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안예지 원장입니다.
다들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오늘의 편지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진료실에서는 항상 자신 있게 육아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기에, 이런 찰떡이 엄마 모드가 조금 부끄럽기도 하네요. ^^
여러분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힘드신가요? 저는 육아가 참 어렵다고 느낍니다. 10년 넘게 관련 진료를 봐왔으니 조금은 쉬워야 하는 것 같은데 말이죠. 그 동안 공부해온 육아와 아이 건강 관련 내용이 얼마나 많은데,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힘들다고 느끼는 지점은 이런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제 온 몸과 마음을 갈아넣어(?) 육아를 하고 있는데 늘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듭니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혹시 내가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뭔가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까, 뭔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지요.
“혹시 내가 영양제를 잘 안 먹여서 두뇌 발달에 손해를 보지는 않을까?”
“혹시 내가 반응을 잘 못해줘서 아이의 정서 발달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 때는 이렇게 했어야 했을까? 아, 아까 그 말은 하지 말걸…”
매일 밤마다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뜯고,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눈물 바람이 되는 것. 모든 엄마들의 국룰인거 맞죠? 대체 엄마들은 왜 이렇게 항상 불안하고 힘들까요?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오늘 글은 사실 저에게 주는 위로의 메세지이기도 합니다. 함께 읽고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불안한 이유는 내가 예민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며 불안하고 감정이 요동치는 것은 내가 예민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는 우리 몸의 시스템이 그렇게 세팅되는 면이 있습니다. 이를 ‘모성 전환기(Matrescence)’라고 부릅니다.

특히 우리의 뇌는 아이를 낳는 순간 아이를 지키기 위해 “보안 모드”에 들어갑니다. 작은 소리, 미세한 표정 변화, 약간의 체온 변화를 기가 막히게 감지해내죠. 신생아 시절, 아빠는 절대 듣지 못하는 아이의 조그마한 바스락 소리에도 잠을 깨는 것은 이런 변화 덕분입니다. 원시 시대에는 맹수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런 불안 레이더가 매우 예민해야 했겠죠. 이런 이유로 우리 몸이 그렇게 진화해온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불안한 것은 특별히 내가 예민하거나 유별나서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뇌가 아주 정상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결과입니다.
지금은 원시시대도 아니고 맹수도 없으니 이런 상태가 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맹수는 없지만 또 다른 걱정거리는 늘 존재하지요. 우리는 어쨌든 아이를 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지키고 싶으니까요. 좋은 학업 성적, 사회적인 성공,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를 추구하고 그것이 달성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이 역시 본능에서 나오는 감정입니다.
완벽하고 싶은 마음을 부채질하는 SNS
또 하나, 우리는 생각보다 너무 많은 정보를 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SNS가 이렇게 활발하기 전엔 우리 동네, 내 주변의 엄마들만 비교 대상이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SNS에서 유명한 연예인, 발달놀이 전문가, 셰프 등등 대단한 엄마들의 일상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늘 우아하고 완벽해 보이죠. 아이 밥상 메뉴 하나도 허투루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화 하나, 아이의 행동에 대한 반응 하나 하나가 이런 이유가 있고 저런 이유가 있습니다. SNS에서는 “이 시기 엄마가 절대 모르면 안될 3가지”, “아이가 이럴 때 이렇게 하면 뇌 발달 다 망치고 있는 거예요!” 하는 류의 불안을 자극하는 내용이 허다합니다. 그들의 정제된 모습과 나의 현실을 비교하다 보면, 정말 불안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저들처럼 완벽하게 하고 싶은데… 옷은 전직 패션 MD라는 엄마처럼 입히고 싶고, 아이 간식은 파티시에 엄마처럼 해주고 싶고, 엄마표 영어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서 실수를 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내가 완벽하지 않고 부족해서 아이가 뒤처지면 어쩌지 걱정이 됩니다.
이런식으로 모든 것을 전문가처럼 하려고 하다 보면 육아는 행복한 현실이 아니라 실패하면 안되는 미션처럼 되어버립니다. 완벽하고 싶으니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안 될 것 같고, 엄마는 더 불안해지는 거죠.
불안한 육아보단 행복한 육아를 꿈꿉니다.
사실 저의 타고난 기질 자체가 불안이 높고 예민한 편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육아를 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지만 또 그만큼 불안하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은 어머니들께 (힘들더라도) 이렇게 한 번 해보자고 말씀드려봅니다.
첫째,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어디선가 봤던 말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아이에게는 완벽한 엄마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고 그것에 대해 솔직히 사과하고 고쳐나가는 엄마가 필요하다.”
우리가 완벽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발달 이론, 훈육 공식… 물론 좋은 말이고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맹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실수를 하고 난 뒤 어떻게 반응하고 고쳐나가는지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건강한 모델링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어차피 육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우리가 찾아 헤매는 그 정보에 정답은 없습니다. “이 시기엔 이걸 해야 한다”는 평균적인 내용입니다. 의학적으로는 매우 개인차가 큰 영역 중 하나 입니다. 전문가의 말보다는 매일 아이와 뒤엉켜 씨름하는 엄마의 직관이나 감(感)이 아이에겐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애정 어린 눈으로 정성스럽게 들여다보니까요.


SNS에 나오는 그 아이에게는 통했던 방법이 어쩌면 내 아이에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내 앞에 있는 ‘이 아이’를 관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아이의 기질, 식성,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과 반응을 살피고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보며 맞춰나가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엄마 생긴대로 키우는 게 뭐 어때서요?
아니 뭐, 우리가 아이한테 치명적인 학대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가 정한 규칙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의 기반 위에서 엄마가 원하는 대로, 엄마의 성향대로 키우는 게 당연한 거죠. 엄마의 성향, 호불호가 육아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건 사실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저는 조금 경직도가 높고 원칙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이런 면이 육아를 하면서 아이에게 훈육을 할 때 그대로 드러나요. 누군가가 보면 조금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도 항상 적정선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제가 너무 틈을 주지 않고 원칙대로 해서 찰떡이가 엄마는 자기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너무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엄마의 눈치를 보면 어쩌지 걱정이 되거든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것이 저인걸요. 제가 아무리 아닌 척 하려고 해도 제가 평생을 살아온 제 성격인걸요. 아이는 이게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그런 환경에 놓인 거예요. 완벽하게 원만하고 치우침 없는 엄마였다면 좋았겠지만, 사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들 기질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어딘가는 강점과 약점이 있지요.
다만 아이는 주어진 이 환경에 적응을 하기도 하고, 또 그것을 극복해나가기도 할 거예요. 엄마와 다른 나만의 성향을 맞추고 조절해나갈 수도 있겠죠. 혹은 엄마는 이렇게 늘 해주었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면, 그 세상에 맞서고 적응하기도 할 거고요. 이런 과정이 아이에게는 “성장”이 될 거예요. 아이가 살아갈 세상 어디에도 내 아이만을 위한 완벽한 환경은 없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그런 곳이 아니잖아요. 그냥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이 생활에 아이가 함께 들어와서 사는 거예요.
물론, 내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죠. 엄마니까요. 하지만 아이를 위한 완벽한 유토피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육아는 시험도 아니고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예요. 아이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이지요. 그 점을 받아들이고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았으면 해요. 내가 못해주는 것, 내가 모자란 것에 집중하기보단 아이와 함께 더 잘 할 수 있는 것, 내가 아이를 위해 해주고 있는 것에 눈을 돌렸으면 해요.
정답을 찾기보단, 내 아이에게 맞는 방식이 무엇인가를 우리가 찾아내면 좋겠어요. 아이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찾아보면 좋겠어요. 육아를 하면서 너무 내 생활을 없애기보단 내 생활 안에서 아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이게 더 어려울지도 몰라요. 엄마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부할 거리가 많겠죠. 하지만 조금 더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엄마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길에 제가 도움이 된다면 정말 영광이겠습니다.
오늘 특히 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모두 오늘도 화이팅해요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