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잘 쓰는 사람은 AI를 말하지 않는다

면접에서 진짜 차이를 만드는 건 도구가 아니라 문제 해결이다

2026.02.18 | 조회 4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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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 My CMF

PMF는 찾으면서, CMF는 안 찾아?

지난 1월, 시리즈 B 스타트업의 백엔드 시니어 면접에서 면접관이 물었습니다.

"AI 도구를 업무에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첫 번째 면접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Cursor와 Claude를 주로 사용합니다. 코드 자동완성이나 리팩토링에 활용하고 있고, 코드 리뷰 때도 AI에게 먼저 돌려봅니다. 체감상 개발 속도가 2배 정도 빨라졌습니다."

나쁘지 않은 답변입니다. 사실 대부분이 이 범위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면접자의 답은 달랐습니다.

"저번 분기에 레거시 결제 모듈 마이그레이션을 맡았는데요. 15개 서비스의 의존성을 분석해야 했습니다. 수작업이면 몇 주나 걸릴 작업인데, AI로 코드베이스를 분석해서 의존성 맵을 이틀 만에 완성했습니다. 솔직히 처음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순환 의존성 몇 개를 놓쳤거든요. 그래서 검증 레이어를 직접 짰고, 두 번째 돌렸을 때 괜찮은 맵이 나왔습니다. 나머지 시간에 마이그레이션 전략과 롤백 시나리오를 설계했고, 다운타임 제로로 전환을 끝냈습니다."

그때부터 질문의 결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도구를 쓰세요?"가 아니라 "그 롤백 시나리오를 좀 더 설명해 주세요"가 됐습니다.

두 사람 다 AI를 썼습니다. 하지만 차이는 명확했습니다. 첫 번째 면접자은 도구를 이야기했고, 두 번째 면접자는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력까지 증명했습니다.


🔥 시장의 역설: 'AI 인재'를 찾으면서 'AI 포장'을 경계한다

무신사가 4년 만에 신입 공채를 열면서 'AI Native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습니다.
해당 공고에는 약 2,000명이 지원했습니다. 복잡한 서류 대신 코딩 테스트와 면접으로 문제 해결 과정을 직접 보겠다는 뜻입니다.

프로그래머스도 코딩 테스트에 'AI 어시스트'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AI 도구를 쓸 수 있게 열어두되, 어떻게 활용해서 문제를 풀었는지를 평가합니다.

시장은 분명 'AI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흐름도 있습니다.

한경 잡&조이 조사(https://magazine.hankyung.com/job-joy/article/202512290531d)에서 기업 46%가 'AI 리터러시 검증'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41%는 'AI로 포장된 지원자의 진정성 검증'을 새로운 과제로 꼽았습니다.

시장은 AI를 쓰는 사람을 찾으면서, 동시에 AI를 '잘 쓴다'고 말하는 사람을 의심합니다.

왜 이런 역설이 생길까요?

2026년 현재, "AI를 활용합니다"는 "구글 검색을 할 줄 압니다"와 같은 말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AI 도구 사용 여부를 묻는 질문 자체가 이미 의미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 질문에 "네, 씁니다"라고 답하는 건 "네, 구글 검색을 합니다"와 비슷합니다.

시장이 진짜 찾는 건 'AI를 쓰는 사람'을 넘어 'AI를 활용해 이전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입니다.


📊 세 개의 면접 사례

이 역설의 답은 채용 현장에 있습니다.
실제 면접에서 어떤 답변이 인상을 남기고 어떤 답변이 묻히는지 보면, 시장의 기준이 보입니다.

사례 1: 백엔드 개발자

평범한 답변:

 "Cursor를 사용해서 코딩 속도가 많이 빨라졌습니다.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생성이나 테스트 코드 작성에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차이를 만든 답변:

"AI 코딩 도구로 반복적인 CRUD 코드를 자동화한 뒤, 절약된 시간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직접 구축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모니터링까지 AI로 만들려고 했는데, 알림 규칙의 임계값 설정이 도메인 지식 없이는 불가능하더군요. 결국 알림 로직은 직접 설계하고, 대시보드 UI만 AI로 빠르게 찍어냈습니다. 장애 감지 시간이 평균 15분에서 2분으로 줄었고, 지난 분기 SLA 99.95%를 달성했습니다."

전자는 AI로 같은 일을 더 빠르게 했습니다.
후자는 AI로 다른 일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AI가 못 하는 영역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사례 2: PM

평범한 답변:

"ChatGPT로 경쟁사 분석이나 사용자 인터뷰 정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차이를 만든 답변:

"CS 인입 데이터 6개월 치, 약 3,000건을 AI로 분류해서 이탈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처음에 AI가 뽑아준 분류 체계는 너무 거칠어서, 실제 CS 담당자 두 명과 함께 카테고리를 재정의했습니다. 두 번째 분석에서 온보딩 3단계를 완료하지 못한 사용자의 이탈률이 4배 높다는 패턴이 나왔고, 그 구간을 재설계해서 Day-7 리텐션이 18% 올랐습니다. 수작업으로는 시도조차 못 했을 규모의 분석이었는데,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보정하는 방식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전자는 기존 업무를 AI로 효율화를 했습니다.
후자는 AI로 이전에 시도하지 못했던 규모의 분석을 해서 의사결정의 근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AI의 한계를 현장 지식으로 보완하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사례 3: 프론트엔드 개발자

평범한 답변:

"Claude를 활용해서 컴포넌트를 빠르게 만들고, 코드 리뷰에도 AI를 활용합니다."

차이를 만든 답변: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했는데 디자이너 리소스가 부족했습니다. AI를 활용해서 기존 화면 30개에서 반복 패턴을 추출하고, 컴포넌트 라이브러리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AI가 추출한 패턴에는 비즈니스 맥락이 빠져 있어서 디자이너와 함께 우선순위를 다시 잡았습니다. 디자이너는 그 위에서 다듬기만 하면 됐고, 도입 기간이 3개월에서 3주로 줄었습니다."

전자는 나의 속도를 높였지만, 후자는 팀의 병목 현상을 해결했습니다.

 

세 사례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합격한 사람들은 AI를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문제와 그 가치를 앞세웠습니다.

AI는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스럽게 등장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세 사람 모두 AI가 틀린 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순환 의존성을 놓친 것, 분류 체계가 거칠었던 것, 비즈니스 맥락을 잡지 못한 것.
이 실패 지점을 아는 것 자체가 AI를 '진짜' 써봤다는 증거였습니다.


⚠️ "AI 쓰고 있습니다"의 함정

AI 활용에는 단순히 쓰는 것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데, 대부분이 이 둘을 혼동합니다.

"ChatGPT로 광고 카피를 빠르게 뽑고 있습니다."

이건 기존 프로세스에 AI를 얹은 겁니다. 효율은 좋아졌을지 몰라도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입니다.

"AI가 타겟 세그먼트별로 카피 변형 20개를 생성하고, 소액 테스트까지 자동으로 돌립니다. 사람은 크리에이티브 방향성과 브랜드 톤만 잡습니다. 위닝 카피를 찾는 시간이 2주에서 3일로 줄었습니다."

이건 사람과 AI의 역할을 나눈 겁니다. 프로세스의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직무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기도 합니다.
마케터 혼자서 경쟁사 분석, 카피 작성, 랜딩페이지 초안, 퍼포먼스 데이터 분석까지 해내는 식입니다.
이전에는 리서처,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가 나눠서 하던 일입니다.

다만 이 범위 확장이 면접에서 항상 통하진 않습니다.
"그러면 마케팅 전문성의 깊이는요?"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이걸 잘 넘긴 답변은 이랬습니다.

"랜딩페이지를 직접 만든 건 캠페인 론칭의 병목이 '디자인 리소스 대기'였기 때문입니다. 제 전문 영역은 여전히 그로스 마케팅이고, 프로덕션 수준의 페이지는 디자이너가 따로 작업했습니다."

이 답변의 핵심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경계를 넘었다"는 맥락입니다.


✅ AI 활용 잘하는 방법

1. "AI 빼기" 연습

지금 AI로 하고 있는 업무 하나를 골라서, "AI가 없었다면?"을 역산해보세요.

2. "AI가 틀렸던 순간" 기록하기

이번 주에 AI를 쓰면서 AI가 틀리거나 부족했던 순간을 하나 기록해보세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보완했는지도요.
AI의 한계를 아는 것 자체가 역량의 증거입니다.

3. "못 했던 일" 하나 시도하기

AI 없이는 엄두도 못 냈을 업무를 하나 골라 이번 주에 시도해보세요.
다만 왜 그걸 했는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는지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4. 효과를 숫자로 기록하기

"장애 감지 15분→2분", "분석 기간 3주→3일", "도입 기간 3개월→3주"와 같이 AI의 효과를 숫자로 기록해보세요.


🧭 나의 좌표

모두가 AI를 쓰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AI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은 면접에서 AI를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말합니다.

AI는 그 문제를 푼 과정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을 뿐입니다.

시장은 결국 문제 해결을 사는 것이고,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같습니다.
달라진 건 문제 해결의 범위가 AI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뿐입니다.

지금 나는 도구를 이야기하고 있나요,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문제의 범위는 AI 덕분에 이전보다 넓어졌나요?
AI가 틀렸을 때, 나는 그걸 알아챘나요?

마지막으로 AI로 만들어낸 변화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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