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한국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62.8%가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 중에서도 규모를 줄이겠다는 비중은 전년 17.6%에서 37.8%로 두 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채용 애로사항은 ‘적합한 인재 확보’였습니다.
2026년 들어 상황은 일부 회복됐습니다. 국내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6.6%가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채용 예정 기업의 62.2%는 규모를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하겠다고 했고, 전체 기업의 54.8%는 정기 공채 없이 수시채용만 운영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이었습니다. 채용이 사라졌다기보다 대규모 채용에서 필요한 역할만 선별적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좁아지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LinkedIn의 2026년 6월 미국 노동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5월 채용률은 전년 동월보다 4.8% 낮았고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2월과 비교하면 약 22% 낮았습니다. 기술, 정보, 미디어 분야는 코로나19 이전보다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경기가 불확실해졌고,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있으며, 채용문은 좁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일이 없어졌으니 사람을 뽑지 않게 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Bank of America는 2025년 1만8,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했습니다. 동시에 기존 직원 1만4,000명 이상을 새로운 역할로 이동시켰고, 전체 충원 역할의 44%를 내부 인재로 채웠습니다. 외부 채용을 멈춘 것이 아니라 외부 채용과 내부 이동의 비중을 다시 설계했습니다.
이 장면이 지금 채용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채용이 줄어든 자리에 일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일이 회사 안에서 먼저 배분되고 있습니다.
채용은 사라지지 않았다. 필승 전략이 아닐 뿐.
세계경제포럼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는 55개국, 22개 산업에 걸친 1,000곳 이상의 기업을 조사했습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전체 근로자 수는 1,400만 명이 넘습니다.
이 기업들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선택하겠다고 답한 인재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 85%는 기존 직원의 역량을 높일 계획입니다.
- 70%는 새롭게 필요한 역량을 가진 직원을 외부에서 채용할 계획입니다.
- 51%는 감소하는 직무의 직원을 성장하는 직무로 내부 전환할 계획입니다.
- 41%는 기존 역량의 가치가 낮아지는 영역에서 인력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부 이동이 외부 채용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70%의 기업은 여전히 외부에서 새로운 인재를 채용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산업 지식, 기존 조직에 없는 전문성, 다른 회사에서 검증된 관점을 얻으려면 외부 채용이 필요합니다.
대신 채용이 더 이상 자동으로 선택되는 첫 번째 답이 아니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새로운 사업이 생기면 곧바로 채용 요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이제는 순서가 달라집니다.
필요한 역량을 정의한다 → 사내에 해당 역량이 있는지 찾는다 → 작은 프로젝트로 검증한다 → 교육하거나 이동시킨다 → 그래도 부족한 부분을 외부에서 채용한다
채용은 인재 전략의 출발점이 아니라,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됩니다.
한 회사 안에서 어떤 직무는 줄이고, 다른 직무는 채용하며, 그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재교육하고 이동시키는 일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기업의 인력 운영이 ‘몇 명을 더 뽑을 것인가’라는 단순한 증원 문제에서, 어떤 역량을 어느 문제에 연결할 것인가라는 배치 문제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현실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단연 AI입니다.
지금 기업에 부족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배치’다
이제 기업들은 직원을 학력이나 고정된 직무명보다 실제 보유 역량을 중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변화가 사람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5년 일본과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적절한 역량을 가진 후보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면 조사 참여국 근로자 가운데 평균 3분의 1 이상은 자신의 역량이 현재 업무와 충분히 맞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기업은 필요한 역량을 구하지 못하는데, 이미 일하고 있는 사람의 역량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두 문제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한쪽에는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있고, 다른 쪽에는 쓰이지 않는 역량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인재 문제는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매칭 실패에 가깝습니다.
채용공고는 보통 직무명으로 열립니다.
'백엔드 엔지니어', 'CRM 마케터', '사업개발 담당자'처럼 이미 정해진 이름을 붙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실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직무 하나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새로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제조기업에는 현지 규제를 이해하는 사람, 품질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 공급업체와 협상할 수 있는 사람, 고객 요구를 제품 사양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이 모든 역량을 갖춘 후보자가 외부 채용시장에 명확한 하나의 직무명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회사 안에는 품질 업무를 하면서 공급업체를 관리해 본 사람, 해외법인과 협업한 사람, 인증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이 이미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몇몇 기업은 사내 이력, 프로젝트 경험, 보유 역량, 관심 직무를 데이터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소속 부서를 떠나 직원이 무엇을 해봤는지,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다음 역할로 이동하려면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를 알아야 회사 안에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 채용에는 생각보다 비싸다.
외부에서 경력자를 채용하면 바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경력은 이전 회사에서 축적됐고, 성과는 새로운 회사에서 내야 합니다.
제품이 다르고, 고객이 다르고, 의사결정 방식이 다릅니다. 누구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 하는지, 어떤 회의에서 실제 결정이 내려지는지, 공식적인 업무 절차와 실제 업무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도 새로 배워야 합니다.
외부 인재는 전문성을 가지고 입사하지만, 그 전문성을 새로운 조직에서 작동시키기 위해 일정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외부 후보자는 회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지식과 관점을 가져오는 대신, 조직은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일할지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후보자 역시 새로운 회사의 권한 구조와 협업 방식을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내부 이동은 반대입니다.
새로운 관점을 얻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한 정보가 이미 축적돼 있습니다.
회사는 직원의 실제 성과와 협업 방식을 알고 있고, 직원은 제품과 고객, 문화와 의사결정 구조를 알고 있습니다.
외부 채용은 새로운 관점을 얻는 데 유리하고, 내부 이동은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유리합니다.
불확실성이 낮고 충분한 자본이 있던 시기에는 외부 채용의 장점이 더 크게 보였습니다.
속도, 비용, 실패 위험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지금은 내부 이동의 장점이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외부 채용은 비교적 큰 결정입니다.
채용 절차를 시작하고, 연봉을 협상하고, 온보딩한 뒤 실제 성과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채용이 잘못됐다고 판단해도 되돌리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사내 프로젝트는 더 작은 단위로 실험할 수 있습니다.
직원을 곧바로 다른 부서로 옮기지 않고 일정 기간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볼 수 있습니다. 직원은 새로운 업무가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하고, 팀은 그 직원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관찰합니다. 서로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정식 이동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일종의 선택권을 가진 실험입니다.
처음부터 큰 결정을 내리는 대신, 작은 비용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뒤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입니다.
내부 이동을 하나의 제도로만 생각하면 이 차이를 놓치기 쉽습니다. 크게는 세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 이동의 형태 | 실제 모습 | 기업이 얻는 것 | 내가 확인해야 할 것 |
| 직무 이동 | 다른 팀이나 직무로 정식 전환 | 검증된 직원으로 공석 충원 | 직급, 보상, 평가 기준이 함께 바뀌는가 |
| 프로젝트 이동 | 기존 소속을 유지하며 타 조직 과제에 참여 | 낮은 위험으로 역량과 적합성을 검증 | 기존 업무가 실제로 줄어드는가 |
| 역량 이동 교육 후 성장 | 특정 기간 교육 후 업무 재배치 | 가장 낮은 위험으로 공석 충원 | 교육 이후 실제 배치 기회가 보장 되는가 |
사례 1. Bank of America는 내부 이동을 별도의 채용 채널로 만들었다
Bank of America는 직원이 내부 기회를 직접 찾도록 채용공고만 열어놓지 않았습니다.
관심 직무별 ‘인재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사내 이동 전담 어드바이저가 직원의 이력서를 검토해 보유 경험이 어떤 역할과 연결될 수 있는지 안내합니다. 아직 이동을 결정하지 않은 직원도 커뮤니티에 들어가 관련 공고와 직무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내부 직원이라고 해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직무의 언어로 잘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업 담당자가 고객 이탈을 줄이기 위해 운영 프로세스를 바꿨더라도, 자신을 '고객경험'이나 '운영개선' 직무의 후보자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채용 담당자 역시 직무명만 보면 그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Bank of America의 전담 어드바이저는 단순히 공고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경험을 새로운 역할의 언어로 재정의합니다.
사내 인재시장이 작동하려면 공석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직원이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고, 새로운 역할과 연결하며, 실제 지원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 중간 장치가 필요합니다.
사례 2. Schneider Electric은 회사 안에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었다
Schneider Electric은 2020년 'Open Talent Market'을 도입했습니다.
직원은 이 플랫폼에서 정식 직무뿐 아니라 단기 프로젝트, 멘토링 기회, 향후 가능한 커리어 경로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도입 초기인 2021년 말 기준으로 대상 직원의 71%가 플랫폼에 등록했고, 등록자 중 25%가 한 번 이상 기회에 참여했습니다. 그해 3,248개의 파트타임 프로젝트 역할이 연결됐고, 3,229건의 멘토링 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약 2만 명은 새롭게 공개된 커리어 설계 기능을 이용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일의 단위를 직무보다 작게 쪼갰다는 것입니다.
기존 방식에서는 다른 분야를 경험하려면 현재 직무를 포기하고 새로운 직무에 지원해야 했습니다. 성공하면 이동하지만 실패하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Schneider Electric의 방식에서는 직무를 바꾸기 전에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직원은 현재 역할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역량을 시험하고, 다른 팀과 관계를 만들며, 자신의 경험이 어느 분야에 통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채용과 이동 사이에 '프로젝트'라는 중간 단계가 생긴 것입니다.
이는 직원에게도 중요합니다.
커리어 전환의 가장 큰 위험은 내가 새 업무를 잘할 수 있는지, 실제로 좋아할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작은 프로젝트는 이 불확실성을 줄여줍니다.
다음 직무를 상상하는 대신, 다음 직무의 일부를 먼저 해보는 것입니다.
사례 3. Unilever는 직무를 바꾸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시험하게 했다
Unilever의 'Flex Experiences'도 비슷한 원리로 운영됩니다.
직원은 현재 소속과 핵심 업무를 유지하면서 다른 사업 부문이나 지역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역할을 경험하고 역량을 쌓되, 처음부터 정식 직무를 변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방식에서는 커리어가 한 번의 큰 결정이 아니라 여러 번의 작은 실험으로 구성됩니다.
정식 이동 전에 프로젝트를 해보고, 프로젝트 전에 관련 교육을 받고, 그 과정에서 멘토와 네트워크를 얻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원은 회사를 나가지 않고도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회사는 외부 채용 전에 내부 후보자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례 4. 현대자동차도 사내공모와 스카우트를 공식 제도로 운영한다
국내 기업에서도 같은 방향이 보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26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현업 부서의 인력 수요와 직원의 경력개발을 위해 수시 전환배치와 정기적인 사내공모를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직원은 희망 부서와 직무에 직접 지원할 수 있고, 부서장은 적합하다고 판단한 직원에게 스카우트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이후 서류 검토와 인터뷰를 통해 전환배치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이 제도는 과거의 일방적인 '발령'과 다릅니다.
회사 필요에 따라 직원을 이동시키는 것뿐 아니라, 직원이 원하는 역할에 지원하고 현업 부서가 내부 인재를 찾아 제안하는 구조를 함께 둡니다.
다만 한가지 유의해야할 것은, 국내 기업에서 사내공모와 전환배치 제도는 이미 낯선 개념이 아니지만, 얼마나 공정하게 기회가 배분되고 실제 커리어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공개 지표는 아직 부족합니다.
내부 이동이 많으면 정말 직원이 오래 남을까
LinkedIn이 전 세계 회원 활동을 분석한 결과, 같은 회사 안에서 직함이 바뀐 직원의 비율은 2021년 평균 18.7%에서 2023년 24.4%로 높아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약 30%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한 내부 이동률이 높은 기업의 직원은 내부 이동률이 낮은 기업의 직원보다 평균 재직기간이 53% 길었습니다. 학습 콘텐츠 이용 시간으로 측정한 학습 참여도도 17% 높았습니다.
회사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현재 팀에서는 다음 역할이 보이지 않고, 새로운 문제를 맡을 기회도 없으며, 지금까지 쌓은 역량이 반복 소비되고 있다고 느끼면 외부 채용공고를 보기 시작합니다.
반대로 회사 안에서 다른 역할을 찾을 수 있다면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퇴사 의사가 사라진다기보다, 외부 지원서가 내부 지원서로 바뀔 가능성이 생깁니다.
다만 LinkedIn의 내부 이동은 같은 회사에 머물면서 직함이 변경된 경우를 뜻합니다. 승진과 수평 이동이 모두 포함되며, 모든 이동이 직무 전환이나 전략적 재배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부 이동률이 높기 때문에 직원이 오래 남은 것인지, 원래 학습문화와 리더십이 좋은 회사라 직원이 오래 남고 내부 이동도 활발한 것인지도 이 데이터만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내부 이동을 늘리면 재직기간이 53% 길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직원에게 회사 안에서 다음 기회가 보이는 조직과, 퇴사해야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은 전혀 다른 인재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모든 내부 이동이 성장인 것은 아니다.
'내부 이동'이라는 표현은 긍정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커리어 기회일 수도 있고, 비용절감을 위한 업무 전가일 수도 있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내부 이동은 좋은 제도처럼 포장된 구조조정이 될 수 있습니다.
(1) 새로운 역할이 아니라 업무만 추가될 수 있다.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생겼지만 기존 업무는 그대로라면, 직원은 하나의 급여로 두 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것은 내부 이동이 아니라 업무 확대입니다.
프로젝트가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고, 평가와 보상에도 반영되지 않는다면 직원은 회사의 실험 비용을 대신 부담하게 됩니다.
시간, 권한, 평가, 보상이 함께 이동하지 않으면 역할은 이동한 것이 아닙니다.
(2) 좋은 직원을 보내지 않으려는 매니저가 이동을 막을 수 있다.
회사 전체에는 내부 이동이 유리하지만, 현재 팀의 매니저에게는 손해일 수 있습니다.
성과가 좋은 직원을 보내면 팀의 실적이 즉시 떨어질 수 있지만, 새로운 인력을 언제 충원받을지는 불확실합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매니저도 자신의 팀 관점에서는 이동을 막으려 할 수 있습니다.
내부 이동을 장려한다고 말하면서 현재 팀장의 비공식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면, 실제 결정권은 직원이 아니라 매니저에게 있습니다.
(3) 이동 기회가 높은 직급에 집중될 수 있다.
LinkedIn 데이터에서 2023년 개인 기여자의 내부 이동률은 24.1%였지만, 매니저는 49.8%, 디렉터 이상은 50.3%였습니다.
관리자급 직원이 일반 직원보다 두 배가량 더 자주 회사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얻고 있었습니다.
내부 이동이 자연스럽게 공정한 기회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네트워크가 넓고 의사결정자에게 잘 알려진 직원은 새로운 역할을 더 쉽게 제안받습니다. 반면 성과는 좋지만 조직 내 인지도가 낮은 직원, 현장 근로자, 원격 근무자, 육아나 돌봄으로 네트워킹 시간이 부족한 직원은 기회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공고가 공개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접근성이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4) 역량 데이터와 매칭 시스템이 새로운 편견을 만들 수 있다
직원의 보유 역량을 데이터로 만들면 숨겨진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데이터에 기록되지 않은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될 위험도 생깁니다.
잘못 설계된 역량 평가와 알고리즘 기반 채용 도구가 기존 편견을 유지하거나 더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 필요한 기술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장기적인 학습 능력과 잠재력이 과소평가될 수 있고, 직무 분류에 연결돼 있던 보상과 근로자 보호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좋은 내부 인재시장은 사람을 단순히 점수로 줄 세우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직원이 스스로 정보를 수정하고, 새로운 관심을 표현하고, 아직 증명하지 못한 잠재력에 도전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개인의 커리어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채용이 선택적으로 변할수록 많은 사람은 이직 준비에 더 집중합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외부 공고를 찾고, 면접을 준비합니다.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외부 채용의 문이 좁아진 시기에는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회사를 떠나기 전에, 다른 문제를 맡아 내 시장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내부 이동의 목적은 현재 회사에 오래 남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환경에서도 통하는 새로운 증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 경력’보다 문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합니다.
(1) 직무명이 아니라 해결한 문제를 기록한다.
경력을 다음과 같이 기록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 기존 방식으로 왜 해결되지 않았는가
- 원래 역할을 넘어 무엇을 새로 배웠는가
- 누구와 협업했는가
- 어떤 결과가 달라졌는가
- 이 경험을 다른 환경에서도 재현할 수 있는가
'마케팅 5년', '백엔드 개발 7년'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의 난이도가 어떻게 높아졌는지입니다.
동일한 업무를 오래 반복한 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점점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 경력은 같은 연차라도 가치가 다릅니다.
(2) 전문성을 버리지 말고 인접 역량을 연결한다.
내부 이동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모든 것을 조금씩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핵심 전문성 없이 계속 역할만 바꾸면, 어디서든 보조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중요한 문제를 맡기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퍼포먼스 마케터가 자신의 전문성을 버리고 막연히 '개발'을 배우는 것은 좋은 이동 전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대신 고객획득 경험을 중심으로 CRM, 리텐션, 가격정책, 매출 구조를 연결하면 더 큰 성장 문제를 맡을 수 있습니다.
백엔드 개발자도 개발을 포기하고 관리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서비스 운영 경험을 신뢰성, 인프라 비용, 개발 생산성 문제로 확장하면 플랫폼이나 엔지니어링 생산성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이동은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전문성이 적용되는 문제의 범위를 넓히는 것입니다.
(3) 직무 이동보다 프로젝트 이동을 먼저 시도한다
처음부터 부서 이동을 요청하면 현재 팀도, 새로운 팀도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신 경계가 명확한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8주 동안 이 문제를 맡겠습니다. 제 기존 경험 중 이 부분을 활용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은 이 방식으로 학습하겠습니다. 성공 여부는 이 지표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대신 기존 업무 중 이 범위는 조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네 가지가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 활용할 역량, 성공 기준, 필요한 업무 조정입니다.
내부 프로젝트는 무료 추가 노동이 아니라 정식 커리어 실험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시작 전에 시간 배분, 평가 주체, 결과물의 소유권, 정식 이동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커리어는 '회사 이동'보다 '문제 이동'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내부 이동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이제 이직하지 말고 한 회사에 오래 다녀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외부 이동(이직)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새로운 산업을 경험하고, 더 나은 보상을 받고, 현재 조직에서는 얻을 수 없는 관점과 기회를 확보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기업 역시 내부 인재만으로 모든 공석을 채우면 새로운 지식이 유입되지 않고 조직의 사고방식이 닫힐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변화는 내부 이동과 외부 이동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 채용만으로 성장하던 기업이 내부 이동을 병행하고, 이직만으로 성장하던 개인이 사내 프로젝트와 역할 전환을 함께 활용하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뽑기 전에 이미 보유한 역량을 더 잘 발견하고 연결해야 합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다음 회사만 찾기 전에 현재 전문성을 다른 문제에 적용해볼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커리어의 안정성도 새롭게 정의될 가능성이 큽니다.
예전의 안정성은 한 회사, 한 직무, 한 자리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안정성은 자리가 바뀌고 사업이 달라져도 자신의 전문성을 새로운 문제에 연결할 수 있는 능력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커리어의 안정성은 움직이지 않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 더 가치 있는 문제로 다시 이동할 수 있다는 데서 나옵니다.
다만 그 책임을 개인에게만 넘겨서는 안 됩니다.
기업이 직원에게 끊임없는 적응과 이동을 요구한다면, 학습할 시간과 실제 기회, 공정한 보상과 실패했을 때의 안전장치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재배치는 성장 전략이 아니라 기업의 불확실성을 직원에게 이전하는 방식에 불과합니다.
채용공고가 줄어든 시대에 다음 커리어는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새 회사의 제안이 아니라 다른 팀의 프로젝트로, 승진이 아니라 수평 이동으로, 퇴사가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맡는 일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회사명과 직무명을 모두 지운 뒤에도, 당신의 경력에서 해결한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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