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븐랩스는 창업 3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찍고 있는 AI 스타트업입니다. 직원은 1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고요.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AI 목소리를 만들어주는 기술을 판매해요.
이 회사의 핵심 AI 리서처로 한국인 직원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퍼톤이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하고 하이브에 매각했던 형석님이었어요. 형석님을 모시고, 일레븐랩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하이라이트
- 여기는 PM이 없고, 리서처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진행해요. 리서처들이 기술의 디테일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 프로덕트화 시킬 수 있을지 더 잘 상상할 수 있거든요.
- 풀스택 개발자가 많아서 아이디어부터 배포까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있어요. 한국에서는 역할이 분리되어 있어서 소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던 것 같아요.
- 재미있는 건,트위터 메시지로 '들어오면 어떻겠냐'고 입사 제안 받은 뒤, '오케이'하고 끝났다는 거예요.
- AI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분야에 대한 흥미인 것 같아요. 사람이 재미있다 보면 계속 붙잡고 하게 되는게 있거든요. 딥러닝은 전통적인 엔지니어링이랑 다르게 직관이 중요할 때가 많아요.
📕 배경 설명
Q. 일레븐랩스는 어떤 서비스 인가요?
쉽게 말해서 AI 성우를 제공해 줍니다. 아주 자연스럽게요. ARS 음성 서비스에서 나오는 딱딱한 로봇 목소리와는 차원이 달라요. 다양한 언어와 감정 표현이 가능하고요.
Q. 어떻게 매출이 1,000억이나 되나요?
해외에서는 텍스트를 성우가 읽어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따로 성우를 고용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의 성능이 높아지니까, 성우 대신 일레븐랩스를 구매하게 된 것이고요.
기본적으로 사용량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돈을 벌고 있어요. 한달에 1만 5천원 정도를 내면, 2시간 분량의 AI 성우를 쓸 수 있습니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면 더 많이 내야 하고요. 기업용 고객을 위한 B2B 상품도 있어요.
Q. 어떻게 활용 되나요?
타임 매거진에서 일레븐랩스의 기술을 붙여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출시하기도 하고요.
출판사에서 오디오 북을 만들 때 쓰기도 해요.
영상을 다른 나라로 출시하고 싶을 때, 더빙을 일레븐랩스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창업자는 어떤 사람이에요?
폴란드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던 두명이 공동 창업자예요. 폴란드에서는 영화를 폴란드 성우가 더빙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더빙이 너무 어색한 걸 보고, 일레븐랩스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Q. 리서처로 일하는 형석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서울대 음악 연구실에서 대학원 공부를 했어요. 연구실 선후배, 교수님과 함께 수퍼톤이라는 기술 회사를 창업했고, 하이브에 매각했고요. 일레븐랩스 CTO에게 스카웃을 받아 올해부터 리서처로 일하고 있어요.
🕵🏼♂️ 인터뷰
Q. 언제부터 오디오 쪽 AI에 빠지게 되신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나 오디오를 되게 좋아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일렉기타를 열심히 쳤고요. 대학에 가서도 1년 정도 휴학을 하고, 음악을 열심히 해보기도 했어요. 근데 음악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다시 학교를 들어가서 수업 열심히 다니고, 자동차 대학원 인턴도 해 봤어요. 그런데 기계 공학은 진짜 재미가 없더라고요. 인공 지능이라는 기술은 꽤 재미있었어요. 군대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는데요. 우연하게 서울대에 음악 오디오 연구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연구실에서는 음악 오디오 신호에 머신러닝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었어요. 마침 텐서플로우라는 딥러닝 모델이 나왔을 때 였고요. 음원 분리에 딥러닝을 적용해봤는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잘 돼서 충격이었던 기억이 나요.
석사 1년차인데, 선배들이 5년 동안 하던 것보다 성능이 잘 나왔거든요. 그때만 해도 연구실에서 딥러닝 그 중에서도 생성형 ai를 연구하는 사람은 더더욱이나 많이 없었어요. 그때부터 계속 오디오 분야에 AI를 적용하는 연구를 했어요.
Q. 그러다 수퍼톤이라는 회사를 창업하셨어요.
대학원에서 음원 분리 연구를 2-3년 정도 하면서 그쪽으로 논문도 많이 썼어요. 그러다 연구실 후배와 함께 싱잉 보이스 신테시스라는 연구를 시작했어요. 악보를 넣으면 노래하는 목소리를 합성해주는 기술이에요.
당시에는 그런 연구가 거의 없었어요. 해외에서도 스페인에 하나 정도 있었을 뿐이죠. 그래서 연구가 각광을 받았고, 국제 학회에서 베스트 페이퍼도 받았어요. 이걸 보고 교수님이 창업을 제안하셨어요. 교수님, 그리고 연구실 졸업 선후배와 함께 수퍼톤을 창업한 거예요.
창업 후에는 실시간 음원 분리 기술, 음성 변조 기술 같은 것들을 개발했어요. 그리고 음성을 여러 요소로 분리해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기반 기술도 만들었고요.
이런 것들이 하이브의 눈에 띄었나봐요. 첫 투자 이후에 음성 변조 기술까지 보고 바로 인수를 제안해왔어요. 생각보다 빨리 인수가 되었어요.
Q. 어떻게 일레븐랩스에서 일하게 되신 거예요?
일레븐랩스와의 인연은 꽤 길어요. 2021년경에 제가 뉴립스 학회에 보이스 컨버전 관련 논문을 발표했는데, 일레븐랩스의 CTO인 피터가 그걸 보고 연락을 해왔어요. 당시 피터는 구글 퇴사 후 창업을 준비 중이었고요.
처음에는 파운딩 엔지니어로 합류해달라고 제안받았지만, 군대 문제도 있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거절했어요. 일레븐랩스와 피터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몰랐거든요.
수퍼톤이 하이브에 인수된 이후에 피터가 다시 연락을 해왔어요. 일레븐랩스는 어느새 유니콘이 되었고요. 이번에는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대규모 실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도 보였거든요. 그래서 올해부터 일레븐랩스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냥 트위터 메시지로 '들어오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고 '오케이'하고 끝났다는 거예요. 다른 팀들과 달리 CTO가 직접 뽑을 때는 복잡한 인터뷰 과정이 없었어요.
Q. 일레븐랩스는 어떻게 일하나요?
엔지니어 주도의 개발 문화예요. PM이 없고, 리서처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진행해요. 리서처들이 기술의 디테일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 프로덕트화 시킬 수 있을지 더 잘 상상할 수 있거든요.
전반적으로 의사결정이 빠르고 배포 사이클도 엄청 빨라요. 한국에 있을 때는 결정하고, 배포하는데까지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회의도 많고, 사람들이 각자 의견을 강하게 주장해서 결정이 늦어졌거든요.
풀스택 개발자가 많아서 아이디어부터 배포까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있어요. 자기가 책임진 거는 그냥 자기가 시작부터 끝까지 다 책임지는 느낌이 좀 있어요. 한국에서는 역할이 분리되어 있어서 소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해요. 주말에 일하는 엔지니어도 많고요.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에요.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거든요. 어떻게 이런 문화가 생긴건지 신기해요.
Q. 훌륭한 AI 연구자가 되기 위해 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I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분야에 대한 흥미인 것 같아요. 사람이 재미있다 보면 계속 붙잡고 하게 되는게 있거든요. 딥러닝은 전통적인 엔지니어링이랑 다르게 직관이 중요할 때가 많아요.
엄청 어려운 수학을 쓰는 건 많이 없어요. 대학교 열심히 다니고 조금 공부하면 할 수 있는 수준인거죠. 오히려 관심있는 분야의 논문들 읽으면서 인사이트 도출하고, 적용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는 대규모 모델과 데이터를 다루는 엔지니어링 능력도 점점 중요해지는 걸 느껴요. 스케일을 올리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거든요.
Q. 다시 창업한다면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시겠어요?
세부사항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당장 해야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 다음 스텝을 미리 생각해서 그것들을 준비하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들부터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능하면 풀스택 개발자, 그리고 자발적 동기부여가 있는 인재를 찾는게 좋을 것 같고요. 창업 초반에는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은데, 프런트 밖에 못하면 가만히 놀 수 밖에 없을 수 있거든요.
다시 창업한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좋은 인재를 찾는데 쓸 것 같아요. 초반에 진짜 인재 밀도를 높게 가져가는 게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가능하면 헤드헌터에 맡기지 말고 CEO나 CTO가 직접 찾아나서서 찾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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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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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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