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안예지 원장입니다.
오늘은 많은 어머님들의 가장 큰 염원 중 하나인 “키”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한의원에 내원한 모든 아이들은 키, 체중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성장 상담을 해드리고 있는데요. 처음 내원해서 이 내용을 가장 처음 들을 때는 놀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생각보다 18세 예상 키가 크지 않아서요. 그러면 이런 반응이 자주 나타납니다.
“네? 그거 밖에 안 돼요? 요즘 애들은 다 크지 않아요?”
그리고 부모님 양쪽 중 키가 작은 분이 있으면, 옆에서 원망의 눈초리가 시작됩니다. "엇, 안 돼요!" 하시면서 소리를 지르는 분도 계세요.
이런 충격적인 분위기 속에 항상 하시는 다음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요? 더 클 수 있어요? 뭐 먹으면 좋아요?"
거의 예외 없이 "뭘 먹일까"로 넘어가지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뭘 먹일까"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유
당연해요. 먹이는 건 오늘 당장 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의 수면 시간을 늘리거나, 수면패턴을 바로 잡는 것은 오래 걸립니다. 어쩌면 저녁 일정 전체를 바꿔야 하고요.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 시간을 확보하려면 학원을 조정해야 하고요. 스트레스를 줄이는 건 더 복잡하지요.
그에 비해 영양제는 아침에 하나, 저녁에 하나 먹이면 됩니다. "해줄 건 해주고 있다"는 마음이 생기고요. 그래서 아이 키가 작다고 하면 키 성장에 좋다고 하는 영양제를 검색하고, 하나 둘 추가하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오는 반응이 되는 것이죠.
이건 엄마가 귀찮아서 혹은 나빠서가 아니예요. 당연한 반응이고 순서입니다. 우리는 늘 잘 먹어야 잘 큰다는 애기를 듣고 자라왔잖아요. 그리고 우리 아이 키가 작다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급해지거든요.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영양제 목록이 점점 길어집니다
다시 영양제 얘기로 돌아와 볼게요. 저희는 항상 진료 전에 복용 중인 영양제를 확인하는데요.
유산균, 비타민D, 오메가3. 여기까지는 흔해요.
거기에 멀티비타민, 아연, DHA가 추가되고, 키 성장에 좋다는 영양제가 하나 더 들어가고, 칼슘도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추가하고. 비타민C, 철분, 비타민B군까지.

기본 2~3가지는 복용하고, 많으면 7~8가지 먹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데 아이가 밥은 어떻게 먹고 있는지 여쭤보면, 돌아오는 대답이 이렇습니다.
"편식이 너무 심해요. 밥은 거의 안 먹고 과자만 먹으려 해요."
그래서 뭔가 부족할까 봐 영양제를 더 주시는 거예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밥을 안 먹으니까 불안하고, 영양제라도 먹여야 뭔가 채워지는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꼭 짚어야 할 게 있어요.
순서가 바뀌어 있습니다

이 루프의 문제는 영양제가 아닙니다. 영양제가 나쁜 건 아니에요.
문제는, 영양제를 먹이는 것으로 "해줄 건 해주고 있다"는 안심이 생기면서, 정작 더 중요한 것들을 건너뛰게 된다는 겁니다.
키 성장에 필요한 것에는 순서가 있어요

수면, 적당한 신체 활동, 영양, 스트레스 관리. 이런 기본이 채워진 상태에서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영양제입니다. 영양제가 무조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맨 마지막에 있을 뿐 ^^
앞의 것들이 안 채워진 상태에서 영양제만 먹으면, 영양제가 해줄 수 있는 것도 당연히 제한적입니다.
밥을 잘 먹고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제 몇 개보다 나아요. 그리고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에게 영양제를 더 주는 건 식사를 영양제로 대체하려는 것인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걸 알아도 순서가 잘 안 바뀌죠
맞아요. 저도 그거 어려운 거 알거든요.
수면 시간을 늘리려면 저녁 일정을 줄여야 하고, 운동 시간을 확보하려면 뭔가를 포기해야 하고, 밥을 잘 먹이려면 간식 관리부터 식사 환경까지 신경 써야 합니다.
다 어렵습니다. 영양제 하나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워요.
그래서 오늘 한 가지만 말씀드리려 해요.
전부 다 바꾸실 필요 없습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만 먼저 바꿔보세요. 잠을 30분 앞당기든, 저녁에 놀이터를 한 번 가든, 과자를 하나 줄이든. 영양제를 검색할 시간에 그 하나를 시작해보시면, 그것 만으로도 달라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다음 주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영양제를 먹이시려면 무엇을 확인하면 좋은지 정리해드릴게요. 다음 주 내용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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