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융 허무주의를 해결하기 위해선
Simon Taylor가 작성한 해당 글은 금융 허무주의라는 현상을 다룬다. 이는 규칙을 따르고 열심히 일하며 저축해도 ‘게임에 입장하는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우면, 사람들이 체념하거나 오히려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두 가지를 제안한다.
- 첫 번째는 현실을 더 잘 살아남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면, 학위를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재해석하는 모기지 언더라이팅 같은 금융 혁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 두 번째는 미래 비용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개인 투자자가 주거 개발에 직접 참여해 수익을 얻는 동시에 공급을 늘림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즉, 젊은 세대가 게임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투자 상품이다.
글에는 미국 상황이 중심으로 등장하지만, 한국 역시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 첫 주택을 구매하는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 2022년 조사 기준 19세부터 34세 청년의 57.5%가 부모와 함께 살며, 상당수가 경제적 이유로 독립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 서울의 Price to Income 비율은 약 27로, 전 세계 상위 15%에 해당한다.
- 1인당 부양해야 할 인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72년에는 1명이 약 1.2명의 노인과 아이를 부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학 졸업은 더 이상 고용 안정의 지표가 아니며 ‘쉬었음 청년’ 수는 계속 증가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매크로 트렌드가 쉽게 꺾이기 어렵고 오히려 더 심화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밈코인, 레버리지 투자, 스포츠 베팅, 예측 시장 등 도피적 금융 상품의 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글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들은 각각 충분히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2. Inversion Capital의 전략
나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왜 보험사 구조를 갖고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자산운용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Inversion Capital의 Alvaro Gomes가 작성한 이 글은 매우 흥미로웠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빌린 자본이 아닌 영구 자본으로 운용하는 것은 훨씬 효과적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 보험사를 인수해 플로트를 영구 자본처럼 활용. 버크셔, 아폴로, KKR 등이 해당한다.
- 지속적인 매출을 내는 회사를 인수해 평생 보유하고, 그 매출을 영구 자본처럼 활용. Constellation Software, Bending Spoons 등이 여기에 속한다.
- 상장을 통한 구조적 자본 확보.
Inversion Capital은 Constellation Software처럼 꾸준히 매출이 나오는 비즈니스를 인수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 회사들이 사용하는 금융 레이어를 함께 소유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렇게 되면 현금 흐름이 두 층에서 발생한다.
-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영업 현금 흐름
- 그 회사들이 발생시키는 트랜잭션에서 나오는 프로토콜 수익과 MEV
이 모델을 상상해 보니, 왜 자체 레이어 1을 소유하려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궁금했던 점들이 상당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3. 주식과 토큰의 듀얼 모델
크립토 스타트업은 여전히 하나의 사업을 두 개의 자본 구조, 즉 법적 소유를 나타내는 주식과 네트워크 참여권을 나타내는 토큰으로 운영하는 독특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토큰은 지분과 달리 규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경제적 권리를 의도적으로 제거해왔다. 그 결과 시장은 ‘토큰의 성공이 곧 프로젝트의 성공’이라는 내러티브를 유지하지만, 정작 토큰은 그 성공을 포착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수익 공유 모델은 증권법을 촉발하고, 프로토콜 레벨의 fee-switch나 buyback 역시 규제와 운영 리스크에 막혀 명확한 가치 이전 장치를 만들기 어렵다.
Street는 이번 보고서에서 ERC-S라고 불리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한다. 이는 토큰과 주식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재설계하는 구조다.
ERC-S는 OpCo, SPV, DAO의 세 레이어로 나뉜다. OpCo가 벌어들인 현금흐름은 먼저 SPV(재단)를 거쳐 DAO로 전달된다. 이 모델을 통해 토큰은 여전히 비증권 자산으로 유지되지만, 토큰 홀더들은 생태계가 성장할수록 자원 흐름을 통제하는 권리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OpCo가 발생시킨 매출의 3%를 SPV가 정기적으로 이전받도록 계약해두면, SPV는 이 금액을 생태계 자금풀로 DAO에 전달하는 ‘법적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토큰 홀더는 이 자금을 배당처럼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DAO 투표를 통해 어디에 배분할지를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OpCo는 정상적인 기업 회계를 유지하면서도 생태계에 지속적 자원을 공급하고, DAO는 그 자원을 기반으로 프로토콜의 장기 성장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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