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중개의 효능
스테이블코인이 신용 중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먼저 신용 중개가 무엇이며 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지 살펴봐야 한다.
신용 중개(Credit intermediation)란 자금을 보유한 주체가 자금이 필요한 주체에게 돈을 빌려주는 과정이다. 대표적으로 상업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하고 상환받는 활동이 이에 해당한다.
GPT에 물어본 결과, 신용 중개의 주요 효능은 다음과 같다.
- 투자 및 성장 촉진: 실물경제의 여러 프로젝트는 장기 자금이 필요하다. 신용 중개가 원활할 때 투자가 늘고 총생산성이 향상된다.
- 소득 및 소비 안정화: 가계는 대출로 미래 소득을 당겨 쓸 수 있다. 신용 중개가 원활하면 경기 충격 시 소비 심리가 급변하지 않고 완충 기능이 작동한다.
-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 기준금리 조정은 은행 금리를 통해 실물경제로 전파된다. 이때 신용 중개가 통화정책 효과와 직결된다.
신용 중개 확대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신용 중개가 축소되면 경기 과열이나 급락의 변동폭이 줄고 뱅크런 위험이 감소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일부 경제학자들은 상업은행이 100% 예금준비금을 중앙은행에 보유하도록 하는 ‘시카고 플랜’을 제안했다. 이는 경기 변동의 원인을 신용 중개에서 찾은 급진적 처방이었으나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결국 신용 중개는 성장과 안전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조율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스테이블코인과 신용 중개
스테이블코인은 신용 중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해 예금이 줄어들고, 이는 은행의 대출 여력 축소로 이어진다.
- GENIUS 법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은 재사용(rehypothecation)이 금지된다. 따라서 준비금으로 묶인 현금은 대출원으로 쓰일 수 없다.
“Stablecoins: Growth Potential and Impact on Banking”에서는 준비자산 구성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신용 중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 Narrow bank 모델: 준비금을 100 % 중앙은행에 보관한다. 예금 이탈에 따른 신용 중개 감소 폭이 크다.
- Two-tiered intermediation 모델: 준비금을 거래성 예금으로 보관하며 상업은행이 이를 대출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신용 중개가 유지된다.
- Security holdings 모델: 단기 국채나 MMF 같은 현금성 증권을 직접 보유한다. 상업은행이 자체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어 신용 중개가 유지되거나 소폭 감소한다.
GENIUS 법안 기준으로 현재 논의되는 지불형 스테이블코인은 Narrow bank와 Security holdings 모델의 하이브리드에 가깝다.
- 준비금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상업은행에 예치되므로 완전한 Narrow bank 모델은 아니지만, 준비금과 발행량이 1 : 1이라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Narrow bank 특성을 지닌다.
- 준비금이 대출원으로 사용될 수 없으므로 Two-tiered 모델은 아니다.
- 준비금이 현금과 단기 국채, MMF 같은 고품질 유동 자산(HQLA)에 한정되므로 Security holdings 모델 성격도 일부 갖는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은 신용 중개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며, 그 정도는 준비금 구성비(현금 대 단기 국채 비중)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Narrow Bank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Quasi Narrow Bank(QNB)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Narrow Bank는 고객 예금 전액을 중앙은행에 100 % 보관하는 모델이다. 반면 QNB는 예금을 대출하지 않고 보관하되, 중앙은행 계좌가 아니라 상업은행 계좌에 보관하는 비은행 기관이다. Chime, Venmo, Cash App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역사적으로 Narrow Bank는 현실화된 적이 없으므로, 아이러니하게도 QNB가 가장 현실적인 Narrow Bank 형태다. Narrow Bank가 실현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중앙은행 계좌 개설에 대한 정부 승인 부재다.
예를 들어 TNB USA INC는 기관투자자 자금을 받아 100 % 중앙은행 계좌에 예치하고 그 이자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은행을 시도했으나, 연준은 2019년 ‘통화정책 전파 왜곡 및 금융중개 붕괴 우려’를 이유로 거부했다.
QNB가 신용 중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지만 전통은행의 대출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많다. 다만 QNB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출 서비스가 탄생하는 사례도 있다. 케냐의 M-Pesa가 대표적이다. 운영사 Safaricom은 M-Pesa 예치를 상업은행 신탁계좌에 보관해 대출에 사용하지 않는 QNB 형태를 취한다. 연구에 따르면, M-Pesa 기반 디지털 마이크로대출 서비스 ‘M-Shwari’는 대출 이용률을 11 %p, 차입 규모를 37 % 증가시켜 신용 접근성을 확대했다.
비은행 Narrow Bank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장 시 영향
비은행 Narrow Bank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존재한다면 신용 중개에 어떤 영향을 줄까? 장점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발행사가 중앙은행 계좌를 직접 보유하면 상업은행 파산 위험 없이 준비금 이자 수익을 취할 수 있다.
-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 계좌를 통해 Fedwire를 이용해 사실상 실시간 결제가 가능해진다.
비은행 Narrow Bank형 스테이블코인과 신용 중개 관계에 대한 직접 연구는 없지만, CBDC가 신용 중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가 있다. Narrow Bank형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유통 CBDC와 유사하므로 해당 연구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Will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Disintermediate Banks?”에 따르면 CBDC 도입이 신용 중개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 무이자 CBDC: CBDC 1달러 증가 시 예금이 0.815달러 감소하고 대출이 0.189달러 감소한다. 예금 감소분 일부만 대출 축소로 이어지는 이유는 도매자금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이자 지급 CBDC: 예금 이탈이 빨라져 대출 감소 폭이 두 배 이상(0.38달러) 커진다.
- 은행 중개형 CBDC: 기존 은행 앱과 UX가 같아 예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대출 감소 폭이 약 0.32달러로 확대된다.
- 소형은행: 도매 차입 비용이 높아 예금 대체 비용이 커서 대출 축소 폭이 더 크다.
따라서 민간 은행 중개형 CBDC에 가까운 비은행 Narrow Bank형 스테이블코인은 신용 중개를 크게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이자 지급 기능을 제공하거나 소형 상업은행이 영향을 받을 때 그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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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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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버 by 모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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