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처음이 아니라서 -
1. 숙소 체크인하기
드디어 파리. 아침 8시. 숙박비를 아끼고 하루 동안 뭔가를 할 수 있는 딱 좋은 시간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너무 피곤했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쯤 도착한 게 되니까, 거의 24시간을 날아온 상태였다. 씻지 못 해서 앞머리가 떡이져 갈라지고 다크서클이 내려 앉아 한 마디로 물짠 모습... 그 몰골로 출근하는 사람들과 함께 1시간 가량 기차를 탔다. (Aéroport charles de gaulle > Gentilly train station) 그들은 분명 씻고 나오는 길일텐데 왜 나보다 더 꼬질해 보였을까? 출근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두 번째 오는 파리라서 꽤나 익숙하게 숙소로 이동해서 체크인을 완료했다.
2. 휴대폰 개통하기
내 휴대폰 번호를 만들었다. 프랑스어로 내 번호는 이렇게 말한다. Mon numero de portable, C’est.. zero sept (제호 쎗) soixante trois (스와쌍 트와)…… quatre vents treize (까트르 방 트레즈)… soixante dix huit (스와쌍 디즈윗) soixante dix huit (스와쌍 디즈윗). 오쒯. 무슨 숫자가 이렇게 많은가 싶지만 겨우 10개다. 07 63 93 78 78. 반복되는 숫자가 많아서 번호 외우기는 쉬웠는데, 정작 말하는 건 어렵다. 63은 60+3, 93은 4x20x13, 78은 60+18 라고 말한다. 프랑스는 20진수를 사용한다. 내 번호만 잘 말해도 프랑스어 숫자는 정복할 수 있겠다. 숫자 연습하게 만드는 내 번호 아주 좋아.
3. 체류증 등록하기
프랑스는 세금을 정말 야금야금 잘 뜯는다. 비자를 받을 때 어떤 안내문을 받았는데 프랑스에 도착하면 체류증을 등록하라는 거였다. 숙소에 누워 차근차근 따라하니 중간에 50유로를 내란다. 안 하면 불법체류라고 하니까 해야지 뭐. 어학연수에 도대체 비용이 왜이렇게 많이 들어가는 거야. 코로나 이전에는 경시청인가 가서 페이퍼로 작성해야 했다고 한다. 지금은 훨씬 편해진 거니까 그냥 하라는 선배들의 말씀이 있었다. 프랑스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곳인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날
1. 어학원 찾아가기
어떤 어학원인지 잘 살펴보지 않고 싸다고 무작정 등록했다. 6/19에 수업이 시작하는데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없는지, 학원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갔다. 역시 찾기 어려운 곳에 있었다. 한참을 헤맸다. 이곳이 학원이 맞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저기.. 내가 6월부터 수업을 듣는데 말이지.. 체크할 건 없나 궁금해서 왔어..” “오 그래? 담당자 불러올게. 잠깐 기다려봐!”
- A1 레벨 수업 기간은 두 달인가?
등록한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양을 공부하게 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담당자는 몇몇 학생들은 1개월 만에 A1, A2를 마치고 B1 수업을 듣고 있다고 설명하며 레벨의 기간은 정해져있지 않다고 답했다. 나도 공부량에 따라 얼마든지 높은 레벨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A1 정규 기간은 얼마나 되지는 설명해주진 않았다. 과연 나는 내년 3월까지 프랑스어를 얼마나 늘릴 수 있을까? - 수업하는 시간과 요일은 언제인가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9시 15분부터 2시간 30분 수업이다. 수업은 6주 뒤에 시작하므로 아직 시간표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너무 일찍 오긴했다. 일주일 전에 메일 준다고하니 내 이메일 주소가 정확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새로 만든 전화번호를 남겼다. 준비해야 할 책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란다. 마음이 놓였다. 순례길만 건강하게 잘 다녀오면 되겠군.
2. 동네 산책하기
교통비 몇 천 원을 아끼기 위해 숙소에서 학원까지 걸어 갔다. 반팔을 입고 생각 물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왜 패딩을 입고 있을까? 심지어 목도리까지 했네? 나는 왜 반팔만 챙겨 왔을까? 추워 뒤지겄다. 순례길은 스페인이고, 스페인은 파리보다 남쪽에 있으니까 이보다 따뜻할까? 비도 내리는데 사람들은 어째서 우산을 쓰지 않을까? 바게트를 무슨 핸드백처럼 포장지도 없이 손에 쥐고 가네? 빵이 비에 젖어도 괜찮은가? 설마 더 맛있을까? 강아지도 비맞으면서 산책을 시키는구나. 감기걸리는 거 아닌가 몰라.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고 한 손으로 담배를 피는 분도 계시네. 그래도 지하철 타러 내려가는 계단에서는 담배를 꺼야하는 거 아닌가? 어디에 꽁초를 버리려고 하는 거지..? 저 사람은 인도에서 온 것 같고, 저 사람은 남미에서 온 것 같고, 저 사람은 일본, 저 사람은 프랑스인?… 아니 그런데 잘 생긴 사람들 왜 이렇게 많지? 그들은 지가 잘 생긴 걸 알까? 다 잘 생겼으니 모를 수도. 손 잡고 걷는 노부부가 한 둘이 아니네. 예뻐 보여. 설마 불륜 커플은 아니겠지? 프랑스어는 왜 듣기 좋을까? 프랑스어 얼른 잘 하고 싶어! 오들오들 떨면서 빠르게 걸으니 3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3. 짐 옮기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동안 내 짐은 여진이가 맡아주기로 했다. 여진이는 프랑스 대학원, 시앙스포에서 국제협력을 공부하고 있다. 작년 이맘 때 프랑스 여행 중에 여진이에게 전화가 왔었다. 잘 다니던 유네스코를 그만 두고 영국과 프랑스 대학원 4군데에 붙어서 어느 곳으로 갈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지금은 실용학문과 인턴십이 잘 되어 있는 프랑스대학원을 선택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당시 진로를 유럽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진이가 그저 부러웠는데, 함께 파리에서 프랑스식 저녁을 먹고 있는 현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여진이가 머물고 있는 cité université 한국관에 짐을 옮기고 숙소로 돌아왔다. 타지에 친구가 있어 정말 든든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이 도와준 여진이에게 무한 감사를!
이동만 하는 하루
6:30 숙소 체크 아웃, 조식 먹고 출발하기
🚉 7:00 RER, Gentilly > Massy
7:30 Massy 도착, 40분 대기하기
🚄 8:10 OUIGO 출발, Voiture 12, Place 226
11:07 Bordeaux Saint-Jean 도착, 보르도 와인 한 잔 마시기
🚄 12:20 INOUI 출발, Voiture 17, Place 117
14:03 Bayonne 도착, 15분 대기
🚆 14:20 TER NA 출발
15:20 Saint-Jean-Pied-de-Port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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