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에게
예은으로부터 10호
무엇보다 계속 보내는 힘 이야기를 보냅니다.
2024-06-29
무엇보다 계속 보내는 힘
그게 저에게 굉장한 힘과 영감이 됐다고요.
아홉번째 편지를 보내고 돌아온 답장을 읽다가 나는 ‘무엇보다 계속 보내는 힘’ 이라는 말 한마디를 캡쳐했다. 그런가? 내가 계속 보내왔었나. 그간 쌓인 뉴스레터를 돌아본다. 그래! 아홉번째 편지를 보냈으니 계속 하긴 했네! 그러다 또 다른 구독자의 답장을 읽어본다.
네 글의 힘은 “잘 써보고 싶어.” 말고 “그냥 써보고 싶어”에서 나오는 것 같아.
글을 읽으면 습관처럼 글 쓰는 사람인게 느껴진달까?
기회가 된다면 다음 주제로 ‘습관’에 대해서도 글 써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계속 보내는 힘, 습관, 그냥 써보고 싶어. 캡쳐한 세마디의 말이 내 심장을 쿵쿵 울리며 다가왔다. 계속 보내는 것이 습관이 되기까지 내가 휴지통으로 옮긴 글들이 먼저 떠오른다. 또 휴지통으로 옮기려던 손을 멈추고 뭣 같이 썼어도 두 눈 질끈 감고 발송 버튼을 누르던 순간을 떠올린다. 과연, 글만 그럴까. 아니, 나만 그럴까? 습관 뒤에는 언제나 실패 연대기로 가득하다. 수만번의 실패와 싫증을 겪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 갈 만한 딱 하나 좋은 점 때문에 이어나가려 애쓰는 좋은 습관들. 나는 크고 작은 습관에 대한 단상을 떠오르는 대로 일기장에 마구마구 적기 시작했다.
습관을 말하기 전, 나는 습관과 버릇의 차이가 무엇일지 설명해보려 한다. 사용하는 말이 비슷해 습관 대신 버릇을 쓰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래 설명은 모두 표준대국어사전이 출처임을, 그러니까 나의 사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혀 둔다. 먼저 버릇은 바람직하지 못한 몸과 관련된 사소한 행동이 저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내가 잠을 잘 때 아래 입술을 깨무는 것, 거짓말을 할 때 코를 벌름거리는 것은 버릇이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엄지 손톱 주변을 만지작 거리는 것, 웃긴 말을 들으면 두세번 그 단어를 소리내서 따라해 보는 것, 집중해서 무언가를 할 때 입을 살짝 벌린 채 있는 것. 모두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반복되는 버릇이다. 무의식적으로 어떤 상황에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는 나의 모든 행동은 결국 모두 버릇이라고 보면 된다.
반대로 습관은 인격이나 생활과 관련된 행위를 일부러 노력해서 익힌 후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책을 읽어야지! 를 반복해서 행동하면 습관이 된다. 또 밥 먹고 귀찮아 죽겠지만 그래도 설거지는 바로 해야지! 를 반복해서 몸에 익히면 습관이다. 하루에 한번씩 5문장 이상의 글을 마음먹고 써보는 것 역시 습관이다. 하루에 30분 꼭 운동하는 것도 습관. 그러니까, 스스로 마음을 굳게 먹고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하는 모든 것은 버릇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 맞다고 한다. 오랜 시간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니. 내가 그랬던 적이 있나. 검색 결과를 바라보며 나의 습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은 그냥 저질러 보는 습관이 있다.
라고 문장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음, 습관이라고 쓰는 게 맞을까? 그냥 저질러 보는 나의 행동은 사실 노력해서 익힌 것이 아닌데 말이다. 문장을 다시 수정해 습관과 버릇을 나의 문장으로 명확하게 구분 지어 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은 그냥 저질러 보는 습관이 있고,
흥미가 끊기면 흐지부지 도망가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 맞아. 고등학생이 될 까지 나는 어느 것 하나 끝까지 해본 적이 없었다. 유치원 땐 피아노 학원을 다니던 친오빠를 따라 피아노 배우고 싶다 부모님을 졸라 피아노 학원에 갔다. 그리고 한달이면 싫증을 느껴 수업 가기 싫다고 땡깡을 피웠다. 그러다 별안간 화방을 보내 달라고 다시 졸랐다. 그래서 화방에 보내 놓으니 수채화 그림 몇장 완성하고 “이제 그만 할래.”를 반복하는 끈기 부족 초등학생이 나였다. 끈기 부족은 중,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전국 영어 말하기 대회를 나가겠다고 교내 영어 토론 대회에 출전해 막상 학교 대표가 되었을 땐, 대본을 외우다가 대회 코앞에 가서야 “저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하고 패기있게 말해 교무실에서 엉엉 울며 쫓겨나기도 했다. “너 정말 웃기는 아이구나!” 하는 영어 선생님의 어이 없다는 표정과 말투가 1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난 정말이지 끈기 0점 책임감 0점 청소년기를 보냈다.
비록 끈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용기는 있었다. 앞서 말했듯 하고 싶은 것은 그냥 저질러 보는 것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아홉살 예은의 식빵 피자 영업 이야기만큼 막 저질러보고야 마는 성정을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 예은은 방학이면 언제나 할머니 마을에서 한달을 꼬박 지내고 돌아왔다. 컴퓨터, 투니버스(그 시절 만화 채널)도 없는 그곳에서 그녀의 유일한 낙은 시내의 비디오 가게 가는 것이다. 할머니 마을에서 30분을 내리막길 걸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를 20분 정도 타야 하고, 또다시 언덕을 한참 걸어 올라가야지 만날 수 있는. 동네의 딱 하나 뿐인 비디오 가게. 아홉살 배기가 혼자서 가기엔 턱 없이 어렵고, 멀고, 돈 없던 여정. 그녀의 할머니는 평일엔 손녀를 옥수수 밭이나 고추, 토마토, 감자 밭에 데려가 원 없이 농작물이나 벌레를 만지고 놀 수 있게 했고, 주말 딱 하루 시내에 데리고 나가 보고 싶은 DVD 나 비디오를 딱 한편 빌릴 수 있게 해줬다. “할머니 몇밤 자면 비디오 빌릴 수 있어?” “네밤 남았어” 오. 절망. 그러니까 나는 토요일 저녁을 그렇게 꼬박 다섯밤을 세어 기다렸다. 그리고 주말이 오면 쏟아질 것처럼 높은 비디오 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번주는 뭘 볼까 고심하며 딱 한개의 비디오를 고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 시절 나는 보고 싶은 만화 비디오들을 원 없이 빌려 보고 싶은 열의에 가득 차 있었다. 딱 하나만 골라야하는 그런 감칠맛 말고, 비디오 가게의 검은 봉투에 뚱뚱한 비디오를 다섯개 쯤은 가득 넣고 뿌듯하게 가게를 나서고 싶은 그런 욕망 말이다. 아홉살 꼬맹이는 엄마한테 안 혼나고 돈을 많이 가지려면 뭘 해야할지 고민했다. 할머니를 조르고 졸라 평일 저녁 시내의 하나로 마트를 간다. 우리 할머니는 이 아홉살 배기 손녀가 뭘 하려는지 도통 모르겠단 표정. 식빵 몇봉투, 케첩, 피자치즈, 옥수수캔을 사서 돌아온다. 할머니 옆집에 사는 외사촌동생에게 나는 속삭인다. “언니는 지금 이 동네 사람들한테 식빵피자를 팔거야. 너도 돈 반 나눠 줄게. 같이 배달할래?” 나보다 두살 어린 동생은 (무려 일곱살) 고개를 끄덕이며 나와 거래를 한다.
그 다음은 영업 준비. 마을 사람들 연락처가 적혀진 종이를 집어든다. 글자 크기가 20pt 정도로 이름과 집 전화번호가 굴림체로 써진 투박한 연락망은 아직도 할머니 집 TV 장에 놓여져있다. 동생과 나는 종이에 적혀진 번호를 무턱대고 수화기에 눌러댄다. 피자를 팔려면 아무래도 수요조사를 해야 하니까. 수화기를 붙잡은 손 반대에는 미리 적어둔 대본 종이가 있다. 맞춤법도 다 틀린 우리의 전화 멘트. 두근 두근. 식빵 피자 영업을 시작한다.
뚜두두두두- (수화음 소리)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나X순 할머니의 손녀이자 문X애 할머니의 외손녀 김예은입니다. 제가 지금 식빵 피자를 팔고 있는데요. 식빵 피자 한장에 500원입니다. 사고 싶으세요?”
“네?”
“사고 싶으시냐구요.” (설마 이랬을까 싶겠지? 진짜 이랬다.)
“아. 너 누구라고?” “저요! 나X순 할머니 손녀. 문X애 할머니 외손녀요. *정현이랑 명숙이 딸이요!”
“아이고. 정현이 명숙이 딸이구나. 그래 뭔지 모르겠는데 하나 갖다줘.”
“네! 근데 집이 어디에요?”
*우리 부모님은 동네 친구에서 부부가 된 오랜 연인이다.
그렇게 할머니가 돈을 벌러 나간 사이 나는 동생과 거실에 앉아 식빵에 케첩을 발라 통조림 옥수수를 뿌리고 그 위를 치즈로 덮어 전자레인지로 굽는 몇번의 공정을 거쳤다. 그리곤 할머니 집에 있는 접시를 몽땅 꺼내 마을 사람들에게 식빵 피자 강매를 하러 다녔다. 심지어는 같은 마을에 사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나한테 강매를 당했다. 병상에 누워 계셨던 외할머니는 식빵 피자를 사라고 내미는 나를 보고 키득 키득 웃기도 했다. 그 하루가 내게 얼마나 달콤했던지. 일요일에 손에 쥔 비디오 꾸러미와 용돈에서 비롯된 쾌감은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내게 “너 완전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 같았네.” 라더라. 그래 맞아. 난 아홉살에 겁도 없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피자 영업하러 다닌. 아홉살에 부자가 된 키라였다.
무턱대고 시작한 것들은 이것 외에도 나의 29년 인생에 가득하다. 식빵 피자 강매, 별안간 예능 PD가 되겠다고 방송반 들어가기, 일본어 잘하는 최애 아이돌을 따라서 일본어 배워보기, 우쿠렐레 치는 예쁜 언니에 영감 받아 우쿠렐레 배우기, 여행가서 그림 그리고 싶다는 생각하나로 오일 파스텔 배우기, 같이 유학하던 교환학생 스페인 친구들과 수다 떨기 위해 스페인어 배우기, 프랑스어 하는 블랙핑크 제니가 멋있어 프랑스어 배우기 등등 시작한 것은 참 많다. 하지만 계속해서 말하듯, 나는 흐지부지 그만 해버리는 나쁜 버릇이 있어 뭘 해도 끝장을 보는 쾌감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모든 용기와 도전은 답이 정해진 실패로 이어졌고, 그렇게 스물셋 무렵엔 이런 내게 싫증을 느꼈다. 야! 너 이러다가 네 인생이 어중간 해질 것 같잖아! (그렇다고 지금 어중간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목소리를 냈고, 나는 그 때부터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왔다. 그러니까, 일단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계속 해보는 것. 계속 해 나아가 결국 마침표를 찍어보는 것. 그 끝의 형태가 열린 결말이 아닌 닫힌 결말로. 울던 웃던 화가 나던 어찌됐든 피날레를 맞이해보는 것. 아주 사소해 별 거 아닌 일도 끝까지 해보는 것. 그렇게 나는 하나하나 오래된 취미나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이제야 흐지부지 하는 버릇과 이별하고 끝까지 이어나가는 쾌감과 반가운 만남을 갖게 된 셈이다.
글을 계속해서 쓰고 싶다는 마음 딱 하나로 시작한 이 에세이 레터도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어가고 있다. 친구 말대로 무엇보다 계속 해나가는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글을 쓰면 한편의 글을 완성할 때까지 몇시간이고 노트북 앞에 앉아 절실하게 써 본다. 머리 속에 몽실 몽실 피어나는 해보고 싶은 것들 중 실현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골라내어 실현 시키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성공과 실패를 공식처럼 구분 짓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이어나가진 않는다. 다만, 전과 달리 이제 그만하고 싶은 것엔 회피 대신 확실한 매듭을 지으려 한다. 이것 역시 좋은 습관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 취미, 운동, 꿈, 내가 좋아했던 어떤 것이던. 시작만큼 이나 그 끝의 매듭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편지가 실패로 끝날지 성공으로 끝날 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스스로의 매듭을 짓기까지 종이를 놓지 않고 보내는 힘, 그 힘을 계속 이어갈 뿐이다.
Question . 구독자 이 가장 최근 끝매듭을 지엇던 것은 무엇인가요?
Answer . 혼자 생각해보기, 글로 써보기, 예은에게 보내주기 등등..
📝 예은의 말
뉴스레터 10호라니! 사실, 여섯편만 써도 잘 쓴거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10번째 편지를 띄운다고 생각하니 스스로에게 뿌듯한 마음이 …드는 제가 웃긴가요? 그렇잖아요. 직장 다니면서 취미로 글쓰기가 뭐 쉬운 줄 아시나요! 참나. (미안합니다.) 오늘 편지에서 말했듯 저는 하고 싶은 일은 그냥 저질러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뉴스레터 10호를 발행하면 꼭 구독자에게 엽서를 제작해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요. 그 마음을 흐지부지 끝내지 않고, 제대로 한번 잘 다듬어봤습니다.
여기서 두번째 비하인드 스토리. 사실 2023년 12월 한해의 비행을 마치며 지인들에게 비행하며 찍어둔 예쁜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나누고 싶었던 계획을 미루고 미루다 2024년을 맞이했습니다. 야 무슨 엽서냐! 너 바빠 죽어! 라고 제 자신을 위로했었죠. 그런데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실천하지 않고 생각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라고! 맞아요. 실천과 행동의 끝매듭을 짓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뉴스레터 10호를 준비하며 이번엔 기필코, 머릿 속 아이디어를 실현해보리라. 다짐했습니다. 또 마음 속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이 기쁨을 구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이 글을 하나 하나 읽어주는 여러분들이말로, 제가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니까요. :) 고맙습니다 원동력님들!
엽서 신청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 막간 예은으로부터 : 엽서 나눔 이벤트 ✏️
1. 하와이, 스페인, LA, 터키 등 비행 다니며 직접 찍은 사진 10장을 엄선했습니다!
2. 그동안의 [예은으로부터 편지] 를 다시 읽어보며, 엽서에 맞는 문구를 선정했어요.
3. 럭키 엽서 드로우 ! 💌 10장 중 3장의 엽서를 편지 봉투에 담아 보내드립니다. 세장의 엽서에 적힌 편지의 말이 여러분에게 필요한 말 또는 행운의 말이 되길 바랍니다 :)
4. 편지 봉투 뒤, 도장! 이번 엽서 나눔의 주제, 오늘의 시선을 담아 예은으로부터 라는 문구를 수제 제작한 도장으로 편지 봉투 뒤에 찍어 드립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주는 매력 :)
5. 엽서 수령 희망자는 아래 구글 설문폼 작성 필수
💌 https://forms.gle/R3yPSBwmogibHP7q8 💌
그럼 열한번째 편지에서 만나요 :)
24년 06월 29일 토요일.
예은으로부터.
댓글 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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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장
귀여워죽겠다 아홉살 예은 ㅋㅋㅋ 오. 절망. 도 너무 웃겨여ㅋㅋ 그간 보내주신 열장의 편지를 잘 받아보았습니다🌷 감사해요 멋쟁이🫠
막간.예은으로부터 (75)
<3 앞으로도 열정 담아 보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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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슈
바빠서 너무 늦었다. 엽서 응모 끝난거야?
지슈
그리구 난 원래 성격이 끝맷음을 못하면 답답해 죽는 성격이야. 엄마도 그랬고 누나도 그렇고.. 디엔에이가 그래. 가족중에 아버지만 안그랬는데, 하다 말고.. 하다 말고.. 이해가 안갔어. 능력에 한계인가? 했는데
지슈
그게 아닌가봐. 내가 결과물에 너무 집착할 뿐이지. 심지어 엄마는 털실로 조끼를 짜는데, 밤새워 하루만에 다 짜내고 몸살난 적도 있어. 열두시간동안 한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털실만 짰지. 나도 어릴때 프라모델 탱크를 만드는데, 완성된 멋진 탱크를 빨리 보고싶어서 본드가 다 마르지도 않았는데 계속 덕지덕지 붙여나가다가 다 망친적도 있어.
지슈
결과물을 얻는 뿌듯함은 좋지만, 집착은 하지 말아야지.. 매번 다짐해. 과정도 얼마나 중요하고 즐거운데! 오직 결과물을 위해, 도중에 아무리 흥미를 잃고 지겨워져도 끝을 보려고 달려가는거. 이거 끈기와 인내가 아니라 미련한 본능이더라. 결과물이 뚜렸하지 않으면 인내와 끈기 1도 없어져. “성공 못하면 어때? 이미 나에게는 좋은 추억이 새겨졌는데!” 라고 소리치지만 마음속에 메아리치진 않아. 원래 생겨먹은게 이래서.. 어때? 정말 다르지? 이런 미친사람도 있어. 예은아 재미있는 주제였다. 다음 글도 기대할께.
막간.예은으로부터 (75)
그러게요! 저는 과정만 겪는 일상에 싫증을, 기장님은 결과물을 향한 질주에 싫증을 느껴왔나봐요. 뭐가 됐던 균형을 찾는 게 참 중요한데 말이죠. 그래도 지슈 작가님의 끝장 보기 모습 덕분에 이 김씨는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주변 사람에게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해주시는 것이 지슈 작가님의 제일 멋진 능력인 걸요. 미친 사람! 푸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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먝내
요즘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부정적인 생각이 극에 치달은 이 밤에 문득 예은의 “막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항상 나보다 배울 점이 많고 성숙하다고 느껴졌던 예은이의 요즘 일상은 어떨까 라는 생각에,,,습관과 버릇의 차이에 대한 이번 글을 읽고 나도 내가 가진 습관과 버릇은 뭐가 있는지 생각해봤는데, 생각보다 버릇은 많지만 습관은 많지 않은거 같네^_^,,,쨋든 동굴로 파고드는 순간이었는데 덕분에 동굴을 파고 들어가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 된 거 같아! 멈추고, 뒤돌아보고, 파던 동굴 뒤로 하고 다시 밖으로 걸어나와야겠다🏃🏻♀️
막간.예은으로부터 (75)
먝내의 탐나는 습관 나열하기. 1. 일본, 유럽에 가서 아침마다 러닝하는 습관 2. 시간이 되면 어디든, 주어진 예산 안에서 훌쩍 나홀로 여행으로 휴식하는 습관 3. 가끔 동굴에 들어가는 것이 그녀의 버릇이어도, 반드시 다시 돌아 와 그럭저럭 지냈다 답하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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