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백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첫 한식당의 고통이? 벌써 가물가물해 지려고 한다. 그러던 중, 불과 며칠 전이다. 한국에서 일자리 제안을 받았다. 연봉이 생각보다 높아서 이참에 그냥 한국에 돌아가 돈을 좀 벌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실행력은 하나는 누구보다 빠르다고 자부한다. 결심하자 마자 도서관에 앉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알아봤다. 솔직히 한국에 갈 생각을 하니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편도 50만 원 짜리를 발견해 결제까지 시도하다가 카드가 없어 일단 보류했다.
그 다음으로 언제, 어떻게, 프랑스로 다시 돌아올 것인가를 계획했다. 어학원 학기가 시작하는 9월이나 10월 쯤이 좋겠다. 파리 올림픽이 끝난 뒤이므로 타이밍이 그야말로 찰떡이다. 파리 올림픽 기간에는 교통비가 오른다. 인간도 많아 도시 전체가 멘붕일 것이다.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게 한국 돌아가 그냥 그래를 볼 생각에 한동안 들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안 가기로 했다. 왜냐,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까. “프랑스에 또 가?“ ”한 번 갔다 왔는데 미련이 더 남았어? 시간낭비, 돈 낭비야.” 과연 6개월 후 이런 질문들을 가뿐하게 물리치고 다시 프랑스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이대로 돌아갔다간… 처음 떠날 때처럼 과감하게 떠나지 못 할 것이다. 한국에 가기엔 뭔가 아쉽고 두렵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상황도 조금 달라졌다. (일주일 단위로 인생이 팍팍 변한다.) 자전거투어 가이드를 맡게 됐다. 면접에서 합격한 것. 이것마저 떨어지면 답이 없으므로 간절하게 준비했다. 4시간에 걸쳐 테스트를 봤고, 결국 좋은 결과를 받았다. 이걸로 이제 한달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다. ‘Disability and Social Participations’ 발달장애에 관한 전공을 찾은 것. 그것도 학비 저렴한 프랑스 대학원에서! 여기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1년에 100만 원도 안 되는 학비로 내가 원하던 공부를 할 수 있다.
소소에서 일을 하면서 항상 대학원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장애학에 관해서 언제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은 ‘사회복지’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발달장애가 작게 다뤄지고 있었다. (그런 것 처럼 보였다..) 프랑스에서도 이 커리큘럼은 딱 한 군데 밖에 없다. 그곳은 바로 렌. 이로써 향후 3년 간의 길이 조금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윤곽이 보인다 보여.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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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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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우쟁 (56)
ㅎㅎㅎ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국 한 번도 투어를 해보지 못 했엉 엉엉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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