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여

김근주읽기 뉴스레터 13호(전편)_김정건

2024.01.16 | 조회 1.4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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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주읽기

'김근주읽기'는 신학자 김근주 목사의 저서를 함께 읽는 독서클럽으로, 책 이야기, 모임 안내,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뉴스레터로 전합니다.


2024년 세 번째 뉴스레터는 프랑스에 계신 김정건 님이 전합니다. 일산은혜교회 청년부 예배 영상 댓글로 연결되어 <구약의 숲> 읽기로 처음 만났습니다. 레터 제안에 평소 본인이 비판적, 진보적, 냉소적 이미지가 짙어서 읽는 분들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고 염려하셨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세심함, 눈물겨움, 다정함이 그윽한 분입니다. 직접 그리신 멋진 그림도 꼭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전편 '신앙과 그림 이야기' 후편 '질문하는 성경읽기' 입니다.

- 발행인 주


 

조금 긴 이야기

저는 남부 프랑스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한국 국적의 중년 남성 김정건입니다. 큰 딸은 저와 함께 지내다 지금은 파리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작은 딸은 프랑스에 살다가 여기 공부가 맞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 아내와 함께 지냅니다. 제 소개는 이리 간단하네요. 하지만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려면 꽤 긴 저의 개인사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겠습니다.

김정건 님(프랑스 거주, 엔지니어)_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김정건 님(프랑스 거주, 엔지니어)_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불행했습니다

저는 부친의 잦은 폭행과 감금으로 부모님과 정서적으로 유리된, 꽤 불행한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어릴 때 저희 집이 여관을 했는데, 6살 때부터 아버지의 폭행이 심해졌고, 폭행이 끝나면 마당 창고에 갇혔습니다. 맞은 곳도 너무 아픈데 어둡고 침침한 창고를 기어다니는 이상한 벌레들은 더 끔찍했습니다. 부친의 구타가 상습적으로 이어지자 어린 저는 창고 안에 미리 장난감을 가져다 놓고, 갇히면 그걸 갖고 놀며 버텼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곳에 몇 시간씩 갇힌다는 건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었거든요.

 

"왜 펑펑 우시는지 몰랐습니다" 

적개심

대한예수교장로회 교회의 안수집사인 아버지에게 이끌려 저는 억지로 교회에 나갔습니다. 교회에 가면 신앙심보다는 성가대에 앉은 부친의 위선에 적개심을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 교회에서 해수욕장으로 수양회를 갔는데, 거기서 저는 혼자 놀다가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교회 텐트를 찾아 다니다가 밤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렸지만 왜 인지도 모른 채 “길을 잃었으니 이제 어디서 일자리를 구해야겠다” 생각하면서 해수욕장의 간이식당과 유흥업소를 기웃거렸습니다. 그때 멀리서 교회 담임목사님이 저를 발견하고는 달려와 저를 안고 펑펑 우셨습니다. 왜 우시는지 저는 전혀 영문을 몰랐습니다. 저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어차피 자살할 거니까 괜찮아

중학생이던 어느날, 그날도 폭행을 당했습니다. 불현듯 “나는 어차피 자살할 거니까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신기하게 모든 것이 견딜만하게 느껴졌지요. ‘자살할 거니까 괜찮아’의 세계에서는 모든 부조리한 상황들이 냉소적으로 수용되고, 이제 그것을 이겨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그날부터 저는 이 세상에 속한 누군가가 아닌 것처럼 살아가는 아이가 되었고,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세상과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을 잃었습니다. 거의 매일 밤 어떤 방식으로 자살할지 궁리하다 잠들곤 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중3부터 고2까지 이른바 탈선 비행청소년으로 지냈습니다.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나를 받아준 다방 누나들

탈선 비행청소년 시절 저는 학교에서 소문난 꼴통이었습니다. 술, 담배는 물론이고 성인 오락실에 드나들고, 절도까지 저지르고, 고2 때는 학교가 끝나면 집이 아니라 학교 근처 다방으로 갔습니다. 부친이 깨어있는 동안에 집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여기저기 전전하던 저를 다방 여종업원 누나들이 귀여워해 주고 친절하게 받아준 것이었습니다.

저는 누나들이 쓰는 작은 곁방에서 밥도 얻어 먹으며 거의 기거를 하다시피 했고, 친구들이나 다방 손님들과 화투를 치고 당구를 쳐서 용돈을 벌곤 했습니다. 교회 권사인 어머니가 용납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미 이전부터 부모님과 정서적으로 분리되어 버렸기 때문에 어머니의 어떤 이야기도 제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빨간 스펀지 방석에 누워

고2 겨울 하교길에 눈도 많이 오고 너무 추워서 잠시 몸을 피하기 위해 교회의 지하 교육관에 들어갔습니다. 교육관 긴 의자에 놓인 빨간 스펀지 방석 위에 등받이를 쳐다보고 누웠는데, 의외로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집사님들이 조곤조곤 기도하는 소리도 참 좋고, 무엇보다 그곳엔 나를 때릴 사람도 욕할 사람도 없다는 사실에 안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김정건, 종이에 펜
그림 김정건, 종이에 펜

그날부터 매일 교육관을 찾았습니다. 거기서 집사님들을 따라서 했던 기도, 아마 그것이 제 신앙생활의 시작이었을 것입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자살강박도 줄고 공부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을 진학하고 어느새 삶은 조금씩 회복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됐습니다. 군대에서 전역해 집에 오니 부친이 어느 여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습니다.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은 그야말로 비참하기 이를 데 없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저는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비도 벌면서 대학에 복학했습니다. 그때 교회 봉사도 참 열심히 했습니다.

성공, 실패, 완악함.... 나의 구원

그런데 얼마 후 교회를 설립하신 담임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재산 문제 때문에 교회가 완전히 두 동강 나 버렸습니다. 그렇게 사람 좋아 보이던 장로님과 집사님들의 민낯을 본 순간 저는 교회고 신앙이고 다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신앙심 좋던 사람들이 실제로 고작 그런 모습이라면, 이건 생명의 말씀도 진리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가정과 교회를 다시 잃었습니다.

그래서 지옥같은 현실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어 서울에서 아주 먼 지방 기업에 지원을 했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교회를 떠났습니다. 거기서 혼자 살게 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저는 미친 듯이 일만 했습니다.

덕분에 조금씩 사회적 지위도 생겼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교만해지고 날카롭고 냉정한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겉으로 보면 잘 나가는 사회인이었지만 무엇을 해도 만족함이 없었습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져 아내와의 관계는 최악이 됐습니다.

어느새 숨어있었던 자살강박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예전보다 더 심한 강박이었습니다. 끔찍했습니다. 하지만 두 딸 아이가 제게는 구원이었습니다. 아이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 형벌같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도록 했습니다.


"그 분이 제 모든 것을 바꾸어"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프랑스 출장 중에 시력에 이상이 왔습니다. 갑자기 머리 속에서 툭!하는 소리가 나더니 모든 것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시작됐습니다. 두려웠습니다. 길을 걷는 것도, 운전을 하는 것도 두려웠지만, 치료법이 없어서 자연치유를 기다려야한다는 의사의 말이 더 무서웠습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혹시 시력을 잃게 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그렇게 3개월 정도 증세가 계속 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에 마치 다마스커스의 바울처럼 ‘다시 교회를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피어 올랐습니다.

교회를 떠난지 20여 년 만에 저는 프랑스에 있는 교회에 다시 나갔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그렇게 신앙 생활을 재개하면서 프랑스에서 직장을 구했고, 아이 둘을 혼자 키웠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무너졌던 제 삶을 회복했습니다.

물질적인 회복이 아니라 관대함과 온유함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절실했던 삶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냐고 누군가 물으면, 저는 자신있게 “예”라고 답할 겁니다. 말씀 안에서 저는 예수님을 만났고, 그 분이 제 모든 것을 바꿔 놓으셨으니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사이코패스 같았던 제가 예수님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김근주 목사, 교단탈퇴, 김근주읽기

김근주 목사님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인터넷에서 일산은혜교회가 합신 교단을 탈퇴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였습니다. ‘겁나’ 보수적인 합신 교단에 이런 목사님과 이런 교회와 성도님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목사님이 계시고, 이런 목사님을 지키기 위해 교단 탈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담임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계시구나'를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김근주 목사님이 나오는 다양한 채널과 일산 은혜교회 청년부 예배를 매주 보았습니다.

전하시는 말씀들이 공감이 되고,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어느날 일산은혜교회 청년부 유튜브에 댓글을 달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김근주읽기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런 공동체읽기에 참여한 것이 난생 처음이고, 아무래도 시차나 책을 구입하는 부분이 쉽지 않은 외국 생활이라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잘 도와주시고 환영해 주셔서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것'의 기쁨과 유익함을 절절히 느끼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장애인, 가난한 노동자와 함께"

 

김근주! 보석 같은 성경 선생님

김근주 목사님은 한국 개신교에서 매우 귀한 구약 선생님입니다. 유튜브에서 레위기 강의를 하신 걸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한국 개신교에서 외면받는 구약을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어떻게 읽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김근주 목사님처럼 좋은 강의를 해 주실 분은 없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신약은 어떨까요?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 세상의 가장 비천하고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자신을 동등하게 생각하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약 선생님으로서 김근주 목사님의 가치도 매우 귀하지만, 이런 예수님의 가르침을 가장 잘 가르쳐 주시고 우리 삶에서 실천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점에서 우리나라 개신교의 보석 같은 분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성소수자나 장애인,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끔찍한 폭력과 혐오를 함께 감당하시고, 당당하게 견뎌주시는 모습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존경의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부를 위해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의 입문과정 수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선입견과는 달리 김근주 목사님이나 느헤미야의 강사진들이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보수적인 신학자들이라서 조금 고민되는 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영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니 저처럼 해외에 사는 사람에게는 참 좋은 배움의 기회일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서열의식과 우월감, 차별없는 세상이 있을까?

프랑스든 한국이든 어느 곳에나 삶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행정서비스나 편의점, 배달 서비스 같은 부분은 월등히 편리해서 프랑스 생활 초기에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의 그 좋은 점들이 다 열심히 일하고 수고하는 분들 덕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기 와서야 묵묵히 노동하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느낍니다.

무엇보다 제가 피부로 느낀 두 나라의 차이는 프랑스가 우리나라보다는 ‘서열의식’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는 프랑스 직장에서 나이나 학벌에 대한 질문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누구를 만나면 제일 먼저 나이와 학벌, 재산 정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상대방과 자신의 서열을 정리하고 나서야 관계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요. 저는 이 강한 서열의식이야 말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과 나은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 곳곳에 너무도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프랑스에 살면서도 일부 사람들로부터 은근히 인종차별을 받습니다. 중년남성이라는 점 때문인지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종류의 차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았던 한국사회의 인종 차별에 비하면 솔직히 어린아이 수준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기억들이 죄책감이 되어 이곳의 차별을 견디게 해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겠지만, 서열의식, 우월감, 노골적 차별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분명합니다.


 

드로잉, 모나미 153 볼펜

제 그림의 시작은 사실 ‘낙서’였습니다. 평소에 전화통화할 때나 화상회의 같은 걸 하면 아무 종이에나 끄적끄적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화상회의가 늘어나면서 '이걸 스케치북에 그려봐야지'라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그려진 낙서를 SNS에 올렸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고 맘에 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소> 김정건 님의 첫 그림, 종이에 펜
<소> 김정건 님의 첫 그림, 종이에 펜

그래서 드로잉 전용 펜을 사서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드로잉이 제 첫번째 그림인데, 모나미 153 볼펜으로 '소'를 그린 것입니다. 처음엔 몹시 망설여졌습니다. 미술을 배워본 적도 없는 이 어린아이 같은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조롱할 것 같고,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그려서 나 혼자 보는 그림이 무슨 가치가 있겠나. 어차피 감추거나 포장할 수도 없으니 그냥 솔직한 나를 보여주자” 라는 마음에 SNS에 올렸는데, 꽤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 주셔서 참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하루 한 점의 기쁨을 드리며

그림을 그려서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거나 그림을 팔아 돈을 좀 벌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거의 매일 ‘하루 한 점의 그림’을 그립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그린 그림도 좋지만,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의 한 부분이 된 그리기, 이것을 통해 다른 분들에게 잠깐의 힐링 혹은 아주 작은 기쁨이라도 드릴 수 있다면, 그림으로 누군가가 할 수 있는 꽤 근사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세상의 방식을 지우고 예수님의 원리로"

제 그림으로 이벤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이벤트에 예수님의 원리를 적용해 보았습니다. 제 그림을 신청하신 분들이 유기견 단체에 기부를 하면 제가 그림을 드리는 방식이었는데, 저에게 기부금액을 알려주지 말아 달라고 요청드리고, 어떤 증빙자료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 기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 마음을 더 쓰고 사람들을 돈으로 비교하게 될까봐 걱정한 것도 있지만, 돈을 많이 내면 더 대접받고 위너가 되는 세상의 방식을 지워보고 싶었습니다.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그래서 포장비와 배송비는 제가 부담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벤트 직전에 어느 분이 제 세필화를 구입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셨습니다. 그 금액이 딱 포장과 배송에 필요한 금액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에도 같은 행사를 진행했는데, 이벤트 알림을 하기 전날에 어느 출판사에서 제 그림을 삽화로 쓰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 역시 딱 포장과 배송에 필요한 금액이었죠. 그래서 조금 놀랐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림을 그려서 돈을 받은 것은 이 두 번이 전부였는데, 저는 기적같은 걸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예수님 나라의 원리가 이런 것은 아닐까 가끔 생각하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네 공동체가 추구할 모습" 

 

╹아름다움!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여

제 그림이 낙서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니, 때로는 무의식 중에 그냥 마음가는 대로 손가는 대로 그리기도 합니다. 한가지 스타일이나 주제만 정해 놓고 그리진 않지만, 제 마음 속에 늘 품고 있는 주제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모여서 만드는 아름다움’입니다.

하나하나 보면 보잘 것 없고 하찮은 것들인데 함께 모이니 뭔가가 이루어지고 심지어 아름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네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제게 있습니다.

*혹시 트위터를 하신다면, 제 계정(@vulpes_no9) 에서 제가 그리는 그림들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드로잉 김정건, 종이에 펜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죄도 짓고

저처럼 오랫동안 신앙을 떠나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말이 아닌 전생애가

결국 주님의 초대에 따르겠다는 답장이 된다면,

저와 같은 이의 삶 조차도 영 헛된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 김정건 님의 뉴스레터 후편도 기대해주세요. 

~ to be continued

 

샬롬!

김근주읽기 뉴스레터에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 댓글, 실어가기 모두 환영합니다. 

많은 분과 함께 하도록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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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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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상수

    1
    11 months 전

    글로만 만나뵈서 늘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귀하게 소개를 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참 재주가 많으시네요. 그림은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잘 안쓰는 트위터 계정을 찾아봐야되나.. 고민 중입니다. ^^ SNS에서 우리는 그럴듯한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남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에 좌절을 합니다. 그런데 김근주 읽기 공동체를 통해서 실패의 이야기들… 그 실패를 통해서 나를 만져주시는 하나님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편견없이 들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뒷 이야기도 너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조만간 읽기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ㄴ 답글 (1)
  • 강미경

    1
    11 months 전

    김정건님, 감사합니다! 레터를 읽으며 하나님의 큰 사랑을 느꼈습니다. 사실 친구들에게 프랑스에 계신 분과 책을 읽는다고 자랑도 했는데요, 더 자랑을 해야겠습니다^^지난 시절의 아픈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감사해요. 톡방에 올려주신 글을 읽고, 보내주신 섬세한 그림들을 보면서 참 멋진 분이구나 생각했는데요, 와! 너~무 멋지십니다. 모나미 153이 누구 손에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네요. ㅎ'꿈사냥꾼' 계속 응원합니다! 하나님이 정건님을 얼마나 사랑으로 지켜 주셨을지 또한 찬란한 예수의 사랑을 경험하셨을지 감동 받았습니다. 톡방에서 정건님이 어떤 글을 올리실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음악공부하시는 따님이 계시다니 더욱 반갑습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고 저 역시 믿고 바라는 사람입니다🌸♡귀한 레터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십시오. 언제 꼭 만나뵙고 싶습니다🙏💕

    ㄴ 답글 (1)
  • 서윤이랑

    2
    11 months 전

    드로잉들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쉽지 않으셨을텐데, 살아오신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나눠 주셔서, 천천히 생각하며 읽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 전사

    2
    11 months 전

    김정건님의 글을 읽으면서 어느 틈엔가 하나님의 도우심, 그 따뜻한 은혜를 우연으로 치부해버렸던 저의 모습을 봅니다. 그림뿐만 아니라 글솜씨도 어마어마 하시네요. 후편이 기다려집니다. 매번 울림이 있는 글 감사드려요. 댓글을 남긴다는게 그만 이메일로 답장을 보내버렸네요. 댓글은 나눔이 본질이라 이곳에 다시 남깁니다.

    ㄴ 답글 (1)
  • 사자양

    2
    11 months 전

    하마터면 이 글을 못 읽고 지날 뻔했네요. 귀한 나눔 감사합니다. 그림은 정말정말정말 멋집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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