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성전기> 릴레이 서평1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목소리로 빛나는 성서'

김근주읽기 별지25_ 김근주 <제2성전기> Ivp · 서평_송진실

2025.10.28 | 조회 337 |
1
|
김근주읽기의 프로필 이미지

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김근주읽기에서 <제2성전기> 출간 기념으로 릴레이 서평을 소개합니다. 첫 주자로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 송진실 님의 ①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목소리로 빛나는 성서" 입니다. "성서 본문이 서로 충돌할 때, 무엇이 ‘우세하다’라는 결론이 아닌 제2성전기의 다양성과 다원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깊은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2025년 오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압제와 폭력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낙담하기보다, 그 안에서 다양한 해석과 대응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깊이 읽는 즐거움! 함께 읽고 쓰고 노는 김근주읽기! :) 발행인
송진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
송진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생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목소리로 빛나는 성서"

 

ː 그는 왜 용어를 구출하려 하는가? 

2025년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정신없이 흐른 한 해였습니다. 한국의 계엄령 선포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 그리고 미국의 여러 횡포로 인해 아직도 온몸이 뻐근하고 두들겨 맞은 듯 이상합니다. 계엄에도,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에도, 관세 전쟁에도 '정의'라는 타이틀이 내걸어질 때마다 온몸이 아팠습니다. 이제는 정의와 공의의 언어조차 아무 데서나 차용되는 시대에서 감히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요? 이런 시점에서 김근주의 『제2성전기』는 적확하고 적실한 위로와 정의를 안겨줍니다.

그의 책은 서론에서부터 2성전기라는 표현을 통해 정의(正義)’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과거, 구약과 신약을 잇는 가교 역할 정도로 여겨져 신구약 중간기와 같은 정의(定義)’에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제2성전기라는 용어를 매우 고심한 끝에 설정하여 이들을 구출해 내었고, 이러한 적극적 용어 설정 시도는 저자의 정의관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김근주의 ‘정의正義' 적확하고 적실한 위로’

 

ː 구약, 다성적(多聲的) 음성과 다채로운 이야기

구약성서는 제2성전기 때 대부분 집필되었습니다. 심지어 저자는 신약성서도 전적으로 제2성전기의 기다림에서 피어난 꽃이라(18) 언급하였죠. 그만큼 2성전기가 성서 역사적, 신학적 의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2성전기는 구약과 신약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모든 성서 기록의 체계적 확립의 완성이었던 것이죠. 그 특별한 시기에 유독 돋보이는 단어는 야훼 하나님께 대한 제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포로기를 기점으로 나라를 잃고 끊임없이 낯선 환경에 처했습니다. 이런 시대에서 자신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세우고자 하는 열망과 집착은 국가를 잃은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포로기 이전부터 있었던 전승들이 모였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들의 제의 전통과 야훼 유일신 사상으로 점철된 구약성서가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끊임없이 충돌해 보이는 목소리가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정의입니다.

귀스타브 도래(Paul Gustave Doré), '성전 재건이 시작되다'『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성서』, 슈투트가르트, 1885년 출판
귀스타브 도래(Paul Gustave Doré), '성전 재건이 시작되다'『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성서』, 슈투트가르트, 1885년 출판

정의의 강화와 제의의 강화는 어느 하나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가 처한 현실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으로 드러난다. 분명한 것은 제의가 강화되면서 정의가 소홀해질 수는 있지만, 정의가 강화되면서 제의가 소홀해진 상황이나 시기는 구약성경이 보여주는 이스라엘 역사 내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구약성경 속 이러한 충돌은 모순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부적절하다. 서로 대립되고 충돌되는 듯한 견해가 공존함으로써 특정한 개념이나 제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2성전기는 이러한 다양성 혹은 다원성이 수용되고 보존되는 시기였다.” (119)

 

성서 본문이 서로 충돌할 때, 무엇이 우세하다라는 결론이 아닌 제2성전기의 다양성과 다원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구약성경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집필되고 편집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서로 충돌하는 듯한 모순도 발견되고, 여러 주장이 통합되어 하나의 교훈을 주는 내러티브도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약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것이 되거나, 덜 신빙성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없습니다. 구약은 하나님의 언약 가운데 다채로운 목소리와 다양한 시대 가운데 이루어진 삶의 정황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구원사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구약성서는 단순히 율법주의적 문헌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김근주는 이스라엘 혈통의 종말을 선언하며(134, “여호야긴으로 혈통의 나라는 끝이 난다”) 이스라엘 역사의 지속은 오직 하나님의 약속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다시 말해, 그들의 특별한 행위나 족보가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근거라는 것입니다.

개신교는 전통적으로 구약을 율법이나 옛 언약으로 한정하고 복음과 대립되는 것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그러나 구약성서는 결코 그렇게 단순히 율법주의적 문헌으로 치부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구약은 다성적(多聲的) 음성과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내러티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약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언약을 신실하게 이루어 가시는지를 낱낱이 살펴보아야 하겠지요.

 

오경, 나아가 구약성경은 참으로 이스라엘의 구체적 역사에 대한 신학적·신앙적 대응의 산물이었다. 변화된 상황에 대한 해석과 대응, 외적 변화에도 내적 정체성을 단단히 확립하는 일, 이스라엘을 둘러싼 세상을 해석하는 일, 이 모든 작업이 구약성경의 형성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198)

 

프란치스코 헤이즈(Francesco Hayez)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 베니치아 국립현대미술관, 1867년
프란치스코 헤이즈(Francesco Hayez)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 베니치아 국립현대미술관, 1867년

ː 인내하며 , 끝까지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마지막으로 변화된 시대에 대한 대응으로 태동한 것은 오경의 확립이었습니다. 귀환 이후 이스라엘은 두 가지 경향, ‘신정적 경향신명기계 종말론적 입장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쳉어에 의하면 이 두 입장이 서로 팽팽하게 서 있으면서 ‘긴장 가득한 타협’의 특징을 이룬다고 하였지요(197). 김근주는 이것이 신학적·신앙적 대응의 산물로 여기며 변화된 상황에 대한 해석과 대응을 담고 있다고 함축하였습니다.

결국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깊은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2025년 오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압제와 폭력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낙담하기보다, 그 안에서 다양한 해석과 대응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령 그 시도가 서로 다른 긴장과 갈등 속에 놓여 있더라도, 인내하며 끝까지 새로운 가능성을 고안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서를 경전으로 믿는 이들의 걸음일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성경을 펼칩니다.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는 벽돌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2성전기 동안 쓰여진 구약성서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기원전 587년부터 최소 기원후 1세기에 이르기까지, 600년에 걸친 집필과 편집의 과정을 거치며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에게, 그리고 저와 같이 낙담하는 이들에게 이 사실은 큰 위로가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의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수많은 다양한 해석과 갱신 속에서 살아남았던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성경을 펼칩니다. 맥락과 의미를 잃은 채 성경의 이야기와 단어가 쉽게 차용되는 시대 속에서, 그것이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휘둘러지는 벽돌 한 장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도 조심스레 성경을 읽습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선교모임 인스타그램
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선교모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uts_socialmission?igsh=dTl5bGtiN3Q4MTN6&utm_source=qr

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선교모임 활동가들
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선교모임 활동가들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샬롬!

김근주읽기 뉴스레터에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 댓글, 실어가기 모두 환영합니다. 

많은 분과 함께 하도록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김근주읽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1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강미경의 프로필 이미지

    강미경

    1
    about 2 months 전

    송진실님 감사해요🥰🥰'사선' 장로교신학대학원 "사회선교 활동 모임" 통해 귀한 일 하십니다!!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목소리로 빛나는 성경이란 말씀처럼 말씀을 삶으로 표현하시니 아름답네요.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귀한 발걸음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사랑의 발걸음마다 말씀이 살아서 꽃피우시길 자랑스러운 송진실님께 항상 정의가 흘러넘치시길 바래봅니다💕💕 김근주 읽기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ㄴ 답글

다른 뉴스레터

© 2025 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