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البحر جميل

2024.02.16 | 조회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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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우쟁

파리로 떠난 우정의 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Power ‘P’

수입없이 지내길 1년, 은행 어플을 열어 잔액을 확인할 때마다 움츠러든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남은 기간은 2개월. 금전적으로 대책없는 상황이지만 시간적 여유가 또 생겨서 홍해바다가 있는 이집트 다합으로 훌쩍 떠났다. 놀 만큼 놀았고 여행도 할 만큼 했기에 비워내야 할 스트레스도 없어서 지금 내가 여행이나 떠날 처지인가 싶지만 비행기를 타는 그 순간은 후회가 없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으로는 정말이지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다. 

 진짜 마지막 여행은 고래랑 이탈리아로 갈 예정.
 진짜 마지막 여행은 고래랑 이탈리아로 갈 예정.

원래 절망 옆에서 희망이 더 잘 보이고, 가난 옆에서 더 풍족하게 사는 법이다. 이집트 2주의 여행 예산은 약 1000유로. 한국인들이 이곳에 오는 예산과 비교해보면 정말 싼 거다. (왕복 비행기 200유로/ 프리다이빙 AIDA2,3 수업 및 자격증 취득 550유로/ 2주 숙박비 80유로/ 요가수업 20유로/ 식비 100유로)

누구나 알다시피, 삶이란 건 살 만한 가치가 없다. 따지고 보면, 서른에 죽으나 일흔에 죽으나,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당연하게도 두 경우 모두, 나머지 사람들은 살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수천 년 동안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보다 더 명백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이든 이십 년 후이든 죽는 건 언제나 나다. 그런 순간에, 내 추론 때문에 난 약간 난감해지곤 했는데, 앞으로 이십 년이나 더 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는 미친듯이 날뛰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십 년 후 어쨌든 그때에 도달했을 때 내 생각이 어떨지는 그려보면서 그런 충동을 억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여행 출발 하루 전

여행 전 날은 왠지 모르게 항상 바쁘다. 이른 아침부터 동네 카페에서 고래를 만났다. 이틀 전에 봤지만 이집트에 가기 전 한 번 더 얼굴을 보기로 했다. 우리는 테라스에 앉아 따스한 봄 날씨를 만끽하며 커피를 시켰다. 그러곤 잠시 멍 하니 서로를 바라보다가 내가 정적을 깼다. “나쁜 소식이 있어.” 예상보다 한국에 가는 날짜가 한 달 앞당겨졌다는 사실을 전했다. 지난 새벽, 여권을 챙기다 우연히 프랑스 비자를 확인했는데 아뿔싸 비자 기간이 5월 초가 아니라 4월 초에 끝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칫 잘못 했다간 불법체류자가 될 뻔했다. 부랴부랴 비행기 일정을 변경했다. 시무룩해 하는 내게 고래는 우선 이집트부터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했다. 두 달 뒤 얘랑 어떻게 헤어진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 친구들은 파리에서 잘 나가는 석사생들이다. <div>물리학, 피아노학, 국제협력 등 겹치는 전공이 하나도 없었다. </div>
이 친구들은 파리에서 잘 나가는 석사생들이다. 
물리학, 피아노학, 국제협력 등 겹치는 전공이 하나도 없었다. 

이날 저녁, 베이비시터 일을 마치고 maison de coree(한국관)를 방문했다. 여긴 한국에서 운영하는 기숙사로 내 친구 여진이가 산다. 지난 달에 각종 치즈,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모임에 초대를 받아 안면을 텄다. 이번에는 설 명절을 맞아 다같이 만두를 빚기로 했다. 우리집은 해마다 만두를 빚는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만두피를 얇고 동그랗게 쭉쭉 펴댔다. 만두에 김치전과 떡국까지 한 상 거하게 차려놓고 칭따오, 청하, 막걸리를 섞어 마시니 명절 분위기가 한 껏 무르익었다. 내 부족한 상식과 영어실력으로 이 친구들의 다양한 주제를 따라잡느라 뇌가 뚝딱거렸지만 가만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즐거웠다. 

 

안녕, 이집트!

새벽 6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힘차게 집을 나섰다. 아직 파리의 새벽 공기는 찼다. 나시, 가디건, 후드, 난방, 자켓, 경량패딩 다섯 겹을 입었어도 찬 바람이 옷을 뚫고 들어왔다. 그나마 추위 덕분에 어젯밤 마신 술기운이 좀 가라앉았다.

파리에서 이집트까지는 비행기로 5시간. 나는 가장 저렴한 이지젯을 타고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경유해서 그 보다 2배 걸려,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공항에서 또 다합까지 들어가는 데에는 택시로 1시간 가량 걸린다. 그나마 비행기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여행자와 택시를 쉐어하게 되어 이동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았다. 하루가 길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 해 무척 배가 고팠다. 혼자 멍때리기 좋은 곳에서 자리를 잡고 저녁을 먹었다. 쿠스쿠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 해 무척 배가 고팠다. 혼자 멍때리기 좋은 곳에서 자리를 잡고 저녁을 먹었다. 쿠스쿠스!

 

Dahab Freedivers

우리 호스텔은 2주에 80달러밖에 안 하는 초저렴 숙소다. 시설이 열악하긴 하지만 조식까지 챙겨준다. 장기 거주하는 찐 여행자들이 주로 머무는 것 같다. 호스텔에서 현지식 아침을 가볍게 먹고 9시부터 다이빙 수업이 시작됐다.

물고기 로고 유명함
물고기 로고 유명함

다합의 수많은 다이버 센터 중 가장 유명하다는 ‘dahab freedivers’을 선택했다. 영어로 진행되어 한국인은 한 명도 만나지 못 했다. 불편한 점은 있지만 향후 해외에서 다이빙을 할 때 다른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영어로 배워두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기도 했다. 기대했던 대로 베를린에 사는 독일인 루나와 이탈리아에 사는 불가리아인 얀, 파리 사는 한국인 우정 이렇게 세 명이 한 그룹이 되었다.  

유리 뒤에 숨은 아저씨는 이곳 사장님. 어느 샵이나 사장님들은 다 특이하고 유쾌하군
유리 뒤에 숨은 아저씨는 이곳 사장님. 어느 샵이나 사장님들은 다 특이하고 유쾌하군

맨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이 우리 강사님이다. 덴마크에서 온 아저씨인데 그의 시간만 다르게 흘러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 엄~청 느리다. 한 마디 한 마디 정확한 딕션으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똑바로 마주치면서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하는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잠수를 하고 올라올 때마다 그는 “이번 잠수는 어땠어? 뭘 느꼈어? 기분이 어때? 왜 거기에서 멈춰섰어?” 꼬치꼬치 캐물었다. 가쁜 호흡을 몰아쉬는 와중에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이번 잠수는… 음 문제 없었어.“라고 같은 답을 반복했다. 무리하다가 크게 다치는 사람들이 없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거겠지만 왠지 혼나는 것 같고, 정답을 말해야만 할 것 같고… 무튼 특이한 스타일이다.

간단히 자기소개 하고 바다로 바로 고고씽
간단히 자기소개 하고 바다로 바로 고고씽

한편 그의 다이빙 실력과 강습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시키는 대로 따라했을 뿐인데 숨을 참는 스테틱에서 2분 40초가 나왔다. 이상하게 바다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줄을 잡고 아래로 내려 가는 프리이멀전에서도 기준보다 높은 15m를 기록했다. 12m만 내려가도 되는 건데 의외로 수월했다.

계속된 칭찬에 자신감이 붙어서 마지막 날에는 17m까지 내려갔다.
계속된 칭찬에 자신감이 붙어서 마지막 날에는 17m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영어가 편하지 않다면, 굳이 이곳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프리다이빙은 몸에 산소가 부족해져서 한순간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스포츠다. 그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게 가장 중요하므로 다이빙에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면 그만큼 위험성이 크고, 실력도 잘 늘지 않을 것이다. 

요가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보는 일몰 풍경
요가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보는 일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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