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잘 지냈다는데, 왜 집에만 오면 이럴까요?

새 학기, 하원 후 유독 예민해진 아이에게 필요한 것

2026.09.02 | 조회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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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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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예지 원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찰떡이는 지금 4살입니다. 모두들 미운 네 살이라고 부르는,
“내가 내가”와 “엄마가 엄마가”를 외치다 바닥에 누워버리는 그 나이지요.

 

찰떡이도 몇 달 전부터 뭔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떼 쓰기’를 선보이더니 요 몇 주는 “아 이제 곧 길바닥에 드러눕겠구나” 싶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몇 일 전에는 하원 후 더위를 식힐 겸 동네 카페에 가서 간식과 우유를 먹이고 아주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러고는 근처 마트에 가서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 이 마트에 아빠는 안 가고 엄마랑 둘이서만 가고 싶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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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나오는 아빠를 밀치더니 길바닥에서 소리를 지르고 울고불고 해서, 구석진 곳으로 옮겨선 거기서 한 시간은 우는 아이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너무 덥고, 기분 좋게 하원해서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아파트 근처 구석이긴 했지만 그래도 소리를 소리를 지르니까 지나가시는 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ㅠㅠ 정말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날, 또 등원은 너무 해맑게 하는 거죠.

등원할 때 담임 선생님께 어제 이런 일이 있었다 말씀드리니 “찰떡이가요?” 하시는 거예요.

 

이런 경우 많으시죠?

선생님 말씀 들어보면 세상 이런 유니콘 아기가 없는데, 집에만 오면 짜증을 내고 별것 아닌 일에도 우는 상황이요.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거나 긴 방학 뒤 다시 등원하기 시작하면 평소보다 더 칭얼거리거나, 엄마에게 더 많이 매달리고, 괜찮았던 일에도 쉽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참 헷갈려요.

선생님은 잘 지냈다는데, 왜 집에서만 이럴까요? 혹시 엄마가 뭘 잘못해서 그런 걸까요?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보는 아이도 맞고, 엄마가 보는 아이도 맞아요.

 

그냥 우리 아이가 상황에 따라 보여주는 여러 모습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취학 아이들을 관찰한 연구에서도 부모와 함께 있을 때와 다른 성인과 함께 있을 때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린이집에서는 잘 지낸다”와“집에 오면 유독 힘들어한다”는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는 아닌거죠.

 

그럼 왜 하필 집에 돌아온 뒤 더 힘들어 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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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아이는 하루 동안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고,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선생님 말씀을 듣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기다리고, 싫은 일이 있어도 어느 정도는 상황에 맞춰야 하지요. 아직 자기조절 능력이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는 이런 하루 자체가 꽤 많은 에너지를 쓰는 일일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하원할 시간이 되면 배가 고프기도 하고, 낮잠을 충분히 못 잤을 수도 있고, 하루 종일 받은 자극으로 피곤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럴 때 “밖에서 참다가 집에서 폭발하는 거예요”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하원 무렵 아이의 자기조절 여력이 많이 떨어져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하는 편입니다.

 

평소라면 별일 아니었던 것도 이때는 큰 일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집에 들어오자마자

“오늘 뭐 했어?”

“손부터 씻자.”

“옷 갈아입어.”

“밥 먹어야지.”

“이제 숙제하자.”

다음 할 일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면 정말 작은 일 하나가 마지막 한 방이 될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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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하고 화를 내거나, 갑자기 울거나, 별것 아닌 일에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는 거죠. 그래서 하원 후 유독 예민한 아이가 있다면 저는 행동부터 고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세 가지를 살펴보라고 말씀드립니다.

 

1. 배고프고 피곤하지 않은지 먼저 봐주세요.

하원 시간이 애매해서 저녁까지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너무 배고픈 상태로 버티게 하기보다 저녁 식사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간단히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낮잠을 못 잔 날인지, 최근 잠드는 시간이 늦어진 건 아닌지, 아침마다 깨우기 힘들어하는지도 한번 봐주세요.

 

하원 후 짜증이 심해졌을 때 행동만 고치려고 하기보다 수면이나 식사 리듬부터 손볼 일이 의외로 많습니다.

 

2. 집에 오자마자 바로 ‘다음 일’을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도 찰떡이가 하원하면 궁금하거든요.

“오늘 뭐 했어?”

“누구랑 놀았어?”

묻고 싶지요.

 

그런데 꼭 현관문 들어서자마자 물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에게 잠깐 안겨 있고 싶은 아이도 있고, 혼자 장난감을 만지면서 쉬고 싶은 아이도 있고, 오히려 몸을 좀 움직여야 풀리는 아이도 있어요.

 

꼭 몇 분 쉬어야 한다는 정답도 없습니다. 다만 하원하자마자 또 다음 일정이나 질문으로 몰고 가기 전에 아이에게도 '단체생활 모드'에서 '집 모드'로 바꾸는 시간을 조금 주세요.

 

3. 반복된다면 ‘언제 더 심한지’를 찾아보세요.

매일 비슷한 것 같아도 조금만 자세히 보면 패턴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낮잠을 못 잔 날인지, 하원 시간이 늦어진 날인지, 배가 많이 고픈 날인지, 특정 요일에 더 심한지, 친구와 일이 있었던 날인지 등등. 며칠만 살펴봐도 “아, 이럴 때 유독 힘들어하는구나.” 하는 것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막연하게 “요즘 왜 이렇게 떼를 쓰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응하기 쉬워집니다.

 

다만 이건 한 번 생각해봐주세요.

 

모든 하원 후 짜증을 “밖에서 잘 참았으니까 그렇겠지.” 하고 넘겨도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등원 자체를 심하게 거부하기 시작하거나, 특정 친구나 활동 이야기를 계속 피하거나, 집에 온 뒤 감정 폭발이 지나치게 심하고 오래 이어지거나, 잠이나 식욕까지 함께 달라진다면 어린이집이나 학교생활에서 실제로 아이를 힘들게 하는 일이 없는지도 한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도 아직 뭔가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피곤하고 힘들어 보인다고 해서 모든 행동을 허용해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많이 피곤했구나.”는 인정해주더라도 “그래도 아빠를 밀면 안 돼.”는 충분히 함께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상태를 이해해주는 것과 필요한 경계를 알려주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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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몇 일 전 그 한 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진이 빠집니다.

그날 찰떡이의 행동이 괜찮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조금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왜 갑자기 이러지?”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날 하루의 찰떡이 상태도 같이 봤어야 했겠구나 싶더라고요.

 

저희는 늦은 여름 휴가를 지난 주에 다녀왔기 때문에 어린이집 등원이 오랜만이었고 휴가와 여행의 여파, 그리고 전날에는 사촌 형들과 만나서 저녁도 먹고 했던 일정이 이어져서 피곤했겠구나, 그래서 더 짜증이 났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되었어요.

 

새 학기가 시작된 첫 주, 집에 돌아온 아이가 평소보다 조금 더 예민해 보인다면 바로 “왜 또 이러지?” 하기 전에 한 번만 이렇게 생각해봐 주세요.

 

“오늘 하루가 이 아이에게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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