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단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면 단점의 의미가 바뀌기도 합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가장 먼저 채용공고에 적힙니다.
🔎 요즘 초기 스타트업에서 찾는 인재상
요즘 초기 스타트업 JD를 보면 공통된 질문이 보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아래는 실제 Pre-A 단계 스타트업의 백엔드 개발자 채용 공고입니다.

백엔드 개발자를 뽑는데 프론트엔드, 인프라까지 요구합니다. 3년 전이라면 과한 요구였을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이게 해당 시장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말은 결국 ‘직무’가 아니라 ‘문제 해결 범위’로 사람을 뽑는다는 뜻입니다.
AI 도구로 개인 생상선은 올라가고 있고, 동시에 투자와 비용 압박으로 팀은 커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한 사람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더 넓게 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례 1. ‘애매함’이 무기가 된 순간
A 님의 커리어는 한 줄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빅테크, 스타트업을 거치며 데이터 분석도 했고, 엔지니어링도 했고, 모델링도 했습니다. 본인도 좋은 결과를 받지 못해 고민이었어요.
실제 200명 이상 규모의 기업에선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받으셨습니다.
분석 쪽이 더 맞지 않나요?
엔지니어링 깊이가 부족해 보여요.
그런데 50인 미만 스타트업의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부터 대시보드 설계, 간단한 모델링까지 저희에게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추셨네요.
초기 조직에는 데이터 조직이 없습니다. DA/DE/DS를 각각 뽑을 여력도 없고, 당장 '데이터 전체를 굴릴 사람'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에서 '애매함'이었던 것이, 소규모 스타트업에서는 '정확히 필요한 역량'이 됩니다.
CMF 3축으로 보면
- Problem: 데이터 전반을 혼자 셋업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의 문제
- Capability: 분석/엔지니어링/모델링을 넘나든 데이터 제너럴리스트 역량
- Value: 기존 연봉 대비 약 5% 상승 + 사이닝 보너스 + 경쟁력 있는 스톡 옵션
결과는 빨랐습니다. 1주 만에 인터뷰 2회, 최종 인터뷰 직후 오퍼가 나왔습니다.
조건 또한 A 님이 깎은게 아니라 회사가 맞췄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역량이었습니다. 바뀐 건 시장 뿐이었습니다.
사례 2. 포지션이 나를 따라온 경우
B 님의 커리어는 더 복잡합니다.
창업으로 시작해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됐고, 백엔드로 전환했다가, PO 포지션에 지원했습니다. 이력서만 보면 ‘이 사람 방향을 못 잡는건가?’ 싶은 커리어입니다.
B 님이 면접 본 회사는 시리즈 C 이후, 엔지니어만 20명 이상의 조직이었습니다. 원래는 PO를 뽑으려고 공고를 냈어요.
그런데 인터뷰 후 회사의 생각이 바뀝니다.
우리가 진짜 필요했던 건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지’ 조율하는 사람이었네요.
회사는 원래 없던 TPM 포지션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대표가 직접 미팅을 연달아 잡았고, 의사결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졌습니다.
CMF 3축으로 보면:
- Problem: 기술을 이해하면서 복잡한 프로젝트를 조율할 사람이 필요
- Capability: 프론트/백엔드 개발 경험 + 창업에서 온 실행력
- Value: 새로 만든 포지션 + 빠른 의사결정 + 희망 연봉 수용
같은 사람, 같은 커리어지만 시장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 두 사람의 공통점
A 님과 B 님은 이력서를 고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익히지도 않았습니다.
특별한 인터뷰 준비를 한 것도 아니였어요.
바꾼 건 딱 하나, 시장이었습니다.
그 외 아래와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스펙으로 싸우지 않았습니다.
A 님은 빅테크 경력이 있지만 그 간판으로 승부하지 않았어요.
B님은 개발 경험이 있지만 '시니어 개발자'로 가지 않았습니다.
둘 다 더 화려한 이력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어요.
대신 본인의 경험이 지금 이 회사의 어떤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찾았습니다.
둘째, 자신을 바꾸지 않고 시장을 바꿨습니다.
A 님의 역량은 그대로였어요. 200명 이상 기업에서는 '애매함'이었던 게, 50인 미만 스타트업에서는 '정확히 필요한 역량'이 됐습니다.
B 님도 마찬가지예요. 같은 커리어가 PO 포지션에서는 '산만함'이었지만, TPM이라는 포지션에서는 '완벽한 핏'이 됐습니다.
셋째, 협상 테이블의 위치가 달랐습니다.
A 님은 회사가 조건을 맞췄습니다. 연봉, 사이닝 보너스, 스톡옵션까지.
B님은 회사가 포지션을 만들었습니다. 대표가 직접 인터뷰를 두 번 더 잡았어요.
CMF가 맞으면 '뽑아주세요'가 아니라 '이 조건이면 갈 수 있습니다'가 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질문은 하나예요. 나는 어떤가?
✅ 나의 CMF를 점검하는 3가지 질문
CMF에는 정답 공식이 없습니다. 다만 아래 질문은 지금 나의 위치를 빠르게 점검해볼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됩니다.
- 내 커리어에서 ‘애매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
- 그 애매함이 ‘필수 역량’으로 읽히는 시장은 어디인가?
- 나는 지금 그 시장을 향해 가고 있는가?
답이 모두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지나온 흔적들이 쌓이면서 CMF는 어느 순간 분명해집니다.
🧭 나의 좌표
A 님과 B 님은 스스로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역량이 어떤 시장에서, 어떤 문제의 답이 되는지를 발견했고 그 교차점에 자신을 위치시켰습니다.
지금 내가 ‘단점’이라고 여겼던 경험 역시, 어딘가에서는 ‘정확히 필요하다’고 불릴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시장의 언어로 나를 설명하고 있을까요?

다음 호에서는 실제 채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 스타트업 채용 시장의 흐름을 살펴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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