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매달리는 아이 앞에서 엄마가 먼저 무너지지 않으려면

환경 변화를 온 몸으로 겪고 있는 아이를 돕는 방법

2026.03.04 | 조회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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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 주치의 예지레터

첫 엄마에게 든든한, 한의사 엄마 예지쌤의 육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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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안예지 원장입니다.

 

어제가 새 학기 첫날이었는데 다들 어떻게 보냈나요? 특히 새로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과 부모님들께는 몸과 마음이 함께 분주한 날이었겠지요.

 

찰떡이는 작년 3월 어린이집에 가면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엄마에 대한 의존이 높고 환경 변화에 적응이 오래 걸리는 아이라 아마도 힘들어하겠지 생각했고, 역시나 그랬습니다. 작년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가장 늦게 적응을 마친 아이가 찰떡이었어요. 5월 중순이 되어서야 울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그 두 달간 저는 지옥을 오갔습니다. 아이는 가지 말라고 울었고, 집을 나설 때부터 저에게 안겨 있는 힘껏 저를 껴안았습니다.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온몸으로 말하는 아이를 두고 갈 때마다 마음이 찢어졌지요. 절대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지 다짐하고, 선생님과 밝게 인사하고, 우리 둘만의 루틴이었던 인사를 하고, 최선을 다해 밝게 웃으며 돌아섰어요.

 

지금, 작년의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분께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위로를 전하려고 합니다.

 

그 순간, 엄마의 마음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엄마 안에서는 여러 감정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죄책감, 짜증, 무력감, 그리고 나도 같이 울어버릴 것 같은 충동까지. 내 마음이 복잡해지면 아이도 당연히 그런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엄마의 마음이 불안해 보이면 아이도 덩달아 불안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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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아이의 상황 대처 능력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이 사실이 또 하나의 죄책감이 되기도 했어요. 제가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라 찰떡이도 그런가 자책하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반대로 읽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괜찮아지는 것이 아이를 위한 가장 직접적인 도움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더 잘하라"는 말이 아니라, "엄마가 먼저 숨 좀 돌려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아이의 마음을 알아봅시다

그럼 이제 아이의 입장을 살펴볼게요. 아이가 매달리는 건 엄마를 괴롭게 하려는 게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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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이에게 부모란 세상을 탐색하기 위한 '안전한 기지(Secure Base)'입니다. 그 기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아이의 몸은 경보를 울립니다. 실제로 엄마와의 상호작용에는 심박수, 체온, 식욕을 조절하는 숨겨진 조절 기능이 내재되어 있어서, 분리되면 이 생리적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흔들립니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것도, 다리에 매달리는 것도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신호입니다.

 

여러 연구에서는 안정적 애착을 가진 아이일수록 분리 시 울음이 더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만 이 아이들은 엄마가 돌아왔을 때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지요. 즉, 울며 매달리는 것은 엄마가 그만큼 확실한 안전 기지라는 증거이기도 하고, 엄마와의 애착이 잘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러니 우리, "내가 잘못 키워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적응을 힘들어하나…" 하고 자책하지 않기로 해요.

 

분리불안은 36개월까지 심한 편이고 6세 전후까지 이어져요. 특히 새 학기, 긴 방학 직후, 주말 연휴 뒤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기질에 따라 더 강하게 겪기도 하고 약하게 지나가기도 하지만, 다들 경험하는 일이에요. 우리 아이만 유독 그런 게 아닙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제가 했던 것들

첫 번째, 내 몸부터 다스리기

아이의 감정을 돌보기 전에 저의 몸과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당시에 일도 많았고 아이는 재접근기(!)였고 야제증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찰떡이를 위해 그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관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는데요. 분명 아이를 위한 거였는데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저는 가장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부모의 불안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염됩니다. 이것을 '감정 전염'이라고 하는데요. 엄마가 당황하면 아이의 불안은 증폭되고, 엄마가 차분하면 아이도 한 박자 느려집니다.

 

저는 평소 마음챙김 명상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ㅎㅎ 거창한 명상까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울거나 말도 안 되는 짜증을 내거나 하는 힘든 상황이 오면, 대응하기 전에 먼저 숨을 한 번 깊이 들이쉬세요. 어깨도 좀 내리고요. 딱 3초만요. 바로 "뽝!" 하고 내 감정이 나가는 것을 막아줄 거예요.

 

두 번째, 마음속 대사 바꾸기

아이가 울 때 엄마의 머릿속에서는 자동으로 대사가 재생됩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내가 잘못 키웠나?"

 

이런 대사를 의식적으로 바꿔보세요.

 

"이 아이는 지금 분리를 연습 중이야."

"아이는 오늘도 조금 더 크고 있는 중이야."

 

사실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지금 엄마 없이도 괜찮은 세상이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우는 중이니까요.

 

그리고 아이에게도 대사를 바꿔주세요.

"괜찮을 거야"라고 일축하는 대신, "학교 가는 게 싫지? 엄마도 어릴 땐 그랬어"라고 먼저 인정해주세요.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은 아이의 정서 조절 능력 발달에 필수적입니다. 아이는 종종 해결책보다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줬다"는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세 번째, 완벽한 작별을 포기하기

매번 침착하고 다정한 이별을 연출할 수 없습니다. SNS에서 나오는 그런 예쁜 장면을 포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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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완벽한 말 대신 같은 의식 하나를 가져보세요. 매일 똑같은 하이파이브, 볼에 뽀뽀 세 번, 손가락 하트 한 번 등 아이와 나만의 비밀 루틴을 만드는 거죠. 저는 어린이집 바로 앞에 있는 차량 확인용 거울을 같이 보면서 인사를 나누고 볼 뽀뽀 하는 것이 루틴 인사였어요. 반복되는 패턴을 갖는 것 자체가 아이의 안정감에 도움이 됩니다.

 

또 아이와 헤어질 때 오랫동안 질질 끌수록 아이는 더 힘들어하고 불안해하지요. 따라서 짧은 작별 의식을 만들고 매일 루틴하게 해주세요. 그럼 아이도 이렇게 하면 엄마랑 잠깐 떨어지지만, 곧 다시 엄마가 온다는 신호를 인지하게 됩니다.

 

아이가 울더라도 인사를 하고 돌아서세요.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은 꾹 참으세요. 대신 그 마음으로 하원 이후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아이의 불안을 받아주세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떤 날은 무너질 수 있어요

아무리 다짐하고 공부해도 그런 날이 있을 수 있어요. 소리를 지르고, 아이를 떼어놓고, 차에 타서 혼자 울어버리는 날도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괜찮아요. 정말로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뒤에 어떻게 돌아오느냐입니다. 저녁에 아이를 안고 "아까 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엄마도 속상했거든"이라고 말해주세요. 부모가 감정을 느끼고, 실수하고, 사과하고, 다시 안아주는 그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는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경험이 될 거예요.

 

다만 한 가지, 죄책감에 "내일은 안 가도 돼"라고 하는 것은 피해주세요. 어느 정도 패턴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일정한 일과를 만들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 상황을 피하게 해주는 것은 당장은 아이를 달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을 더 강화시킵니다.

 


언젠가 이효리 씨가 예능에 나와서 남편 이상순 씨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던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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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씨는 감정의 업다운이 심하고 예민한 편이시라고요. 당연히 그런 감각 때문에 성공하셨겠지만, 그것이 살면서는 불편할 때도 있었는데 남편 이상순 씨는 늘 한결같아서 평온하게 중심을 잡아준다는 내용이었어요.

 

우리 아이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이는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업다운이 심하고 금방 울었다 금방 웃었다 해요. 우리는 거기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자리에, 아이 옆에 있는 거죠. 그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충분히 위안을 느끼고 안정감을 찾아요.

 

완벽하게 침착하고 완벽한 행동과 말만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금은 흔들리더라도 다시 아이 옆에서 묵묵히 있어주는 부모가 되어 '안전한 기지'가 되어주는 것이지요.

 

오늘도 응원할게요. 내일은, 다음 주에는 분명 조금 더 나아질 거예요.

 

🩺 이럴 땐 전문가를 찾아주세요.

  1. 아이의 등원 거부가 2주 이상 지속
  2. 복통·두통 같은 신체 증상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
  3. 수면의 질이 너무 떨어지는 경우

 

주 1회, 든든한 육아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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