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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딴씨옹 씰부쁠레

2023.08.14 | 조회 3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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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우쟁

파리로 떠난 우정의 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돈을 벌어야 해

주문 영수증이 나오면 잽싸게 뜯어서 판에 붙인다. 음식이 나오면 이걸 확인하며 테이블에 서빙한다.
주문 영수증이 나오면 잽싸게 뜯어서 판에 붙인다. 음식이 나오면 이걸 확인하며 테이블에 서빙한다.

한국 땅을 떠난 지 2개월이 지났다. 5월에 떠나 지금은 6월 말이니까 잔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력서를 써서 돌려야 하는데 그럴 기운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프랑스존에 올라온 구인광고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다. 곧바로 금주에 면접이 잡혔다. 면접은 딱히 까다롭지 않았다. 궁금한  있으면 무엇이든지 물어보라는 사장님의 말씀에 왠지 모를 신뢰감이 들었다. 뭐라도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열심히 임하겠다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 자리에서 7월 첫째주부터 일을 시작하면 된다는 확답을 받았다.

 

알바가 처음은 아닙니다만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는 테이블. 그 사이를 비집고 양손 가득 돌솥비빔밥을 나른다.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는 테이블. 그 사이를 비집고 양손 가득 돌솥비빔밥을 나른다.

근무는 학원 수업이 없는 금요일, 토요일 주 2회만 하기로 협의했다. 점심 4시간과 저녁 4시간을 일하고, 그 사이 3시간 정도는 쉬어서 하루 평균 8시간. 하루에 약 70유로(8.5x8)를 벌게 되는 셈이다. 설레는 맘으로 금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루브르박물관 건너에 위치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에서 서빙을 한다는 것. 꽤 멋있지 않나? 한국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머취 하더 덴 아이 익스팩티드

함께 일하는 사람은 주방 6명, 홀 6명 총 12명 정도다.
함께 일하는 사람은 주방 6명, 홀 6명 총 12명 정도다.

 ,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두통에 시달렸다. 이것도 저것도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엉망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디렉션이 왔다.  디렉션은 일관적이지 않아 혼란을 가져왔다. 지시사항을 따랐을 뿐인다 다른 분이 와서 잘못했다고 하고, 애써 찾아서 일을 하고 있으면 그건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하라는 거나 잘 하면 돼.” “네!”  

여기저기에서 큰 소리도 들려왔다. “빠흐동!(비켜달라는 말)“, “몽플라스!(음식을 나르는 엘베 내려왔으니 열어서 확인하라는 말)”, ”쌍껑!(15번 테이블의 음식이 나왔으니 서빙하라는 말)“ 일하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 하고 아주 오랜만에 꾸짖음을 들으며 하루를 보냈다. 밤 11시, 드디어 하루가 끝났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 깊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한국이랑 뭐가 다르지…”

 


한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순발력이 대단했다. 주문받기 - 주문한 메뉴에 맞는 반찬 서빙하기 메뉴 나오면 서빙하기 다 먹은 그릇 걷어오기 테이블 닦고 세팅하기 흐름을 읽으며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쓸모없는 움직임이 없었다. 남들이 멀티 아니 트리플을 하는 동안 나는 하프를 했다. 센스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수저를 잡는 일부터 그릇을 드는  하나 하나 어색하니 평소 주방과 친하지 않은 티가 났다. 지나가는 말로 “우정, 요리 안 하지?”라는 말을 들었다. “네..” 

솔직한 심정으로 단순업무가 하고 싶었다. 보통 워킹홀리데이를 나가면 몸이 힘들다던데, 여기는 정신이 혼미했다. 기왕이면 프랑스어를 쓸 수 있는 일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불어를 잘 하는 알바생 조차도 손님과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데 잡담은 무슨, 대부분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일했다. 물론 3~4시간 동안 화장실 참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화장실도 못 가는 분위기가 싫었다.

근무를 시작한지 이튿날, 갑자기 너무 많은 한식을 먹어서 탈이 났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화장실 잠깐 다녀와도 될까?” 양해를 구하고 잠깐 다녀왔다. 5분 정도 근무 시작시간을 맞추지 못 했다. 사장님께 한 소리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픈 시간 딱 맞춰 올라와 준비하는데, 늦지마 우정.“ ”아! 화장실 다녀왔어요.” “화장실은 쉬는 시간에 가.” ”네.“ 다음부터는 똥도 참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긴 야생(한국)이야!!

 

위험한 일

일하기 전 맛있는 한식을 먹고 시작한다. 조미료 범벅인 걸 알지만 맛있어….
일하기 전 맛있는 한식을 먹고 시작한다. 조미료 범벅인 걸 알지만 맛있어….

힘든 일은 이 악물고 참을 수 있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그치만 위험한 일은 피하는 게 상책아닐까? 가게의 메인 메뉴는 죄다 뚝배기에 담겼다. 그걸 흘리지 않게, 동시에 빠르게 서빙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같이 일하는 네팔인 친구는 팔에 일하다 데인 자국이 있었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을 수록 마냥 맛있어 보일 때가 있었다. 이젠 떨어뜨릴까 두렵다. 맘같아선 미지근한 찌개를 주면서 ‘입천장 데이지 말라고 조금 식혔어^^.’라고 말하고 싶다.

간혹 끓던 찌개 국물이 손 위로 튀어 오를 때가 있다. 그럼 그러려니 했다. 닦을 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머릿 속은 다른 생각들로 충분히 복잡했다. 트레즈가 13번이었던가? 13번 테이블은 어디였지김치찌개가 어느쪽이냐고 물어본 다음에 ‘뜨거우니 조심하세요‘라고 말하는 것 잊지 말아야지. 근데 그걸 프랑스어로 뭐라고 했더라…? 뜨거움에 반응할 새가 없었다.

한 번은 양손으로 찌개를 들고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우정! 저기 하나 더 나와 같이 갖고 가!” 바쁜 상황에서 두 번 왔다갔다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른 손에는 김치찌개, 왼 손에는 된장찌개를 들고 발걸음을 옮겼다. “빠흐동!”을 외치자 계산하기 위해 줄 선 사람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자리를 비켜주었다. 매번 나는 쏟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이러다가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직접 갖고 가는 한국의 셀프서비스가... 그립다.


1타 3피

계단
계단

안전하게 서빙했다고 방심하면  된다. 위험한 일은 또 있다. 주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거지 거리를 걷어오는 경우가 생기고, 몽트플라(2층으로 음식을 올리는 엘리베이터)에 불이 켜져 있으면 그것도 열어서 안에 있는 설거지 거리를 걷어가야 한다. 그래야 음식이 나왔을 때 곧바로 넣어 올릴 수 있다.  번의 움직임에 여러 가지를  . 그러니 한 손에 많은 접시를 쌓아 들어야 한다. 만약 접시 하나라도 놓친다면 순간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일하면서 배운 프랑스어

트레쇼 : 겁나 뜨거

어딴시옹 시부쁠레 : 조심해(요)

쌍비엉 : 고기 없음

쌍피멍 : 고추 없음, 맵지 않음

모엉피멍 : 덜매움

풀루피멍 : 더매움

보나삐티 : 맛점 or 맛저

아딴데 두 미뉴 시부쁠레 : 2 기다려(요)

하비올리 :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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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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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니

    0
    about 1 year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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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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