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할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중간 관리자가 없어지는 흐름 속 커리어를 빌드업하는 전략

2026.07.22 | 조회 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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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

"비즈니스와 팀 모두 성장을 하고, 저도 연차가 꽤 찼는데 리딩할 기회가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는 빈도가 예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당연히 역할도 늘고, 매니저도 생겨야 합니다. 어찌보면 초기 스타트업의 익숙한 공식입니다. 사람이 열 명에서 서른 명이 되면 팀이 나뉘고, 팀이 나뉘면 매니저가 생깁니다. 실무를 잘하던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관리하게 되고, 그게 승진이 됩니다. 자연스럽게 중간 관리자가 되는 그림이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회사가 많습니다. 오히려 팀이 쪼개지지 않습니다. 기존 리드가 더 많은 사람을 맡고, 실무자도 프로젝트 하나를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누군가 퇴사해도 그 자리를 같은 직급으로 채용하기보다 그 일을 두 명의 실무자에게 나누거나 상위 관리자가 직접 가져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 커리어의 불안은 '해고'에 대한 공포 보다는 '다음 성장'에 대한 불안입니다. 지금의 일을 충분히 잘하고 있고, 회사도 망하지 않았고, 성과가 나쁜 것도 아닌데, 2년 뒤 내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누구도 말해주지 못합니다. 더욱 높은 권한과 책임을 지기위해 거치는 '중간 관리자'라는 커리어 사다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을 덜 뽑아서 생긴 문제는 아니다

고용시장이 둔화하면 보통 우리는 채용 공고 수부터 봅니다. 공고가 줄었고, 이직이 어려워졌고, 연봉이 동결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을 채용 위축만으로 보면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문제는 회사가 사람을 덜 뽑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회사가 '사람을 관리하는 일' 자체를 예전보다 덜 독립적인 역할로 본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의 중간관리자는 조직 성장의 기본 단위였습니다. 사람이 늘어나면 매니저를 세우고, 매니저가 또 매니저를 키우는 방식입니다. 이 구조에서 승진은 꽤 명료했습니다. 일을 잘한다 → 사람 몇 명을 맡는다 → 더 큰 팀을 맡는다 → 부서의 숫자를 책임진다. 개인의 성장이 조직도 위로 이동하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였습니다.

지금 많은 회사는 이 공식을 다시 점검하고 있습니다.

회의가 많아지고, 결재 단계가 늘고, 정보가 여러 리더 사이에서 반복 전달되는 조직은 느립니다. 특히 아직 제품과 시장이 계속 바뀌는 스타트업에서는, 관리 단계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누가 결정하는가'보다 '누가 이 결정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가'가 문제가 됩니다.

아마존의 앤디 재시는 각 조직에 개인 기여자 대비 관리자 비율을 최소 15% 높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핵심은 관리자를 없애자는 구호가 아니라, 관리자 한 명이 만들어내는 의사결정 비용을 다시 보겠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이 흐름이 스타트업에 들어오면 더 날카롭게 나타납니다. 큰 회사는 관리층을 줄여도 남아 있는 시스템과 브랜드, 자본이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반면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역할 하나가 여러 일을 겸합니다. PM은 제품 전략과 고객 인터뷰를 하고, 팀 리드는 채용, 평가, 실무를 함께 합니다. 누군가가 '관리만' 하는 역할이 되려면, 그 사람이 관리함으로써 생기는 효율이 꽤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 승진 심사에서 은근히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이 사람이 팀장을 하면 팀이 정말 더 빨라지나? 아니면 지금처럼 가장 어려운 문제를 직접 풀게 하는 편이 낫나? 사람을 더 붙여야 하나, 책임 범위를 더 명확히 해야 하나?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승진은 미뤄집니다. 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가 회사에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설명되지 않아서입니다.

사라진 것은 자동 승진이다

많은 사람이 오래된 약속을 믿고 있습니다.

"3년 차가 되면 리드를 할 수 있겠지.", "이번 프로젝트만 잘 끝내면 매니저 이야기가 나오겠지.", "새 팀이 생기면 내가 맡겠지."

이 기대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성장기에는 꽤 자주 맞았습니다. 회사가 빠르게 커졌고, 경험 있는 사람이 부족했으며, 관리자는 필요했습니다. '연차가 쌓이면 사람을 맡는다'는 흐름은 개인에게도 납득 가능했고 회사에도 효율적이었습니다.

문제는 흐름은 성장 속도가 빠른 조직에서만 작동하던 특수한 조건이었다는 점입니다.

회사가 더 신중하게 채용하고, 기존 인력을 오래 유지하고, 팀을 적게 쪼개고, 리더에게도 실무 결과물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승진의 기준은 달라집니다. 연차와 성실함만으로는 다음 스텝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집니다. 누군가가 비켜야 생기는 자리가 아니라, 회사가 새로 필요로 하는 역할이 생겨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는 큽니다.

전자의 승진은 기다림의 문제입니다. 자리가 날 때까지 잘 버티면 됩니다. 후자의 승진은 설계의 문제입니다. 지금 회사가 아직 풀지 못하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맡을 사람이 왜 자신이어야 하는지 증명해야 합니다.

당연히 피곤한 방식입니다. 회사가 책임져야 할 경력 개발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면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역할을 발명해야만 살아남는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리자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내가 관리자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훨씬 구체적으로 말하는 일입니다.

'사람을 관리하고 싶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해졌다

매니저를 원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팀을 이끌 기회를 받고 싶습니다.", "더 큰 책임을 맡고 싶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조직 입장에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문제를 맡기면 되는지, 왜 지금 그 문제를 맡아야 하는지, 그 사람이 빠진 실무 공백은 어떻게 메울지 정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불편하지만 좋은 질문은 이쪽입니다.

"지금 팀이 가장 자주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구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일은 무엇인가?", "새로운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와도 해결되지 않을 병목은 무엇인가?"

여기서 답을 찾으면 '매니저로 승진하고 싶다'는 대화가 '이 역할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바뀝니다.

예를 들어 제품팀이 기능을 빠르게 내지만 출시 뒤 고객 반응을 정리하지 못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해봅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사람 네 명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아닐 수 있습니다. 고객 피드백, 제품 데이터, 세일즈 현장의 요구를 묶어 제품 의사결정을 바꾸는 역할일 수 있습니다.

그 역할을 맡겠다고 제안하는 사람은 단순히 직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의 반복 비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매니저로 승진이 가능해진다면, 그 사람은 '사람을 관리하게 된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중요한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조심해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역할을 넓힌다는 말이 '일을 더 많이 떠안는다'는 뜻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름 없는 책임만 늘고, 권한, 보상, 의사결정권은 그대로라면 그건 성장 기회가 아니라 업무 전가입니다.

그래서 역할을 넓히는 대화에는 반드시 세 가지가 따라와야 합니다.

  • 무엇을 결정할 권한이 생기는가
  • 어떤 숫자 또는 결과로 책임을 평가받는가
  • 기존 업무 중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이 셋 없이 "좀 더 리더십을 보여달라"는 말은 대개 좋은 제안이 아닙니다.

한국 스타트업에서 이 이야기가 더 복잡한 이유

한국에서는 투자 회복이 곧 채용 회복으로 해석되기 쉽습니다. 중기부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신규 벤처투자는 3.3조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1% 증가했고, 신규 펀드 결성은 4.4조 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좋은 소식입니다. 다만 이 숫자가 곧바로 "이제 조직이 다시 커질 것이다"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투자금은 회사의 생존 시간을 늘려주기도 하고, 기존 사업의 손실을 메우기도 하며, 설비, 재고, 인허가, 해외 진출처럼 인력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곳에 쓰이기도 합니다. 또 어느 한 회사의 대형 투자와 여러 초기 팀의 소규모 채용은 노동시장에 전혀 다른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실무자가 투자 기사만 보고 자기 회사의 커리어 전망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 내부에서 다음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가입니다.

이번 자금으로 우리는 무엇을 더 많이 할 것인가?

그 일을 하려면 정말 새 관리자가 필요한가?

아니면 현재 팀이 더 선명한 우선순위와 권한을 가지면 되는가?

투자가 들어온 뒤에 조직 구성을 고치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러면 고통은 중간에 있는 사람에게 쌓입니다. 실무는 이미 시니어인데 직급은 그대로이고, 후배의 리뷰와 채용 면접, 프로젝트 조율까지 맡지만 공식적인 권한은 없습니다. 반대로 이런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 매니저 타이틀을 달아주면,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사람 관리에 들어가 팀 전체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좋은 회사라면 이 문제를 개인의 협상력에 맡기지 않습니다. 실무자와 매니저가 서로 다른 성장 경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각 경로에서 무엇이 '다음 단계'인지 공개합니다. 나쁜 회사는 직급 체계가 없어서 혼란스럽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진짜 문제는 체계가 없어서가 아니라, 책임과 권한의 교환 조건을 설명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중간 관리자 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두 가지 극단으로 가기 쉽습니다.

하나는 리더가 되는 일을 포기하고 실무만 파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규직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무조건 프리랜서나 여러 회사의 일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둘 다 너무 빠른 결론입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커리어를 직급이 아니라 반복해서 해결해온 문제로 다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력서를 고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회사가 어떤 상황에 나를 찾는지,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지 정리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마케터'보다 '유입은 많은데 구매 전환이 안 나는 서비스를 진단하고, 메시지와 랜딩페이지, 온보딩을 연결해 전환을 끌어올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PM'보다 '고객 요구가 넘치는데 제품 우선순위가 무너지는 팀에서, 버릴 일을 정하고 출시 뒤 학습까지 남기는 사람'이 더 선명합니다.

이렇게 정의가 생기면 다음 자리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대신, 중요한 문제 하나를 선택해 회사에 제안을 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그 역할을 공식화하고 권한과 보상을 준다면 성장 경로가 됩니다. 주지 않는다면, 적어도 그 회사가 내게 어떤 미래를 제공할 수 없는지 훨씬 일찍 알게 됩니다.

그것도 커리어의 중요한 정보입니다.

사다리가 사라지는 시대라는 말은, 모두가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한 회사의 조직 구성에 내 성장 전체를 맡겨두기에는, 그 조직 구성이 너무 자주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기다리는 다음 자리가 정말 존재하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없다면, 그 자리를 기다리며 버티는 대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남을지 결정해보세요.

승진은 여전히 있을 겁니다. 다만 예전처럼 연차의 보상으로 오기보다, 회사가 외면할 수 없는 책임을 이미 맡은 사람에게 뒤늦게 따라오는 일이 더 많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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