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Woojaen

D+60

여기서 왜 이러고 사는 거지

2023.08.04 | 조회 4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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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증 오랜만
학생증 오랜만

갈 곳이 없을 때, 술 한 잔 나눠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 빠르게 줄어든 잔고를 확인할 때, 우울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해결해주긴 커녕 어두운 곳으로 빨려드러갈 뿐이었다. 여기서 나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선생님 이름은 Andres
선생님 이름은 Andres

간혹 파리에서 이루려고 하는 게 무어냐고 물을 때면 더 위축된다. 패션, 제빵, 음악 등 목표하는 바를 정해온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깍뚜기다. 순례길에서 나의 목표점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으나 못 찾았다. 이젠 관뒀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사는 삶만 있는 건 아니잖아! 누군가를 만나면 항상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프랑스어 공부하기

어학원에서 진행하는 행사. 같이 룩상부르 공원도 가고, 전시도 보러 간다.
어학원에서 진행하는 행사. 같이 룩상부르 공원도 가고, 전시도 보러 간다.

상실감? 자괴감?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프랑스어 공부를 택했다. 파리에 지내는 동안 프랑스어만 정복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면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회 학원 수업이 있다. 9시부터 3시간 동안 정규수업을, 오후 1시부터 1시간 동안은 특별수업으로, 문법이나 발음 등을 배운다. 하루에 배우는 양은 의외로 많다. 기대가 낮아서일수도 있고, 수업 퀄리티를 따질 수 없는 기초수준이라 그럴 수 있지만 나의 프랑스어가 빠르게 늘고 있으니 모쪼록 수업은 만족스럽다.

교실에서 에펠탑이 보인다.
교실에서 에펠탑이 보인다.

학원의 위치는 프랑스 중심지, 몽파라나스 타워에 붙어있는 건물 6층에 있다.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자체가 여행이다. 파리의 예쁜 거리를 달리는 순간 순간이 짜릿했다. 하나 단점을 꼽으면 프랑스의 정신없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차, 자전거, 사람 어느 하나 신호를 지키지 않으므로 늘 긴장한 상태로 타야 한다. 간혹 고속도로 달리듯 빠르게 질주하는 미친 차도 봤다. 집에 무사히 도착하면 왠지모를 피곤함에 뻗어버리곤 했다. 

한아 / 하루카 / 만주리 / 카를라 / 프란시스
한아 / 하루카 / 만주리 / 카를라 / 프란시스

생각은 복잡했지만 매일 일정한 시간에 어학원을 오고 가는 일상 덕분에 그나마 안정을 찾았다. 워킹홀리데이로 왔다면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얼마나 조급하고 괴로웠을까, 은근히 다 잘 풀렸다.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상당히 친해졌다. 우리 반의 출석부를 보면 수강생이 무려 20명을 넘는다. 정작 출석하는 사람은 6명 뿐. 우리는 단톡방을 만들고 소소하게 안부를 주고 받으며 더욱 돈독해졌다. 6명, 딱 좋은 인원 수다 :)

 

모범생 프란시스

Bibliothèque Mazarine
Bibliothèque Mazarine

학원에서 30분 걸어 나가면 센강이 보인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 내가 가는 멋진 도서관이 있다. 이름은 마자린 도서관. 1643년에 공개되어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도서관이다. 15유로를 내면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회원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어쩌다 알게 된 이곳에서 뽕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출석도장을 찍었다. 자리 앉으면 일단 일기를 쓰고, 그날 배운 프랑스어를 복습한다. 그러다보니 나는 우리 반에서 모범생?이 되었다. “파리를 즐겨, 제발 그만 좀 공부해.”라는 말을 들으며 매번 쪽지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나는 좀 양아치에 가까운 편인데 이런 이미지가 좋으면서도, 아니 그저 마냥 좋았다. 이 타이틀 B2 레벨이 될 때까지 그대로 쭉 유지되면 좋겠다.

 

번외. Fête de la musique. 

재즈바 사진
재즈바 사진

6월 21일은 한 해 중 해가 가장 긴 날, 바로 파리의 음악축제가 있는 날이다. 이날은 파리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공연이 펼쳐진다. 아침부터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 어떤 음악을 들을지 시시콜콜 얘기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날이라서 다들 설레보였다. 하지만 나는 오늘 베이비시터를 마친 밤 9시에 자전거를 타고 파리 시내로 갈 자신이 없었다. 파리우쟁도 써야 하고, 누룩도 편집해야 하고, 프랑스어 복습도 해야 하고, 이력서 CV도 써야 한단 말이지. 피곤해서일찍 잠에 들었다. 800km 걸은 피로도 아직 다 못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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