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개월 만에 24억 투자 받은 웹툰 제작사 (feat. AI를 곁들인)

AI를 사용해 웹툰을 제작하는 스튜디오가 알토스 벤처스, 스프링 캠프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창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서요. 주로 테크 회사를 투자했던 투자사였기에 어떤 제작사일지 궁금해졌어요. AI가 웹툰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글이에요.

컨텐츠 제작 산업에 관심있는 분
AI가 이미지 제작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궁금한 분

어떤 회사인가요?

웹툰 제작사입니다. 웹툰 제작할 때 AI 기술을 사용해, 기존에는 어려웠던 작업들을 가능하게 만들려고 하고요. 제작사이기 때문에 인하우스 웹툰 작가도 있습니다. 웹툰 작가, AI 엔지니어가 같이 작업하는 독특한 조직인거죠.

창업가는 어떤 사람인가요?

8년 전 개인 작가들이 웹툰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창업했어요. 아쉽게도 플랫폼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첫번째 회사를 폐업하고 왓챠에 들어가 웹툰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왓챠에서 나와 다시 웹툰 산업에서 창업을 한 것이고요.

웹툰 스튜디오는 어떻게 수익을 얻나요?

플랫폼 수수료 : 네이버 웹툰 같은 플랫폼에 웹툰이 올라가 많은 분들이 보게되면 수수료를 받게 됩니다. 네이버 웹툰 재무제표를 보면 어떤 스튜디오들이 얼만큼의 수수료를 받았는지 볼 수 있어요.

 더그림 엔터테인먼트 : 126억 
스튜디오 JHS : 125억 
와이랩 : 102억 
제이플 미디어 : 45억 
샤인 파트너스 : 29억 
스튜디오 389 : 27억 

판권 수익 : 웹툰이 크게 성공해서 영화나 드라마가 되면 판권 수익을 얻게 됩니다. 나혼자만 레벨업처럼 게임이 되기도 하고요. 넷마블이 웹툰의 판권을 구매해 제작한 게임은 2분기에만 1600억의 매출이 나올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 창업가 인터뷰

Q. 왜 다시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몇년이나 더 일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첫번째 사업을 하면서 미쳐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있었고요. 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내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GPT가 발표되면서, AI 쪽으로 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Q. 웹툰과 AI의 결합이라는 아이템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한 5개월 정도 아이템을 찾았던 것 같아요. 빨리 안 찾아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한번 사업을 망해본 경험이 있다보니, 광야에 나와있는 상태가 특별히 불안하지 않아요. ‘돈 필요하면 당장 어디가서 개발이라도 조금 하면 되지’ 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5개월 동안 고민하다가 그래도 웹툰을 내내 해 왔으니까, 그걸 살려서 가자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Q. 사업 아이템을 정한 뒤에는 뭐부터 하셨어요?

일단 코드를 돌려보면서 어디까지 가능한지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사업 계획서를 쓰기 시작했고요. 첫 창업 때는 신줏단지 모시듯이 아무에게도 안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주변에다가 막 뿌렸어요. 동료들에게도 공유하고, 피드백 받으면서 디벨롭 했어요. 한 30명한테 보여줬던 것 같아요.

Q. 컨텐츠 산업은 성공 여부가 논리적이지 않잖아요. 어떻게 성공 가능성을 높이나요?

콘텐츠 제작의 가장 어려운 점은 '이게 왜 성공할까요?'라는 질문에 '재미있으니까?' 외에 객관적인 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물찾기만 할수는 없는 것이니 몇가지 전략적인 요소를 적용하기로 했다.

1) 좋은 작가를 찾자! 좋은 작가는 가능하면 외부 피드백에 유연하고, 협업이 가능한 작가를 찾자.
2) 웹툰은 결국 스토리텔링이니 작가가 작화가 아닌 스토리와 연출에 최대한 집중할수 있도록 해주자.
3) 작품으로 접근하지말고 사업으로 접근하자. 즉 사업 계획이 가능한 작품을 만들자.

이 정도 방향을 가지고 작가를 찾고, 제작 시스템을 만들고, 사업 계획을 잡아갔다.
최상규 대표님 페이스북

요즘은 웹툰 하나를 제작하는 데 수십명이 참여하는 스튜디오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개인 작가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고요. 사실 웹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작가들의 창의성 이잖아요.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개인 작가들의 역할이 필요해요. 리얼드로우는 개인 작가들을 도와서 블록버스터 웹툰을 만들 계획이에요. AI를 잘 활용하면 기존에 보지 못했던 품질의 웹툰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기술은 언제 사용되나요?

지금 웹툰 작가들은 업무 시간의 70%를 그림 그리는 데 쓰고 있어요. 스토리텔링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30% 밖에 되지 않고요. 그림 그리는 건 기술이 도와줄테니, 스토리텔링에 더 많은 생각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방향성이에요.

지금은 작가가 연출도 하고, 그림도 직접 그려야 해요. 더 좋은 퀄리티의 그림을 내보내고 싶어도, 업무량이 너무 많아지니까 포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알아서 퀄리티 조정을 하는 거죠. 그런데 기술이 복잡한 화풍을 해결해준다면, 포기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만들고 있나요?

리얼드로우 소속 웹툰 작가의 그림을 학습해, 작가 본인만 쓸 수 있는 AI 도구를 만들고 있어요. 이 방식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AI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로맨스 장르 중에 업계 용어로 “대갈치기” 라고 부르는 장르가 있어요. 얼굴만 나오는 장르를 말하는 건데요. AI가 얼굴 하나는 잘 그리거든요. 그래서 만약 저희가 이런 장르로 작품을 출시한다면, AI를 활용하는게 어렵지 않을 거에요.

저희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고퀄리티 시대극 작품입니다. 얼굴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AI 입장에서 비현실적인 세상을 학습해서 그려내야 하는 상황인거죠.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과제를 선택했다는 것에서 저희 팀의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AI로 소화하기 어려운 난이도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순간, 다른 업체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게 될 거라고 봐요.

Q. 수익 모델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작품을 런칭하고, IP를 활용해서 수익을 얻는 일반적인 제작사의 수익 모델과 비슷합니다. 네이버 웹툰, 픽코마, 라인 망가 같은 플랫폼에 입점되고, 판매 수익을 얻는거죠.

Q. 지금 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AI 리서처, AI 엔지니어, 3D 캐릭터 모델러, 언리얼 레벨 디자이너, 웹툰 프롬프터, 웹툰PD, 웹툰작가, 스토리작가, 비즈니스 매니저, 피플&컬쳐 매니저가 함께 일하고 있어요.

Q. 웹툰 작가와 개발자가 같이 일하는 조직은 어떤가요?

지금까지 한번도 같이 일해본 적이 없던 사람들끼리 잘 일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도 저희 팀의 과제인 것 같아요. 웹툰 작가와 개발자 모두 색깔이 강한 사람들이잖아요. 엄청난 이종 결합인거죠.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문화를 새로 만들고 있어요.

언리얼 레벨 디자이너가 만든 배경 화면에 작가의 캐릭터를 입히고, AI가 조정한다.

Q. 첫 사업에서 혼자 모든 걸 하려했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지난 번 망한 사업을 할 때는 내가 직접 코딩도 하고, 사업도 하고, 모든 걸 다해내는 나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근데, 중요한 점은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는 정말 큰 문제인데, 우리 팀의 한계가 딱 나의 한계와 같다면 과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특히, 건방지게 누굴 가르쳐서 쓸만하게 만들어서 쓰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가장 부끄럽다. 이번 리얼드로우를 하면서는 좋은 분이라고 생각되면 어떻게든 영입하려고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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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비개발자 출신이거든요. 첫 사업 때 개발자를 찾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고요. 만들고 싶은 거 만들 수 있는데까지 2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비개발자 출신이 개발도 할 줄 안다고 하면, 으슥했거든요.

창업가는 초반에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지점들이 정말 없어요. 당장 돈을 버는 상황이 아니라면요. 그래서 오히려 스스로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자기 증명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Q. 비개발자 창업자가 개발 공부하는 걸 비추하시나요?

개발이 필요한 분야에서 창업하는 거라면 기본적인 이해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해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아지거든요.

Q. 첫 사업을 접으실 때, 두려움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왜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운가? 그 동안 꽤나 오랜 시간동안 실패를 인정하지 못한데는 단순히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것만으로도는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가지가 있었다. 그 중 가장 두려운 것은 이대로 실패를 인정하고 났을 때 그 동안 조금이라도 갈등 혹은 이견이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이었다.

"그것 봐, 그럴줄 알았어" 이 서비스를 이용했던 사람들이 한두명이 아니었기에 그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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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남 눈치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데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사업 망했다고 손가락질 받는 건 한순간이에요. 오히려 직원들을 내보내야 할 때가 더 고통스러웠어요. 직원들에게 월급 못 주는게 더 부끄러운 일이지, 비난 받는게 뭐가 부끄럽겠어요? 그래서 월급 줄 자신 없으면 채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조직에 와서 일한 사람들이 이 시간을 낭비했던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같아요.

Q. 왜 10년 동안이나 웹툰 업계에서 일하시는 건가요?

약간 사고 같은 거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업계에 있다보니까 작가들의 현실 문제를 너무 많이 봤어요. 큰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많이 들으니까 주제 넘은 동정심이 생긴거죠. 업계가 더 변했으면 좋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뿌듯한 부분도 많아요. 유일하게 글로벌 플랫폼을 한국이 갖고 있는 산업이고, 한국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컨텐츠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고요. 뿌듯함과 문제의식이 같이 있다 보니까,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