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바람의 입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언젠가는 빛나고 싶었지
네 먼지 쌓인 계기판을 바라볼 테지
그렇게
낮게 붉게 언덕을 따라 가만히 날아간다
언젠가는 널 찾고 싶었지
네 사막 위에 작은 땀의 진동을 따라
그렇게
안녕 나의 눈부신 비행기
맥박이 멈춘 자리
네 그 입김 그 한모금이라도
난 닮고만 싶었지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내게 인터뷰처럼 중독적인 미디어 형식은 없다. 그리고 영감 같은 건 없는 대신 타인의 기에 민감한 나는, 끝나고 몸이 아프면 좋은 인터뷰가 나오곤 했다.(결과의 완성도와는 별개다) 서너 시간 동안 누군가의 기에 고스란히 휩쓸리고 나면, 심할 때는 거의 열흘을 운신하기 힘들 만큼 아프기도 했다.
그날도 그랬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비행기, 특히 전투기에 각별한 감정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오래 전부터 사막의 하늘에 떠 있는 전투기를 늘 생각한다고, 그게 자신의 ‘정신적 창고’ 같은 거라고 말했다. 네 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마치고 아는 사람의 카페에 잠깐 들렀는데, 카페 주인은 나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물었다. 얼굴이 왜 그러냐고. 곧 죽을 것처럼 피곤해 보인다고. 그 말대로였다.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하고 집에 와서 꼬박 사흘을 앓았다.
사흘째 밤에 꿈을 꿨다. 너무나 선명한 미장센의 꿈이었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처럼 이 세상의 일부가 아닐 것 같은 사막에, 마치 그곳의 일부인 것처럼, 낡은 전투기 한 대가 있었다. 모래와 식물로 덮여서, 날지도 추락하지도 않고, 허공에 멈춰선 채. 심지어 기종을 알아볼 수 있었는데, 프랑스의 수직이착륙기 미라주(Mirage)였다. 환상, 혹은 신기루라는 뜻을 가진.
몸이 회복되고 나서, 지금은 과거에 존재했던 공간이 된 어느 라이브클럽에서 그녀의 공연을 처음 봤다. 직접 개조한 해금을 안고, 랩톱과 수많은 이펙터, 복잡하게 연결된 케이블에 둘러싸인 채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사이버펑크물에 나오는 전사 같았다. 늘 앉아서 노래하던 그녀가 일어나자 매지 스타의 <Ghost Highway>의 익숙한 인트로가 흘렀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가늘지만 단단한 특유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보통 키에 창백하게 마른 몸이 갑자기 거대하게 느껴졌다.
공연이 끝나고 클럽을 나오다가 입구에서 그녀와 마주쳤다. 그녀는 무대의상 대신 가죽 재킷과 스니커즈 차림으로 담배를 꺼내 물다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어둡고, 예민하고, 서늘하고, 그러면서도 한없이 맑은 기운이 퍼지는 미소였다. 그 비현실적인 느낌에 압도되고 매료되었던 순간은, 십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한 컷의 오래된 사진처럼 내 의식 한 켠에 찍혀 있다. 나의 정신적 창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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