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은 돌아왔지만 채용은 돌아오지 않았다.

연봉 협상이 끝난 3월, 이직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봐야하는 내용들

2026.03.11 | 조회 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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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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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F는 찾으면서, CMF는 안 찾아?

지난달, 투자 유치를 한 스타트업 대표님께 채용 계획을 여쭤봤습니다. 돌아온 답은 이랬습니다.

"n0억 들어왔는데 지금 당장 뽑을 사람은 3명이에요. 나머지는 전부 GPU랑 인프라에 들어갑니다."

이 한 문장이 2026년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현실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3월입니다. 연봉 협상이 끝났고, 성과급이 들어왔고, 채용 공고가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는 달입니다. 매년 이맘때 이직을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올해도 그럴 겁니다. 다만, 올해의 시장은 작년과 구조가 다릅니다.


숫자는 봄을 말한다. 하지만 체감은 되지 않는다.

2026년 1월, 스타트업 투자 94건, 4,359억 원. 초기(시드/Pre-A) 비중은 전년 29%에서 39%로 올랐습니다. 창업자 42.5%가 올해 분위기를 "긍정적"이라 답했고, 이는 2022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동시에 연봉 동결을 경험한 직장인은 36.2%로 최근 3년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10명 중 6명이 올해 연봉 협상에 불만이라 답했습니다.

투자 뉴스만 보면 봄이지만 정작 내 통장을 보면 여전히 겨울입니다.

이 현상이 우연은 아닙니다. 구조가 바뀐 겁니다.


'투자 = 채용'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예전에는 투자가 들어오면 사람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릅니다.

1월 100억 원 이상 대형 딜 16건 중 12건이 AI·바이오·딥테크에 집중됐습니다.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AI 반도체 기업이 합산 5,000억 원 이상을 유치했지만, 그 돈의 대부분은 사람이 아니라 GPU 클러스터, 학습 인프라, 데이터 파이프라인 등에 들어갑니다.

거기다 응답 기업의 63%가 AI 도입에 따라 '소수 정예 실무형' 채용으로 전환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Candid가 이번 분기 의뢰받은 채용 포지션들을 뜯어봐도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전체의 59%가 미들 ~ 시니어급이고, 주니어는 11%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주니어 포지션 60%가 HR·운영 직군입니다. 즉 기업들은 '가르쳐서 키울 사람'이 아니라 '투입 즉시 성과를 낼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투자금이 만드는 건 더 이상 '일자리'가 아닙니다. '더 적은 사람이 더 큰 성과를 내는 구조'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이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구조의 변화입니다.


K자 회복 - 같은 시장, 다른 세계

경제학에 K자 회복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위기 이후 모두가 함께 올라가는 게 아니라, 어떤 그룹은 급등하고 어떤 그룹은 계속 하강하는 양극화 회복을 말합니다.

2026년 스타트업 채용 시장이 비슷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표수치의미
연봉 동결 비율36.2% (3년 최고)3명 중 1명은 제자리
인상자 평균 인상률7.5% (전년 5.4%)받는 사람은 더 많이 받음
AI 역량 보유자 보상 프리미엄+28%역량 종류가 연봉을 결정
후기 라운드 AI 직군 비중15% → 34%2배 이상 급증

인상받는 사람의 수는 줄었는데, 인상 폭은 커졌습니다.

결국 연차가 연봉을 결정하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차를 넘어 역량의 '종류'와 '깊이'가 연봉을 결정하는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같은 AI 실무자(머신러닝 엔지니어,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라고 해도 LLM을 전문으로 하냐, 안 하냐에 따라 연봉은 달라집니다. 같은 '개발자'라도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느냐에 따라 시장가치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혀지는 게 아니라 벌어집니다. 프리미엄 역량을 가진 사람은 더 좋은 기회를 얻고, 그 기회에서 더 희소한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이 다시 프리미엄을 만듭니다. 반대쪽은 그 반대입니다.


그렇다면 비개발 직군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AI 시대니까 기업이 뽑는 건 결국 개발자겠지?" 글을 쓰는 저도 그렇게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분기 Candid에 들어온 채용 의뢰를 분석하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직군비중
개발17%
마케팅17%
사업개발/전략11%
세일즈10%
AI/데이터8%
프로덕트8%

AI/데이터 직군은 전체의 8%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마케팅이 개발과 동일한 1위, 사업개발과 세일즈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기업의 진짜 골칫거리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을 우리 비즈니스에 실제로 적용하고 성과로 연결할 것인가"가 됩니다.
그 결과, AI 툴을 레버리지 삼아 혼자서 기존 3명이 하던 기획과 실행을 소화하는 비개발 직군, 이른바 '슈퍼 제너럴리스트'의 가치가 오르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제 이력서에 적힌 '7년 차 마케터'라는 숫자에 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AI를 활용해 혼자서 몇 명 분의 일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가?"에 지불합니다.
기술을 만드는 AI 엔지니어 못지않게, 그 기술을 실무로 승화시키는 사람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한 겁니다. 같은 '마케터'라도 AI를 레버리지로 쓸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비개발 직군에게도 프리미엄 시장은 열려 있습니다. 다만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몇 년 했는가'가 아니라, 'AI로 혼자서 몇 명분의 성과를 내는가' 이 비율이 시장가치를 결정합니다.


'모두가 좋은 시장'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다.

그룹바이의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에 80개 기업이 참가하고 1만 명이 몰렸습니다. 링크드인 피드에는 "We're hiring" 포스팅이 늘고, 리크루터 DM도 다시 돌기 시작했습니다. 3월의 공기는 분명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좋아지면 움직여야지"라고 기다리고 있었다면,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야 합니다.

시장 전체가 골고루 좋아지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2019년까지는 스타트업 붐이 오면 대부분의 직군이 함께 수혜를 받았습니다. 2021년 시장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클 때는 직군을 불문하고 연봉이 올랐습니다. 그 기억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다음 사이클이 오면 나도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AI 이후의 시장은 완전히 다릅니다. 모두가 누리는 호황이나 모두가 겪는 불황은 끝났습니다. 누군가는 AI를 무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누군가는 빠르게 도태됩니다. 평균적인 시장 상황이 아니라, '지금 나의 경쟁력과 위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시장이 좋아졌나?"가 아니라 "내가 가진 역량에 프리미엄이 붙는 시장이 지금 열려 있는가?"로요.

이직 타이밍은 시장의 온도가 아니라 나와 시장의 관계로 판단해야 합니다.


지금 움직이는 것을 고려할 만한 요인

1. 내 역량에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리크루터 연락이 부쩍 늘었거나, 같은 역할인데 제안 연봉이 올라갔다면, 지금이 협상력이 가장 높은 시점일 수 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구간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2. 현재 회사에서 풀고 있는 문제가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2년 뒤에도 시장에서 같은 가치를 가질까요? 기술과 경험에도 감가상각이 있습니다. 시장이 관심을 잃은 영역에서 경력을 쌓는 건,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에 계속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같은 직무의 JD가 바뀌고 있는데, 나는 그대로다.

2년 전 JD와 지금 JD를 비교해보세요. AI 활용, 데이터 분석, 자동화 역량이 새로 추가되어 있다면, 시장의 기대가 이미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그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움직이는 게 유리합니다.

지금은 기다리는 것을 고려할 만한 요인

1. 현재 회사에서 아직 증명할 숫자가 없다.

1년 일했는데 면접에서 보여줄 성과가 없다면, 지금 이직하면 오히려 시장가치가 떨어집니다. 급하더라도 최소한 하나의 증거를 만들고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2. 이직 동기가 '불만'뿐이다.

'여기가 싫어서'로 움직이면 어디든 비슷합니다. 불만은 이직의 동기가 아니라 신호입니다. 그 신호가 가리키는 방향, '저기서 풀고 싶은 문제'가 명확해진 뒤에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3. 가고 싶은 곳과 내 경험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

시리즈 A 경험만 있는데 시리즈 C를 노리고 있다면, 바로 뛰어드는 것보다 경유지를 거치는 게 더 빠른 길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스테이지마다 필요한 역량이 다릅니다. 간극의 크기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3월, 이직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연봉 협상이 끝나고 성과급이 들어온 지금, 많은 분이 "올해는 움직여볼까"를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이번 호의 숫자들이 그 판단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다룬 이야기를 한 문장씩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투자가 늘어도 채용은 늘지 않습니다. 기업은 더 적은 사람으로 더 큰 성과를 내는 구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받는 사람은 더 많이 받고, 못 받는 사람은 제자리입니다. 연차가 아니라 역량의 종류가 연봉을 가릅니다. 비개발 직군의 기회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AI로 몇 명분의 성과를 내는가'가 새로운 기준이 됐습니다.

그리고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겁니다.

"1년 뒤,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는가?"

현재 회사에서 1년을 더 보냈을 때 시장에서 내 가치가 올라갈 것 같다면, 기다리는 게 맞습니다. 반대로 지금과 같거나 떨어질 것 같다면 ,기다리는 것 자체가 비용입니다.

3월은 옵니다. 매년 옵니다. 하지만 같은 3월이라도 준비된 사람에게는 기회이고, 준비 없이 맞는 사람에게는 그냥 또 하나의 달입니다.

올해 3월,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데이터 출처

Candid 자체 데이터 - 2026년 1분기 채용 의뢰 데이터 분석

플래텀 - 2026년 1월 스타트업 투자 현황

이투데이 - 2026년 연봉 협상 결과

매거진한경 - 직장인 연봉 협상 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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