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는 체크 리스트가 아니다

같은 공고도 맥락을 읽으면 합격률이 달라집니다

2026.02.11 | 조회 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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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F는 찾으면서, CMF는 안 찾아?

똑같은 채용공고를 봐도 반응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요구사항을 하나씩 체크하며 '이거 나랑 맞네, 지원해볼까?'라고 말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 회사, 지금 서버 문제 때문에 머리 아프겠는데?'라고 말합니다.

두 사람은 같은 글자를 읽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면접관이 느끼는 '대화의 깊이'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채용공고를 체크 리스트로 씁니다

많은 분들이 채용공고를 이렇게 읽습니다.

핵심 스킬 -> 있음
N년 경험 -> 있음
관련 도메인 경험 -> 없음
우대 사항 -> 2개는 없고, 1개는 있음

이렇게 읽으면 이력서는 단순한 '기술 나열'이 되고, 면접은 '경력 사실 확인' 자리가 됩니다.
"저 이 기술 3년 써봤고, 이런 툴 다룰 줄 압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면접관 입장에선 뭔가 아쉽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와서 당장 뭘 해줄 수 있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남게 됩니다.

제가 채용을 진행할 때 대표님과 채용 담당자 분들께 가장 먼저 여쭤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포지션, 왜 지금 여셨나요?"

이 질문 하나면 기존 담당자가 나갔는지, 사업이 급격히 커져서 감당이 안 되는 건지 등 채용공고에는 없는 진짜 속사정이 나옵니다.
결국 채용공고는 그 복잡한 상황을 '자격 요건'과 '우대 사항'이라는 틀에 넣은 문서입니다.


✅ 채용공고는 정답지가 아니라 기업이 던진 질문입니다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채용공고는 원하는 스킬 목록이 아니라, 회사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적어둔 문서입니다.
단지 사무실에 한 명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채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 현재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으니 공고를 낸 것입니다.

예시 1 - 시리즈 B 스타트업,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 채용

Java/Kotlin 기반 서버 개발 경험 5년 이상
대용량 트래픽 처리 및 성능 최적화 경험
MSA 전환 경험 우대
Kubernetes, Docker 활용 경험
장애 대응 및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경험 우대

표면적으로 보면 최신 기술 경험자를 찾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이 회사는 지금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기존 서버가 한계에 봉착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대'라고 적혀 있는 것들은 결국 '지금 당장 서버가 안 터지게 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이때 지원자가 '저 MSA 해봤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장애를 해결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실제 해당 공고의 합격자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MAU 200만 서비스의 모놀리식 아키텍처를 MSA로 전환했습니다.
전환 과정에서 장애율을 70% 줄였고, 배포 주기는 주 1회에서 일 3회로 개선했습니다."


예시 2 - 시리즈 A 스타트업, PM 채용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경험 (SQL, GA4 등)
A/B 테스트 설계 및 분석 경험
유관 부서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상대방을 설득한 경험
AI/LLM 활용 경험 우대

데이터 분석이나 기획력보다 '소통'을 강조한다면 이는 조직 내 마찰이 잦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부서 간 소통이 잘되지 않고 있거나, 감에 의존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실무진이 지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곳에서 "저는 말을 잘합니다."라고 어필하기 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팀들 사이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실제 해당 공고의 합격자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 직감을 기반으로 운영하던 프로모션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했습니다.
GA4와 SQL로 코호트 분석 체계를 만들었고, 재구매 전환율이 2.1배 개선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개발, CS 팀 간 주간 데이터 리뷰를 정착시켰습니다."


예시 3 - 시리즈 C 스타트업, 시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 채용

30초만 멈추고 아래 채용공고를 보며 맥락을 생각해봅시다.

이 회사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요?
'우대'라고 적힌 항목이 실제로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요?

React/Next.js 기반 프론트엔드 개발 경험 5년 이상
디자인 시스템 구축 및 운영 경험
웹 성능 최적화 경험
접근성 기준 적용 경험 우대
마이크로 프론트엔드 아키텍처 경험 우대

시리즈 C의 스타트업이 이런 공고를 냈다면 현재 제품이 파편화되어 있을 확률이 큽니다.
플랫폼마다 버튼 모양이 다르고, UI 수정 하나 하려면 온갖 코드를 다 뒤져야 하는 상황인 거죠.

특히 '마이크로 프론트엔드 우대'는 팀 간 독립 배포가 필요한 규모까지 왔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사가 정말 원하는 인재는 'React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흩어진 프론트엔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리해 줄 사람'입니다.


이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이 이미지는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 채용공고 맥락 읽기 : 3가지 체크포인트

채용공고의 맥락을 읽기 위해 아래 세 가지를 확인해보세요.

1. 왜 이 포지션이 '지금' 열렸는가?

신규 포지션인가, 퇴사 대체인가, 사업 확장인가. 왜 지금 뽑는지만 생각해도 이 기업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감이 옵니다.

이때 기업의 규모와 포지션의 조합도 같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시리즈 A인데 CTO급 역할을 요구하면 기술 리더가 없다는 뜻입니다.

2. 어떤 단어가 반복되는가?

'성능', '안정성', '최적화'가 반복되면 비즈니스 대비 지금 시스템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되는 키워드는 그 회사의 가장 아픈 곳을 가리킬 때가 많습니다.

3. 채용공고에 없는 것은 무엇인가?

AI인데 MLOps 언급이 없다면, 아직 모델 운영 체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현재 없는 것이 그 회사가 아직 인식하지 못한 문제, 혹은 다음에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 채용 공고가 요구하는 문제 해결 역량과 내 현재 역량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차이가 작으면 지원할 타이밍이고, 크다면 다음을 위한 성장 방향이 됩니다.
채용공고는 이직할 때만 읽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내가 채워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 채용 공고가 말해주는 2026년의 변화

2026년 현재, 채용공고의 맥락이 빠르고 거칠게 바뀌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AI입니다.
1년 전 우대사항이 지금은 필수가 되었고, 1년 전 핵심 역량이 지금은 당연한 소양이 되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AI가 가져온 변화들이 채용공고에는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알아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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