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조의 하나님을 믿는 과학자입니다

김근주읽기 뉴스레터 16호(전편)_황순욱

2024.06.05 | 조회 7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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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뉴스레터 16호(전편)는 황순욱 님의 편지입니다. 크리스천 과학자로서 신앙과 과학이 종교적 갈등과 첨예한 사회적 분쟁이 되는 것은 모두 비지성의 결과라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온건하고 보수적인 경상도 합동 교단에서 자란 분이 어떻게 김근주 목사님의 열혈 팔로우가 됐을까요? 틈만나면 신학서를 탐독하며 의심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과학자의 신앙 이야기를 전합니다. _발행인 주

 

ː 황순욱의 신앙 이야기 ː

안녕하세요. 전기화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기업에서 배터리를 연구하는 과학자 황순욱 입니다. 저는 경상도의 보수적인 신앙 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 속한 농촌 교회에서 모태신앙으로 시작해 40년 동안 출석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일가 친지가 계신 작은 농촌 교회는 제게는 포근한 신앙의 둥지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신앙생활은 한편으론 큰 축복이자, 다른 한편으론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좁은 세상이기도 했습니다. 

황순욱 님, 경산송림교회 교인_황순욱 제공
황순욱 님, 경산송림교회 교인_황순욱 제공

저는 어린시절부터 교회는 모두 합동 교단과 같은 원칙을 지켜야만 한다고 배웠습니다. 주위 어르신들은 통합 교단은 나쁜 자유주의 교단으로 멀리하라 하셨고천주교 신자들은 우리와 다른 신앙을 가졌기에 구원받지 못할 이들이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일방적이고 경직된 원칙을 강요하는 신앙관인데, 당시에는 의심없이 그대로 따랐습니다. 다른 신앙생활을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마도 타교단과 타종교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주님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터부시했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인지 저는 모교회의 가르침에 무조건 '아멘'하며 모든 것을 진리로 받아들였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구원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ː '모범생'이라는 함정 ː 

저는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늘 상대와 경쟁하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저를 향한 타인의 평판에도 신경을 썼지요. 모범적인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애쓰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저를 가정과 교회, 학교와 주변인들 항상 칭찬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과 행동은 저를 성장시켰고, 견인하는 힘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주의하며 지내다 보니 정작 나의 본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회의감이 들더군요. 문득 이런 제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오, 주님! 어쩌면 저는 하나님에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하고 착한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을 억지로 하기도 했고, 가끔은 나와 가깝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내면의 구겨진 모습을 돌아보며 결국 내 삶의 중심을 바꿔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자유와 행복을 주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지요. 하나님은 누구보다 당신 안에서 제가 자유하기를 원하실 테니까요.  

 

ː 우리 교회의 이상한 율법주의 ː

교회에서는 누구보다 바른 신앙인이고 중요한 일들을 하며 인정 받았지만, 기실 사회에서는 교회를 다니는지 안 다니는지 구분할 수도 없는 신앙인이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상한 율법주의적 원칙을 고수하며 스스로 괜찮은 신앙인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가령 술을 마시는 이들에게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정죄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지요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자유를 찾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세상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씁니다. 하지만 제 삶의 초점을 타인들이 설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지는 않습니다.

저는 우리의 신앙생활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믿는 신앙, 아무 궁금증을 가지지 않은 신앙은 결국 문제를 낳게 됩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지 몰라고 속으로는 자신을 곪게 만들지요. 의심하며 고민하는 신앙을 갖지 않는 것은 독실한 것이 아니라, 이해와 생각없이 그저 맹목적 믿음만을 따르는 '게으름과 핑계의 신앙'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놓아주는 자유가 필요"

직장이 있는 대전, 엑스포 다리가 보이는 38층의 커피숍은 독서하는 공간_황순욱 제공
직장이 있는 대전, 엑스포 다리가 보이는 38층의 커피숍은 독서하는 공간_황순욱 제공

 ː 하나님을 믿는 과학자를 찾아서 ː  

20대 후반,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새로 만든 깨끗한 도서관에 즐비한 새 책들이 저를 도서관에 오래 머물게 했지요. 특히 과학을 전공한 제게 과학과 공학책들은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느날 과학 잡지에 발표된 한 과학자의 글을 읽으며 깜짝 놀랐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동료로부터 인정받는 뛰어난 과학자 중에는 무신론자들이 90% 이상이라는 충격적 결과였습니다. 공신력 있는 잡지의 글이라 더 충격을 받았지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내가 계속해서 과학을 공부를 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과연 하나님을 믿는 과학자들은 어떤 분들일까?' 강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먼저 믿음을 가진 과학자인 제 자신을 스스로 납득시켜야 했고, 저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갖은 과학자들의 생각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제 신학 공부의 여정은 믿음을 가진 과학자의 생각과 의견을 들으려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지요.  

그때부터 서울대 우종학 교수님의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이정모 관장님의 책과 강연 영상, 김요한 목사님의 '바이블 클래스', 새물결플러스의 '창조, 기원' 관련 도서들, "과학과 신학의 대화", "신학 블록버스터",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김영웅 박사님 등의 공부로까지 과학과 신앙의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칭 평신도 신학자로서의 공부가 시작되었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참으로 집요하게 열공을 했습니다. 지금은 웃고 넘길 일이지만, 그 당시 크리스천 과학자들의 책을 보면서 저는 마치 이단 도서를 읽는 것 마냥 심장이 쿵쾅거렸지요. 마치 몰래 몰래 진실을 밝히려는 수도사처럼 공부했습니다.

 

"박영식 교수 사태는 창조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비지성의 결과"

 

ː '과학자다운 질문, 신앙인에게 필요ː

경상도, 장로교 합동, 보수적 신앙 집안의 당연한 결과로 저는 '창조과학'을 수련회에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성경적이고 진리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무지한 주장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과학을 전공하면서 의식있는 과학자가 가져야 할 신앙이란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질문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의문은 지금 돌이켜 보면 매우 좋은 시작이었고 저의 신앙관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굉장히 핫한 이슈이며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서울신학대학교 박영식 교수님에 대한 징계는 창조에 대한 생각과 공부하지 않는 한국 개신교의 일면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박영식 교수님의 저서를 읽고 엄지척_황순욱 제공
박영식 교수님의 저서를 읽고 엄지척_황순욱 제공

ː 박영식 사태, 비지성이 낳은 결과 ː

최근에는 서울신대 박영식 교수님에 대한 사건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박영식 교수님의 <창조의 신학>([읽는 신학교 특별 과정] <창조의 신학> 함께 읽기 챌린지 : 청어람ARMC (ichungeoram.com) 책읽기를 하는 밴드에 가입하여 박영식 교수님의 저서들을 읽고 거기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더 읽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비단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생각과 공부하지 않는 한국 개신교의 비지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과학과 진화론, 창조에 대한 궁금증에서 공부를 시작했듯이 많은 시간이 아니라 조금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다면 그리고 다른 의견을 듣고자 하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사탄의 계략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영식<창조의 신학>함께 읽기 포스터. 청어람ARMC, 과신대, 김근주읽기 공동주간 _청어람 제공
박영식<창조의 신학>함께 읽기 포스터. 청어람ARMC, 과신대, 김근주읽기 공동주간 _청어람 제공

ː '과학과 신학의 대화'로 팔로우 한 김근주 ː

김근주 교수님은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서 강의 이후 본격적으로 팔로우하게 되었습니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서 창세기, 창조에 대한 김근주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고, 이전에 새물결 플러스에서 나온 관련 책들을 조금 섭렵한 상태라 이상한 소리로도 불편하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공부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될 무렵 성경 읽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은 단번에 쓰여진 문자 그대로의 말씀이라 믿고 살아온 저에게 당연히 이어지는 수순이었습니다.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며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 성경을 2030독 해도 읽기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성경을 한 권 한 권 자세히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성경 주석서와 스터디 바이블, 김근주 교수님의 '레위기' '예레미야', '이사야' 관련 도서가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근주 교수님을 통해 시작된 구약 공부가 예수님이 오시기 전인 구약에서의 구원의 의미에 대한 해석, 약자와 이방인에 대한 자세 등이 저에 신앙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공의와 정의를 행하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잘 이해하지 못했던 선지서가 더 은혜롭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신학서로 가득한 서재_황순욱 제공
신학서로 가득한 서재_황순욱 제공

ː 근본주의자의 위험성, 자각이 필요해 ː

30세까지도 저는 교회 봉사하지 않으면 구원받은 사람이 아니고, 오후 예배에 빠지면 반만 믿는 사람이라는 이상한 근본주의적 생각으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 아니면 지옥 가는 것 당연하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사이코 패스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 중에도 신앙생활 저렇게 하니 저렇게 밖에 못살지라는 철저한 근본주의적, 행위 구원적 신앙인이었습니다. 조금의 핑계를 대보자면 교회에서 목사님에게, 어른들에게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키는 것은 다하는 목사님들이 참 좋아하는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구원은 나는 모르겠고 개인적인 경건, 나의 구원만이 일생 최대의 문제로 와 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의 소중함이 아니라 교회 건물이 중요했고 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했지 내 형제 자매의 형통은 그저 질투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도 내 말 속에서 행동에서 불쑥 불쑥 나도 깜짝 놀라게 이전의 습성이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성찰하게 되었고 아주 조금씩 고쳐가는 중입니다. 나를 바꾸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성경을 다시 읽으며 새롭게 다가오는 말씀으로, 느헤미야를 수강하며 김근주 교수님들의 강의를 통해서, 여러 신학책들을 통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기도하며 나를 바꾸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황순욱 님, 아내와 자녀 셋, 그리고 조카(오른쪽 끝) _황순욱 제공  
황순욱 님, 아내와 자녀 셋, 그리고 조카(오른쪽 끝) _황순욱 제공  

 

:) 황순욱 님의 뉴스레터 후편도 기대해주세요.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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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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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경

    3
    5 months 전

    황순욱님🌸감사감사합니다! 레터를 읽으면서 몹시 기뻤습니다. 이렇게 글과 사진을 보면서 '하나님이 살아 계셔서 너무나 기뻤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자유와 행복을 주는 연습을 하셨다니 놀랍습니다. 👍👏👏 서재에 가득한 신학서를 보면서 순욱님의 수많은 시간과 고민, 노력이 느껴져서 울컥했습니다. '질문하는 신앙' 참 좋습니다! 살아있는 신앙으로 읽힙니다. 세상이 바뀌길 바라는 것이 결코 어리석은 일이 아니라고, 나부터 바뀌기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체인지 된다고 알려주신 증인 같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가시는 길을 늘 응원합니다🙏🩵 다음편도 기다릴께요~

    ㄴ 답글 (1)
  • 알깬(Timothy)

    3
    5 months 전

    저도 자연과학을 전공으로 삼으며, 신앙과 과학이 충돌하는 고민이 많았기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무한하신 하나님을 인정한다면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학을 포함한 세상과 성경을 조화해 나가는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마당이 있어서 참 감사하네요. ^^

    ㄴ 답글 (2)
  • 전숙희

    3
    5 months 전

    낯익은 이름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신앙이라는것이 보고 배운것 외에 다른 견해를 접하기는 쉽지않은 영역인것 같습니다. 외부에서 나에게 맞는 자극이 있어야만 생각의 틀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라구요.. 황순옥님의 글을 읽으며 너무 많이 공감했습니다. 저도 30대 중반까지 성경을 해석해주는 목사님의 설교를 질문없이 무조건 받아들이며 타인을 정죄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주신 이성을 성경에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것이 믿음이 좋은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황순옥님처럼 여러 학자들의 여러 책들과 강의를 들으면서 두근거리고 혼란스러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해가고 있습니다. 진짜 하나님은 어떤분일까? 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하나씩 답해가는 중입니다. 같은 길을 가는 분들이 있어 힘이 됩니다~

    ㄴ 답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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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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