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분인데 저희랑 핏이 안 맞네요

같은 경험, 다른 결과를 만드는 3가지 패턴

2026.02.25 | 조회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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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My CMF

PMF는 찾으면서, CMF는 안 찾아?

"역량은 훌륭하시지만, 저희와는 핏이 안 맞는 것 같아요."

지난 6개월간 이 피드백을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은 주니어가 아닌 시니어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면접에서 유리해야 하는데, 오히려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이 피드백을 더 자주 받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패턴 1: 초기 경험이 '전문성 부족'으로 읽히는 경우

시리즈 A 단계 스타트업에서 3년간 풀스택으로 서비스 전체를 구축했던 개발자가 시리즈 C단계 스타트업에 지원했습니다.
이력서에는 프론트엔드, 백엔드, 인프라, 데이터까지 폭넓은 경험이 적혀 있었습니다.

기술면접에서 받은 질문:

"동시 접속자 1만 명 환경에서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어떻게 하셨나요?"

해당 개발자가 운영했던 서비스의 동시 접속자는 1,000명 수준이었기에,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습니다.

돌아온 피드백:

"다양한 경험은 인상적이지만, 저희에게 필요한 건 대규모 트래픽 환경에서의 깊이 있는 경험이에요."

3년 동안 잠도 줄여가며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그 경험이 "깊이가 없다"고 평가받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부족한 건가? 3년 동안 뭘 한 거지?

능력 부족이 절대 아닙니다. 시리즈 C 스타트업이 지금 당장 풀어야 하는 문제와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의 결이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똑같은 분이 비슷한 규모의 기업에서 "대규모 트래픽 경험"이 필요한 포지션에 합격했습니다.
합격의 비결은 '경험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경험의 관점을 바꿨습니다.

  • "서비스 전체를 혼자 만들었다" ➔ "제한된 리소스 속에서 시스템 설계 의사결정을 주도한 경험"
  • "프론트부터 인프라까지 다 했다" ➔ "AWS 비용을 월 2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줄이면서 응답 시간을 30% 개선한 최적화 경험"

기업이 진짜 필요로 했던 것은 '대규모 경험' 그 자체보다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었습니다. 초기 기업에서도 그 사고방식을 발휘한 순간이 있었다면, 그 지점을 잘 풀어서 보여주면 됩니다.

결국 경험이 부족한 게 아니었습니다. 경험을 담아내는 언어가 상대방의 맥락과 맞지 않았던 겁니다.


패턴 2: 본인의 경험이 '오버스펙'으로 읽히는 경우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UX 리서치 프로세스를 구축했던 디자이너가 초기 스타트업에 지원했습니다. 포트폴리오에는 디자인 토큰 체계, 컴포넌트 라이브러리, 리서치 프로세스 문서가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면접 후 돌아온 피드백:

"저희는 아직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할 단계가 아니에요. 당장 내일 앱 화면 3개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서요."

앞서 말씀드린 패턴 1이 "내 경험이 부족한 건가?"라는 혼란이었다면, 이번은 조금 다릅니다.
"내가 쌓아온 게 여기서는 가치가 없는 건가?"라는 허탈감에 가깝습니다.
더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경험을 쌓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약점이 된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커리어의 방향성 자체를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피드백 이면의 맥락을 읽어야 합니다.

해당 스타트업이 걱정하는 것은 지원자의 역량이 과하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 속도에 맞출 수 있을까?"를 염려하는 것입니다.
체계적인 프로세스에 익숙한 사람이 "일단 빠르게 만들어서 내일 테스트하자"는 야생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 디자이너 님이 실제로 합격한 다른 초기 스타트업 면접에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을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초기 단계에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고 무엇을 아직 만들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당장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자고 주장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3개월 뒤에 시스템이 필요해질 때를 대비하여 지금 만드는 화면들이 나중에 유연하게 전환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겠습니다."

큰 규모의 체계적인 경험이 초기 스타트업에서 약점이 되는 게 아니라, "끝을 아는 사람이 처음을 설계하는 것"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상대방의 언어로 표현해야 합니다.
"나는 이런 체계를 만들어봤다"가 아니라, "그래서 지금 당신의 문제를 이렇게 해결해 줄 수 있다"로 말입니다.


패턴 3: '맥락'이 안 맞는 경우

앞선 두 패턴이 기업의 성장 단계(스테이지) 차이에서 발생했다면, 스테이지가 동일하면 큰 문제가 없을까요? 아닙니다. 비슷한 스테이지의 기업에 지원했는데도 불합격합니다.

B2C 커머스 스타트업에서 3년간 일한 PM 분이 B2B SaaS 스타트업에 지원했습니다.
두 곳 모두 시리즈 B 단계였고, PM 직무였으며, 팀을 리드해야 하는 포지션이었습니다.

면접에서 받은 질문:

"고객사의 구매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가 5명 이상일 때, 각각의 니즈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로드맵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셨나요?"

그 당시 PM 님은 B2C 환경에서 일했습니다. 구매의사결정자는 사용자 한 명이었습니다.
A/B 테스트를 돌리고, 퍼널을 분석하면 데이터가 답을 줬습니다.
'같은 제품을 쓰는 이해관계자 5명의 상충하는 니즈를 조율한 경험'은 없었습니다.

돌아온 피드백:

"PM 역량은 충분한데, B2B 세일즈 사이클에 대한 이해도가 아쉬웠어요."

스테이지, 직무, 경력 연차, 채용 공고의 키워드까지 모두 맞는데 도대체 무엇을 더 맞춰야 하는 걸까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B2C 커머스에서는 전환율과 리텐션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결국 사용자 행동 데이터가 모든 것의 근거입니다.

반면 B2B SaaS에서는 고객사의 조직 구조를 이해하고,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설계하며, 엔터프라이즈 고객의 요구사항을 로드맵에 반영해야 했습니다.
데이터보다 관계와 맥락이 의사결정의 핵심 근거인 셈입니다.
직무명은 같은 'PM'이지만 사용하는 근육이 완전히 다릅니다.

결국 채용 공고만 읽어서는 이 차이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두 곳 모두 'OKR 기반 목표 설정', '팀 리딩',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차이는 채용 공고가 아니라 그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있습니다.

이 PM 님이 B2B SaaS 도메인으로 이직에 성공한 방법은 상대방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레벨의 PM 포지션으로 직행하는 대신, 초기 B2B SaaS 스타트업의 "첫 번째 PM"으로 입사했습니다. 아직 프로세스가 체계화되지 않은 곳에서 B2B 특유의 세일즈 사이클, 엔터프라이즈 고객 관리, 다수 이해관계자 조율을 밑바닥부터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의 무기였던 B2C 역량(데이터 분석, 퍼널 설계, A/B 테스트 등)을 B2B 환경에 이식해 나갔습니다.

1년 뒤, 이 분은 마침내 목표로 했던 B2B SaaS 스타트업에서 오퍼를 받았습니다.
그때 면접에서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B2C에서 쌓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을 B2B 맥락에 적용했습니다. 엔터프라이즈 고객 5곳의 요구사항을 정량화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로드맵 우선순위 회의에서 세일즈팀과 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습니다."

패턴 1과 2는 같은 경험을 다른 관점과 언어로 표현하는 문제였다면 패턴 3은 달랐습니다.
바꿀 만한 재료(경험)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직접 만들어내는 과정이 먼저 필요했던 것입니다.


관점과 언어의 전환만으로는 부족한 경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내 경험과 지원하는 포지션이 요구하는 경험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면, 단순히 상대방의 언어로 표현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이전시에서 5년 간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만 해온 디자이너가 인하우스 프로덕트 조직의 시니어 포지션에 지원하는 경우입니다.
'프로젝트 단위의 단기적인 아웃풋'과 '프로덕트 오너십을 갖고 장기적으로 지표를 개선하는 경험'은 단순히 관점만 바꾼다고 해서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패턴 3의 PM 님처럼, 필요한 경험을 직접 쌓는 과정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 간극을 메우는 데 2~3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이 방향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를 먼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억지로 간극을 줄이려 애쓰기보다 현재 내 경험의 가치가 가장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관점을 바꾼다고 해서, 언어를 바꾼다고 해서 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점과 언어를 바꿔보기도 전에 '내가 능력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려버린다는 점입니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지점을 찾는 법

1. 채용 공고 뒤에 있는 맥락 읽기

자격요건에 나열된 항목들은 단순한 스킬 셋이 아니라, 현재 그 회사가 겪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채용 공고를 보며 "이 기술 쓸 줄 아는데?"라며 단순한 체크리스트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이들은 공고를 보며 "지금 트래픽 급증으로 서버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프겠구나"라며 이면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냅니다.

채용 공고는 정답지가 아니라 '기업이 던진 문제지'입니다.
왜 하필 '지금' 이 포지션이 열렸는지, 공고에 어떤 단어가 유독 반복되는지, 반대로 당연히 있어야 할 내용 중 '빠진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세요.
이 세 가지 질문만 던져도 내가 어떤 문제 해결사로 포지셔닝해야 할지 명확해집니다.

 

💡 Tip: 채용 공고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3가지 체크포인트와 직무별 면접 합격 사례는 이전 아티클 '채용 공고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다'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꼭 함께 참고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2. 차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찾기

맥락을 읽었다면, 나와 이 포지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현재 비즈니스가 초기인지 성장기인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른 것인지,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 구조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차이가 발생하는 정확한 지점을 알아야 나의 관점을 바꿀지, 언어를 바꿀지, 계획을 수정할지, 혹은 최종 목표 자체를 변경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나의 좌표

같은 직무명이라고 해서 항상 같은 일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경험이라도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전문성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하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합니다.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가 실력 부족이 아닌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대부분은 내 경험을 상대방의 관점으로 번역해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혹은 아직 간극이 너무 커 '경유지'를 거쳐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채용 공고가 있다면, 그 회사가 현재 풀고 싶어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먼저 읽어보세요. 그리고 내 경험 중에서 그 문제와 맞닿아 있는 순간을 찾아내어, 상대방의 언어로 된 '단 한 문장'을 써보세요.

그 한 문장이 시작입니다.


다음 주에는 동일한 프레임을 비즈니스 직군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마케터, 영업/사업개발, 전략, 이 직군들에서는 '시장을 찾는 사람'과 '시장을 키우는 사람'이라는 또 다른 축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특히 이 직군에서는 '스테이지 미스매치'가 훨씬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리즈 A 스타트업의 마케터가 예산 0원으로 유저를 데려오는 방식과, 시리즈 C 스타트업의 마케터가 수억 원의 예산으로 전환율 0.1%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니까요.


Find My CMF는
스타트업 전문 채용 컨설팅사 Candid가 매주 수요일 오전 7시에 발행하는 뉴스레터입니다.


6,000명 이상의 후보자 미팅,
300건 이상의 채용 성공 사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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