이 2024시즌에 꽤 돌았던 것 같은데 어떨지는 봐야 알 듯 합니다(F1 동네의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그리고 아스톤 마틴의 뜻밖의 스폰서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공식 스킨케어 파트너'라니 F1에서 이런 걸 보게 될 줄이야.
* 맥라렌 기술+개발팀의 에어로다이나믹스(공기역학) 부문 담당 피터 프로드로무 재계약 소식(BBC 기사). RaceFans에서 이 소식에 덧붙여 전한, RBR 수석전략가 윌 코트니는 올해 말에 맥라렌 합류한단 이야기도 재밌네요.
* 몇몇 집은 F1 차원의 론칭 이벤트에 앞서 차를 공개했습니다: 맥라렌의 MCL39(저 독개구리 리버리는 카모플라주;로 최종사양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하고 윌리엄스 FW47이 대표적. 영국 팀들답게(?) 실버스톤에서 셰이크다운 겸해 공개한 케이스들입니다.
* 그 와중에 FIA와 F1/FOM간의 신경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번에는 팀 라디오 쪽까지 튀었군요. 모하메드 벤 술라옘 FIA 회장은 운전자가 새로운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FIA가 팀 라디오를 제재할 수 있다 경고했습니다(RaceFans 관련 글). 방송 송출을 막겠다는 것인지 드라이버-피트월 사이 통신 자체를 제재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그리고 저는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현행 F1 중계에 포함되는 팀 라디오 메시지들은 이미 한 번 필터링된 것들인데 - 약간의 지연이 있어요. 그래서 실제로 그 대화가 오간 바로 그 때가 아닌 때 덧붙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욕설은 삐익 처리되며, 애초에 모든 대화가 전부 방송에 나오는 것는 것도 아닙니다 - 현 FIA 회장은 드라이버들의 "언행" 문제를 핑계로 사실상의 메시지-검열을 강화하고 싶어하는 모양입니다. 그 "페널티 가이드라인"문제만 해도 일방적 통보였다는 모양이라. GPDA가 아직까지 그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별도 입장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의아합니다만은 프리시즌테스팅 전후로는 분명 미디어 질문들 들어가기 시작할 것 같고 그렇네요.
최근의 TMI
* 그나저나 올해의 팀웨어는 팬들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모조리 못생기게 만들기로 팀 담당자들이 단체 협약이라도 맺었는지 상태 멀쩡한 데가 없어보입니다. 그래도 열 곳 중 한둘 정도는 어떻게 해낼 줄 알았는데 도대체?? 모델에 속지 않기. 아닌 옷은 아닌거예요. 가격도 진짜 너무한 수준. 으 !
* 심기일전해(?) 박박 깎고 나타난 알핀. 2007시즌 맥라렌 이후 이 정도의 밤톨-밤톨 조합 처음같은데요. 문제는 최소 프리시즌테스팅 때까지 머리모양을 어떻게든 해 오지 않으면 올해의 스타팅그리드 알림용을 비롯한 공식 프로필사진에 저 상태가 그대-로 담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어서 ... 이렇게 된 이상 그리드의 모두가 다같이 박박 깎고 왔으면 좋겠는 저의 작은 마음(그리고 이왕이면 면도도 싹 했으면).
* 아스톤 마틴의 랜스 스트롤이 포르투갈에서 랠리 카를 테스트했다고 합니다. 서동요 기법일지 무엇일지는 모를 일이고, 일단은 오프시즌을 재미있게 보낸 정도로 생각하기로 합니다.
* 하스의 에스테반 오콘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출연했다는 소식입니다. 커플파괴범역 카메오라니 너무함 그런데 어울림(.....). 넷플릭스에서 2월 12일 공개. 영화 정보는 이쪽. 한국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아참. 넷플릭스가 F1 미국 중계권을 노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The Times 기사 - 페이월 걸려 있음, NYT 기사도 참고). ESPN과의 중계권 계약이 슬슬 끝나가서(+단독 협상 기간 만료도 있고 해서) 얘기가 나오는 모양. 확정은 아니고, 입찰 전망 정도인데 북미 시장이 워낙 크다보니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하네요. 특히 F1TV Pro 서비스의 향방 때문에 -_-;;;; 그간 F1TV는 해당 지역에 중계권 계약 있는 방송사 또는 스트리밍서비스 있을 경우 Pro 가입 자체를 막아버리는 게 기본값같던데(=이래서 한국이 쿠* 중계가 있는 한은 Pro 서비스 정식 접근이 안 되는 것... 영국도 스카이 있어서 이게 안 됩니다) 미국은 예외였거든요? 만약 넷플릭스로 넘어간다면 2026시즌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OTT들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꽤나 열심이긴 한가봐요. 넷플릭스 본사뿐 아니라 한국 지사도 마찬가지인 모양.
* 올 시즌 그리드 구성원의 30%가 (사실상의)루키들인 것 알고 계셨습니까? 다음 노트에 팀/드라이버소개 적어볼까 해서 슬슬 둘러보다가 ?!?!?! 상태가 되었답니다. 진짜로 GP참가이력 0회인 드라이버만 고르라면 3명이지만 적은 수는 아니죠, 다 합쳐봐야 스물인데. 어째 어항 물갈이하는 느낌도 있고 그렇군요.... /깊생 +1.
그리고 다가올 이것저것
* 2월 4일, 올해 5월 5일에 있을 멧 갈라 2025의 드레스코드가 발표되었습니다: "Tailord for You". 공동 호스트(co-chair)중 한 명으로 해밀튼이 이름을 올렸죠(멧 갈라 2024때 해밀튼의 'the Gardener' 차림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했던 제 트윗 갈무리 버전은 여기에). 올해 멧 갈라 테마가 "흑인 남성의 스타일을 탐구하는 ‘슈퍼파인: 테일러링 블랙 스타일(Superfine: Tailoring Black Style)’"이라 하니 당연한 듯 매우 까다로운 드레스코드같으면서 ... 또 5월 4일이 마이애미 그랑프리 레이스데이이기도 하니까, 그 주말의 출근길 차림들도 기대되네요.
* 신차공개 소식들: 2월 19일 페라리 SF-25 공개. 피오라노에서 곧바로 셰이크다운 갈 것 같습니다. 여긴 3월 6일에도 밀라노 시내에서 뭔가 행사 할 모양이더라고요. 2월 23일 아스톤 마틴 AMR25는 바레인에서 공개한다니 테스팅 직전에 차 보여준단 느낌이고, 2월 24일 메르세데스 W16 공개 + 25일 셰이크다운 예정도 마찬가지.
(*2025-02-19 16:45 정정: 밀라노에서 있을 페라리 행사 일자는 7일이 아니라 3월 6일이라고 합니다. 숫자 주의하겠습니다! ^_ㅠ)
* 2월 26-27-28일 2025시즌 프리 시즌 테스팅. 바레인 사키르 서킷에서 열립니다. 마침내! 올 시즌의 차들을! 트랙에 올려놓고! 진짜로 돌려볼 때가 다가옵니다. 저는 기록-순위는 좋으면 챙기고 아니면 흘리는 식으로 보고 있으며 눈여겨보는 건 그날그날의 주행 거리 쪽(=대충 몇 랩 돌았는지). 오전 오후 합쳐 100+랩은 달려야 좀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믿을 수 있는 차의 중요성이라 해야하나. 아 참, 사고 없고 레드 플랙 없었으면 하고요.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
* 넷플릭스 시리즈 [본능의 질주Drive to Survive] 3월 7일 새 시즌(시즌 7) 공개 예정. 2024시즌을 다룰 텐데 과연 비중이 어떻게 될지가... 시즌 2 이후로는 안 봐서 감이 안 오네요. 조만간 업계-시사회 있을 것 같으니 그때 가서 이야기 다시 해도 될 듯합니다. DtS에 대해서는 호불호 갈리고 - 그럴 수밖에 없다 생각해요 - 굳이 따지자면 저는 안 좋아하는 쪽이지만, 소위 "DtS 유입"으로 F1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가볍게 보는 사람들을 싸잡아 묶는 건 더더욱 안 좋아합니다 첫 시즌 공개가 언젯적 일인데 아직도 그런 걸 따지고 있는지. 재밌게 보시는 분들은 또 재밌게 보시고 그러다 중계도 좀 보시고 DtS 제작진이 어디의 뭘 얼마나 왜곡하는지 기함하고 그러다 풀 시즌 같이 달리고 ... 그렇게들 되지 않겠습니까. 이거 너무 F1 높으신분들만 신나지는 결과라서 제가 심드렁해하는듯;
오늘의 이야깃거리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스포츠 경기 시청의 위험이 모든 경기에 나타나는 건 아니다. 위험은 우리가 어떤 팀의 팬이 될 때, 다시 말해 우리가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할 때 찾아온다. 데이터는 우리가 결과에 신경을 덜 쓸수록 스포츠 경기를 즐겁게 관람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때는 우리 모두 불교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우리는 세계적인 운동선수들의 기교를 즐길 수 있다. 스포츠를 보면서 결과에 신경을 쓸 때 우리는 승리가 주는 기쁨보다 패배의 고통이 더 커지는 함정에 빠져든다. 스포츠 세계에서 얻은 데이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당신이 응원하지 않는 팀들의 경기를 더 많이 시청하라.’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에서 인용
책 읽다 저런 내용에 줄 그어놓고서도 "어떤 팀의 팬이 될 때"와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하게 될 때"의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자주 있지는 않지만(매번 그러기를 바라기는 합니다) 종종 보는/겪는 놀라운 순간이 주는 기쁨 때문같아요. 패배의 고통 ... 뭐 있기야 하지만.... 저는 좋은 기억이 더 오래 남게끔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툭하면 징징대고 별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좋은 것들은 충분히 골라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음만 먹으면. 어째 여기서도 불평 오천만개 늘어놓고 있는 것같긴 한데... 좋은/좋아하는 이야기들을 좀 더 해 보겠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편지는 3월 4일에 보내드릴 예정이에요. 아마도 프리시즌테스팅 이야기를 비롯한 개막전 직전 우당탕탕 특집편이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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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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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F1 노트
관세음보살도 분노모드가 있다는데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부디 안전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랍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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