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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s-je heureux ou pas?

2024.01.09 | 조회 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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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우쟁

파리로 떠난 우정의 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행복한가요? 아니면 불행한가요?

Je m’appelle Frances.
Je m’appelle Frances.

파리로 떠나기 전, 내게는 두 가지 기도 제목이 있었다. ‘이제는 제발 연애하게 해주세요.’와 ’원 없이 여행하고 싶어요‘. 이것만 이루면 더 없이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그로부터 반년이 흘러, 기도는 세게 먹혔다. 일기가 온통 두근거리는 이야기로 가득하고, 유럽을 부산 가듯 뻔질나게 여행했다. 

이쯤이면 “나 너무 행복해!”라고 외칠만도 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불행했다. 행복이 무슨 월급 통장인 마냥 나를 아주 잠깐 스쳐갔다. 태풍이 불어닥친 지난 밤, 그 때도 여행 중임에 불구하고 우울했다. 호스텔 방에 앉아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부족한 게 없는데 나는 왜 만족을 못 하는 걸까. 그러다 번쩍, 불행이 ‘부족한 것’으로부터 온다는 생각부터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나이 들수록 잘 산 것 같지가 않다. 나는 오만했고 이기적이었으며 그래서 당연히 실수투성이였다. … 부끄러움을 견디며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내가 반성할 줄 아는 인간인 덕분이다. 친구들은 나를 반성주의자 또는 성장애주의자라고 부른다. 반성하고 성장하는 것이 내 특기라나 뭐라나. 잘하는 것이라곤 그 둘뿐이다. 그나마라도 그럭저럭 해내고 있으니 천만다행 아닌가. 그렇게 자위하며 살았다. 돌이켜보니 거기서부터 문제였다. … 쉰 넘어서야 깨닫고 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 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장을 막았다는 것을.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깃발 놀이

서른을 넘긴 지도 벌써 3년이다. 이제 주변 사람들은 각자 어느 정도 목표한 지점에 깃발을 꽂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버텨가며, 깃발이 더 단단히 박히도록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매일 똑같은 망치질을 하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 나는 그들이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나 또한 그들처럼 굳건하게 서 있고 싶었다.

La Plaza de España
La Plaza de España

그러나 실패했다. 버티고 버텨도 끝내 방법을 찾지 못 했다. 내 행복은 깃발을 꽂으러 가는 과정에만 존재했다. 저 만치에 목표지점을 세우고 그곳을 향해 돌진하는 것만 즐길 줄 알았다. 그래서 기껏 달려서 깃발을 꽂고 나면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하게 다시 그걸 빼들었다. 처음부터 또 뜀박질을 해야 하는 무모한 짓인 걸 알면서도 기어코 뽑아 제꼈다. 했던 고생을 또 하면서… 수없이 후회했다. 망치질을 조금이라도 더 하고… 그러니까 월급 몇 달만 더 받고… 나올 걸...

나도 알고 있다.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라는 것을. 멈춰서서 행복할 줄도 알아야 어른이 된다는 것을. 하지만 불행한 것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불행을 느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목표로 삼았던 ‘연애’와 ‘여행’에 도달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또 다른 목표 지점을 찾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저 깃발 기둥의 꼭대기로 올라가려면 작은 마리오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몸이 가볍다.  마침내 꼭대기에 있는 깃발에  도달하면? 그 즉시 아래로 쭉 떨어진다. 뾰록뾰록 - 뭐 어때. 달리자 작은 마리오!
저 깃발 기둥의 꼭대기로 올라가려면 작은 마리오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몸이 가볍다. 
 마침내 꼭대기에 있는 깃발에 도달하면? 그 즉시 아래로 쭉 떨어진다. 뾰록뾰록 - 
뭐 어때. 달리자 작은 마리오!

 

당신에게도 고도가 오기를

사람들마다 ‘행복’을 다르게 정의한다. 그래선가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있고, 더 불행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행복에 정답이 있을까? 우위가 있을까?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처럼 영영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건 아닐까?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디디 : 생각한다는 게 반드시 최악의 상태는 아니지. 고고 : 맞다 맞아. 하지만 벌써 그런 걸. 디디 : 무슨 소리야? 벌써 그렇다니? 고고 : 그래, 바로 그거야. 우리 서로 질문을 하자. 디디 : 벌써 그렇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니까? 고고 : 이미 덜 그렇다구. 디디 : 그야 그렇지. 고고 : 이러면 어떨까? 우리가 행복한 걸로 해두면? 디디 : 무서운 건, 이미 생각을 했다는 거야. … 디디 : 우리가 뭘 좀 생각한 모양이다. 고고 : 처음엔 그랬지. … 디디 : 하는 수 없지. 고고 : 뭐라고? 디디 : 하는 수 없다고. 고고 : 그래도 현실을 정면으로 대해야 한다. 디디 : 그래 보려고 했지. 고고 : 그건 그렇지. 디디 : 그건 물론 최악의 상태는 아니다. 고고 : 뭐가. 디디 : 생각했다는 게. 고고 : 물론이지. 디디 : 하지만 생각을 안 해도 괜찮았을 텐데. 고고 : 그렇다고 별 수 있냐. 디디 : 알겠다 알겠어. … 고고 : 조금 시작해본 걸로는 과히 나쁘지 않았지. 디디 : 그건 그래 하지만 이제부턴 다른 얘깃거리를 찾아야 할 텐데. 고고 : 글쎄 말이야. 디디 : 글쎄 말이야. 고고 : 글쎄 말이다. … 디디 :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거기서부터 계속하면 될 텐데. 고고 : 언제 말이냐? 디디 : 아까 맨 처음에 말이야. 고고 : 뭐의 맨 처음? 디디 : 공연한 얘기로 시간만 허비하겠다. 자, 기회가 왔으니 그동안에 무엇이든 하자. 우리 같은 놈들을 필요로 하는 일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 솔직히 지금 꼭 우리보고 해달라는 것도 아니잖아. 다른 놈들이라도 우리만큼은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우리보다 더 잘할 수도 있을걸. 방금 들은 살려달라는 소리는 인류 전체에게 한 말일 거야.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엔 우리 둘뿐이니 싫건 좋건 그 인간이 우리란 말이다. 그러니 너무 늦기 전에 그 기회를 이용해야 해. 불행히도 인간으로 태어난 바에야 이번 한 번만이라도 의젓하게 인간이란 종족의 대표가 돼보자는 거다. 네 생각은 어떠냐? 고고 : (무답) 디디 : 하기야 팔장을 끼고 가부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도 우리 인간 조건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 호랑이는 아무 생각 안하고 제 동족을 구하러 뛰어들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깊은 숲속으로 달아나버리기도 하지. 하지만 문제는 그런 게 아니야. 문제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뭘해야 하는가를 따져보는 거란 말이다. 우린 다행히도 그걸 알고 있거든.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단 하나 확실한 게 있지. 그건 고도가 오기를 우린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고고 : 그건 그렇지.

이래도 저래도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공연한 거라도 찾으려 질문 해보고, 지금 이 자리에서 뭘해야 하는가를 따지고 또 시도해 보면서, 그저 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게 행복인 것 같다. 올해 내가 달릴 곳은 ‘능숙한 불어’와 ‘대학원 진학’이다. 행복을 계산할 시간에,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해야겠다. 우리 다 같이 고도를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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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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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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