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가 어려운 삼십삼
지난 주 이틀 동안 A2 시험을 치뤘다. 이로써 A단계 끝. 이전처럼 만점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모두 쉽다고 느껴질 만큼 수월했다. 내년 1월부터는 B단계가 시작된다. 앞으로 외워야 할 게 더 많아질테지만 불어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으니 해볼만 하다. 대학원 입학을 위해 B2 자격증을 따는 그날(내년 8월)까지 빡꽁이다. 으쌰쌰!
불어 공부하는 방법 1
- 따라쓰기 -
지난 4월, 안국에 있는 프랑스대사관에서 불어를 처음 배웠다. 알파벳 ’j‘를 ‘제이’가 아니라 ‘지’라고 부른다라는 사실부터 시작했다. 불어의 불 자도 모르는 상태로 어떻게 하면 빠르게 공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무작정 교재에 나와 있는 지문들을 따라썼다. 영어와 비슷한 단어인데 프랑스식으로 표기하는 ‘eau’ ‘aire’ ‘tre’ ‘que’ 에서 계속 실수가 발생했다. 단어를 외우기 전에 단어 조합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방금 본 단어도 따라 쓰지 못 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이 방법은 읽기와 쓰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불어 공부하는 방법 2
- 단어장 만들기 -
학원에서 종종 단어만 알려주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수업 후 도서관에 앉아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었다. 알려준 단어를 쭉 늘어 놓고, 그 외 단어들까지 찾아서 한 장으로 정리했다. 솔직히 이 단어들을 모두 외울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요리도 안 하는 내가 소고기 엉덩이살을 주문할 날이 있을리가… 그냥 꾸미는 게 재밌어서 계속 하고 있다. 다음 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공유해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이걸 외워야 진짜 공부일텐데… 어렸을 적부터 암기가 제일 하기 싫었다…
불어 공부하는 방법 3
- 콘쥬게숑 연습하기 -
불어의 특징 중 하나는 겁나 많은 시제다. 이 시제들의 모음을 콘쥬게숑이라고 부른다. A1단계에서는 간단하게 현재, 과거, 미래 시제를 하나씩 배웠다. 그래서 노트 한 페이지에 총 8개의 단어를 써가면서 외웠다. 그런데 A2단계에서 과거와 미래 시제를 하나씩 더 배웠다. 이제 한 페이지에 겨우 4개 단어가 들어간다. B단계에서는… 아마 한 페이지에 단어 하나밖에 안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시제가 많다는 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그만큼 많다는 거다. 그러니 불어는 매력적인 언어가 분명하다. 문제는… 동사의 모습이 주어(6종류)에 따라 변한다는 데 있다. 주어의 종류가 6개*고, 지금까지 배운 시제가 5개*니까 동사 하나가 30개의 변형을 갖고 있는 거다. 여기에 규칙을 따르지 않는 불규칙 Irégulier 동사는 별개로 외워야 한다… 하여튼… 쉽지 않다.
*열-주어 : 나는/너는/그녀(그)는/우리는/그분들은/그녀(그)들은
*행-시제 : Présent/Passé composé/Aller+infinitif/Imparfait/Futur simple
하지만 재밌다니까
프랑스에서 만난 한 친구의 말에 따르면, 미술관에서 가이드를 할 때 같은 내용으로 진행하더라도 영어로 하면 1시간이면 끝나고, 불어로 설명하면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고급 영어, 전문 영어 등 많이들 영어의 전문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아무래도 프랑스어는 영어보다 훨씬 복잡한 언어일 듯 하다. 그러니 외국인 입장에서 확실히 장벽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배운 문장을 클로에 친구들에게 써보고 (클로에는 내 질문이 지겨운지 답을 잘 안 해줌.), 음식점에서 써보고, 내게 길을 물어보는 사람에게 써보고 (왜 나한테 물어본 걸까), 담배 하나 달라는 사람에게 써보고, 가게에서 장볼 때 써본다. 내가 말한 걸 알아듣는 게 신기하고 그들이 말하는 걸 내가 알아듣는 게 신기하니 재미없을 수가 없다. B단계에 올라가면 더 많은 시제가 나올 거고, 더 복잡한 문법들이 나올 거다. 그럼 그 다음엔 남자친구랑 대화할 때 써봐야겠다 =)
- 다음편에서 설레는 이야기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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