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안예지 원장입니다.
지난주에는 매주 레터를 보내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요.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찰떡이한테 감기를 옮았고, 그 친구는 이틀 만에 싹 나았는데 저는 사흘을 죽었다 살았어요. 아이한테는 증상 맞춰 시간 맞춰 감기 한약을 잘 먹이면서 저는 그냥 대충 집에 있는 한약으로 연명해서 그런 걸까요. ㅠㅠ 다음부터는 제 약도 신중하게 잘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그러면서 감기에 걸리면 누구나 한 번쯤 간절히 생각하는 문제 "감기 빨리 낫는 법은 없나?"가 저도 떠올랐어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너무 괴로우니까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감기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는 특효약은 아직 없습니다. 감기는 보통 1~2주면 자연히 낫는데, 문제는 그 시간이 너무 길다는 거죠. 특히 아이까지 같이 아프면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심정이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덜 괴롭게 보내는 방법을 정리해봤습니다. 약 얘기보다는 지금 당장 집에서 해주시면 좋은 것들 위주예요. 천천히 읽어보세요.
엄마가 감기에 걸렸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요. 일단 쉬어야 해요.
허허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고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도 봐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쉬겠어요. ㅠㅠ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려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낮잠 잘 때 어떻게든 같이 자고, 저녁에도 집안일은 조금 흐린 눈으로 보시고 쉬세요. 최선을 다해 쉬세요. 특히 "이제 좀 나은 것 같은데?"싶을 때 무리하면 회복이 늦어지고 결국 아픈 기간만 길어집니다. 몸이 다 나을 때까지 최대한 쉬세요.

쉬면서 가장 신경 쓸 일은 물 마시기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요. 충분한 수분은 코막힘을 완화하고 탈수를 예방합니다. 아이 물만 챙기고 정작 본인은 안 마시는 분들이 많은데 (네, 저요… ㅠㅠ) 내 컵도 아이 컵 옆에 같이 챙겨주세요. 물, 맑은 육수, 따뜻한 레몬물 뭐든 좋습니다. 커피나 녹차, 홍차만 아니면 됩니다. 이런 것들은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거든요. 감기 중에는 커피 대신 따뜻한 보리차나 유자차로 바꿔주세요.
되도록 따뜻하게 마시세요. 따뜻한 음료는 점액 흐름을 좋게 해서 코막힘을 풀어주거든요. 전 세계 할머니들이 감기에 걸리면 뜨끈한 국물부터 끓여주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예요. 집에 닭가슴살이나 냉동 육수가 있으면 간단하게 데워 드세요. 아이 이유식이나 반찬 준비할 때 국물 한 그릇 같이 끓여두면 따로 시간 안 들이고 챙길 수 있습니다.
특히 제가 추천하는 조합은 끓인 물 한 컵에 레몬즙 조금과 꿀 한두 스푼을 넣는 거예요. 아이 재우고 나서 한 잔 마시면 목도 편해지고 잠도 잘 옵니다.
여기서 잠깐 꿀 얘기를 해보자면, 꿀은 코로나19가 한창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을 때 미국 CDC에서 추천하기도 했어요. 실제 연구에서 기침 빈도와 강도를 줄이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확인되었거든요. 특히 밤에 기침이 심해서 잠을 잘 못 자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꿀 한 스푼만 떠먹거나 따뜻한 물에 타서 드셔보세요.

그리고 또 하나, 비타민C인데요.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비타민C 메가도스(고용량 복용)를 하라는 얘기가 많죠. 아마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감기에 걸린 뒤 비타민C를 먹는 것은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대규모 연구들에서 내린 결론이에요. 평소에 꾸준히 먹으면 감기 기간이 소폭(성인 8%, 아이 13%)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이미 콧물이 흐르기 시작한 뒤 급하게 먹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꿀을 드세요. ^^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아이들도 기본은 비슷합니다. 다만 약을 복용하는 것에 있어서 좀 더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 4세 미만 아동에게는 일반의약품 감기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현실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임의로 먹이기보다는 꼭 전문가와 상담해서 정확하고 안전하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열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쉬게 해주세요. 다른 아이들에게 옮기는 것도 막고, 아이 몸이 회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보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하루 쉬는 게 결과적으로 앓는 기간을 줄여줄 거예요.
수분은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이들은 감기 중에 탈수되기 쉬운데, 한 번에 많이 마시게 하기보다는 빨대컵에 물이나 묽은 과일 주스를 담아서 손 닿는 곳에 두세요. 놀다가 한 모금, TV 보다가 한 모금 자연스럽게 마시게 됩니다. 따뜻한 국물도 좋은데, 평소 좋아하던 미역국이나 계란국을 묽게 끓여주시는 것도 괜찮아요.

아이들도 기침이 심하면 꿀을 추천합니다. 만 1세 이상이라면 잠자기 전 꿀 한 스푼이 밤 기침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어요. 그냥 먹기 힘들어하면 따뜻한 물에 타서 주셔도 좋아요. 다만, 모두가 아시겠지만 만 1세 미만 아기에게는 꿀을 절대 주시면 안 됩니다. 돌이 지난 후 아주 소량 적용해보고 알레르기 반응 등이 없다면 조금씩 시도해보시면 됩니다.
혹시 SNS에서 아이들 기침약이 효과 없는 걸로 나왔다더라 하는 얘기를 보신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어요. 일반적인 아이들용 기침 시럽(기침 억제제)은 아이에게 효과가 없다는 게 정말 여러 연구의 결론입니다. 효과가 미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는 연구도 많아요. 그래서 만 4세 미만에게는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원칙이고, 만 6세 미만에게도 권장되지 않습니다.
그럼 기침하는 아이에게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기관지염, 폐렴 등 원인이 있는 기침이라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 외에 집에서 해주실 수 있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꿀이에요. 기침 빈도, 증상 강도, 수면의 질 모두에서 기침 시럽보다 꿀이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고 해요. 만 1~5세 아이에게는 꿀 반 스푼 정도를 4시간 간격, 혹은 필요할 때 주시면 됩니다.
이럴 땐 병원에 가세요
대부분의 감기는 집에서 잘 쉬면 낫지만, 이런 증상이 보이면 단순 감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 숨쉬기가 힘들어 보이거나 호흡이 빨라질 때,
- 열이 4일 이상 떨어지지 않을 때,
- 증상이 10일 넘게 낫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질 때, 나아지는 듯하다가 갑자기 다시 악화될 때,
- 기침이 3주 넘게 이어질 때는 꼭 병원에 가세요.
특히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축 처지거나, 수유나 식사를 거부하거나, 소변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 탈수 신호일 수 있으니 빨리 진료를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결국 감기를 빨리 낫게 하는 비결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확실히 쉬고, 따뜻한 걸 많이 마시는 것이죠. 모두 다 아는 길이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잘 못하게 되기도 해요. 하지만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것이 결국 더 빨리 낫는 방법입니다.
내가 아프면 힘들고, 아이가 아프면 죽을 것 같이 힘들죠. 저도 그 마음 너무 잘 알아서 더 많이 도와드리고 싶어요. 지난주부터 목이 간질간질하면서 열이 나는 감기를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이 늘어났네요. 이번 환절기, 아이들도 엄마들도 건강히 잘 넘기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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