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 첫 주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토마토학교 겨울캠프를 다녀왔고, 회사의 상반기 워크숍도 진행되었다. 그 와중에 묵혀두었던 퇴사 의사를 전했다. "프랑스 워킹홀리데이를 가게 되었어요. 3월까지 맡은 큰 프로젝트는 마저 끝내고, 퇴사하겠습니다." 3개월이나 일찍 얘기해도 괜찮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장기 사업 계획과 조직개편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던 상황이라 더는 늦출 수 없었다.
어떻게 말해야 좋은 퇴사가 될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서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너무 많은 배려를 받았고, 배웠고 또 감사했어요." 고마움, 서러움, 아쉬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구 섞여 나왔다. 그 후 친한 동료들에게도 한 명씩 소식을 전했다. "저... 퇴사해요." "왜욧!?" "프랑스 워킹홀리데이를 갑니다." "아...우정 님 답네요.”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를 간다는 소식에 안심하며 따스한 응원을 보내주셨다. 한 명, 한 명 소중한 동료와 함께 일했던 4년 간의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퇴사로 인해 일상이 소용돌이 치는 동안,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꼼꼼하게 준비해야 했다. 1월 17일, 프랑스 대사관 방문일이 마침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 달 전에 예약했던 방문이었다. 새벽 밤을 꼬박 새워서 서류를 마저 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누군가는 서류를 하루 전에 쓰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이게 나인 걸 어쩌겠어.) 대사관은 시청역에서 5분 거리, 평범한 빌딩 15층에 있었다. 조금 뜬금없는 위치였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안내원이 예약증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받아갔다. 좁은 공간이 촘촘하게 나뉘어져 있어 살짝 긴장감이 맴돌았다. 십여분 정도 대기하다 정확히 1시가 되자 안내원이 잠긴 문을 열어줬다. 들어가 내 차례를 기다렸다. 얼마 후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고우정 님 이쪽으로 오세요."
"네!"
두 명의 담당자가 있었는데, 프랑스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불러줘서 다행이었다. 여권을 먼저 건네며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준비한 서류 뭉치를 전달하던 찰나,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하신다고요?”
“네!”
“신청하실 수 없으세요.(단호)”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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