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두어 달 사이에 '마케터와 AI' 얘기를 할 자리가 연달아 있었습니다.
폴인 인터뷰, 엘리펀트 마케팅 세미나, 그리고 CMS 2026 강의까지요.
준비하면서 자료를 다시 펼쳐 봤는데요.
세 군데서 결국 같은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재탕 아니고 일관성입니다 🤣)
강연마다 소개한 툴은 다 달랐는데요.
일하는 방식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안 바뀌었습니다.
기술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오늘은 그 세 자료를 한 번에 묶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마케터가 AI한테 뭘 넘기고, 뭘 쥐고 있어야 하는지요.

9월에 스레드에 올린 'AI 전과 후'. 다들 같은 산 앞에 서 계셨는지 좋아요가 143개나..
⛰️ 질문이 '어떻게 넘지?'에서 '어떤 산을 넘어야 하지?'로 바뀌었어요.
AI 전에는 실행이 병목이었습니다.
할 건 정해져 있는데 손이 모자라니까, "어떻게 넘지?"가 고민이었죠.
지금은 반대예요.
카피 초안, 이미지 시안, 리서치 요약은 몇 분이면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바빠서 못 했다'는 말이 더는 핑계가 안 되더라고요. (찔리는 분 손... 저요 ✋)
이제 병목은 무엇을 할지 고르는 판단입니다.
엘리펀트 세미나에서 보여드린 숫자가 있는데요.
AI를 활용하는 일을 100으로 놓으면, 이렇게 나뉩니다.
| 버튼 누르기 | 전략적 사고 | 사후처리와 평가 |
|---|---|---|
| 5% | 70% | 25% |
딸깍은 5%예요. 나머지 95%는 여전히 사람 일이고요.
🔁 AI에 전권을 줘도 되는 칸은 '실행' 하나예요.
저는 마케팅 일을 다섯 칸짜리 루프로 보고 있어요.
질문 → 가설 → 브리프 → 실행 → 회고

다섯 칸 중 AI 몫은 실행 한 칸, 비중으로는 5%예요
이 중에 AI한테 통째로 넘겨도 되는 칸은 ④ 실행 하나예요.
나머지 네 칸은 사람이 쥐고 있어야 합니다.
재밌는 건, 다섯 칸 중에 하드스킬이 필요한 칸도 실행 하나뿐이라는 거에요.
| 칸 | 누가 | 필요한 역량 |
|---|---|---|
| ① 질문 | 사람 | 고객 이해 |
| ② 가설 | 사람 | 전략적 사고 |
| ③ 브리프 | 사람 | 커뮤니케이션 |
| ④ 실행 | AI | 테크니컬 (유일한 하드스킬) |
| ⑤ 회고 | 사람 | 비판적 사고 |
나머지는 다 소프트스킬이더라고요.
한 칸씩 살펴보겠습니다.
① 질문: 고객이 AI한테 뭐라고 물을지부터 적어요.
요즘 고객은 검색 결과를 하나씩 눌러 보는 대신, AI한테 문장으로 물어요.
"seo 잘하는 국내 B2B 마케팅 에이전시 알려줘" 같은 문장이 새로운 검색어인 셈입니다.
그래서 첫 칸은 고객 여정 단계마다 고객이 AI에게 던질 질문을 촘촘하게 적는 일이에요.
B2B 마케팅 에이전시를 찾는 고객을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 여정 단계 | 고객이 AI에게 묻는 질문 | 우리가 준비할 답 |
|---|---|---|
| 인지 | "B2B 마케팅은 B2C랑 뭐가 달라?" | 개념 정리, 업계 트렌드 해설 |
| 탐색 · 비교 | "seo 잘하는 국내 B2B 마케팅 에이전시 알려줘" | 전문 분야 사례, 비교표, FAQ |
| 결정 | "에이전시 계약 전에 뭘 확인해야 해?" | 견적 기준, 진행 과정, 보고 예시 |
| 사용 · 재계약 | "캠페인 성과를 어떻게 읽어야 해?" | 성과 리포트 가이드, 다음 제안 |
고객이 결정하기까지의 단계를 그리고, 단계마다 망설이는 지점을 질문 문장으로 바꿔 적어 보세요.
이 질문 목록을 들고 다음 칸으로 넘어갑니다.
② 가설: 확신이 없어도 돼요. 책임질 자신만 있으면요.
마케팅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지금 이 브랜드의 문제는 이것일 것”이라고 가설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엘리펀트 세미나 인터뷰
가설이 흐리면 실패해도 뭐가 틀렸는지 알 수가 없어요.
책임질 사람도 없고요. ㅠㅠ
그리고 이 칸을 AI한테 넘기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AI는 틀린 방향의 일도 시킨 대로 끝까지 만들어냅니다.
폴인 인터뷰
끝까지, 아주 성실하게요. 🤣
그래서 폴인 인터뷰에서는 AI에 넘기면 안 되는 3가지를 이렇게 꼽았습니다.
❶ 핵심 문제 고르기
❷ 성공 지표 정하기
❸ 사람의 감정 읽기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캠페인이 브랜드 인식을 바꾸려는 건지, 조회수만 볼 건지, 매출만 볼건지 부터 정해야 해요.
폴인 인터뷰
자료 취합, 시장 조사, 초안은 AI가 저보다 훨씬 잘합니다.
근데 '이번에 뭘 풀 건지'는 제가 정해야 하더라고요.
③ 브리프: 대화를 길게 하는 대신 브리프를 길게 써요.
AI 결과물이 별로일 때, 보통 이렇게 하잖아요.
"좀 더 예쁘게", "조금 더 임팩트 있게"...
이렇게 대화가 길어질수록 결과물은 오히려 부실해집니다.
맥락은 흔들리고, 토큰은 낭비되고, 퀄리티는 떨어지고요.
그래서 저는 수정 요청을 반복하는 대신 브리프를 한 장 써서 처음부터 다시 줘요.
제가 쓰는 브리프는 여섯 칸입니다. 그대로 복사해서 쓰셔도 돼요.

브리프 없는 반복 = 토큰 낭비와 퀄리티 저하의 원인. 왼쪽은 오길비 DO 브리프 양식 예시예요
📋 복사해서 쓰는 브리프 6칸
[목표]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드는지 (완성할 것 한 문장)
[대상] 누구에게 닿을지, 영향을 주고 싶은 사람을 구체적으로
[행동] 읽은 사람이 무엇을 하게 할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지
[맥락·자료] 기존 문제, 참고할 파일과 링크
[제약] 하지 말 것과 지킬 것 (톤, 분량, 디자인, 출처 규칙)
[성공 기준] 완료 전 확인할 기준과 성공 지표
일주일 걸리던 일이 AI 덕분에 하루로 줄었다면, 아낀 시간은 브리프 쓰는 데 쓰는 게 맞더라고요.
(브리프 쓰는 게 귀찮아서 브리프 쓰는 AI도 만들었습니다...)
두루뭉술한 "이거 해주세요"를 받으면 빠진 정보부터 되물어 주는 '업무 브리프 메이커' 스킬
④ 실행: 넘기기 전에 '혼자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먼저 적어요.
드디어 AI 칸입니다.
근데 여기서도 바로 딸깍 누르진 않아요.
버튼을 누르기 전에 '혼자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단계별로 써봐요.
폴인 인터뷰
리서치 → 카피 → 디자인 → 검증, 이런 식으로 단계를 적고 나면, 어느 단계를 AI한테 넘길지가 보입니다.
저는 단계마다 에이전트를 따로 두고 서로 감시하게 해요.
리서치 담당, 카피 담당, 디자인 담당, 검증 담당이요.
각자 목표가 뚜렷한 에이전트끼리 서로를 감시하게 하니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에서 출발한 설득력 있는 결과물이 나와요.
폴인 인터뷰
그리고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결과물을 직접 보고 내립니다.
발행 버튼은 제가 누르고요. (여기까지 AI한테 주면 사고 나요 🙃)

질문·가설·브리프가 먼저 서 있으면 실행은 이렇게까지 넘길 수 있어요. CRM부터 영상 편집까지 7가지 사례
⑤ 회고: 숫자 말고 가설을 채점해요.
회고는 성과 숫자를 보고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② 가설 칸에서 세운 전제가 맞았는지, 틀렸다면 뭐가 틀렸는지를 매기는 자리예요.
실행 주기가 짧아진 만큼 주간 단위로 성과를 보되, 숫자만 보고하지 말고 가설과 학습 내용을 함께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엘리펀트 세미나 인터뷰

성과보고서 말고 결과보고서. 숫자가 아니라 가설을 채점하는 회고 네 가지
그리고 AI랑 일할 때 회고에서 꼭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AI가 준 원본이랑 내가 고친 걸 나란히 놓고 비교시키기예요.
CMS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더라고요.
보통은 AI가 준 거를 고치면 그 고친 것만 쓰고 이제 끝이 나는데 고친 거를 꼭 다시 AI에게 학습을 시켜야 돼요.
CMS 2026 발표
요청은 이렇게 하면 됩니다.
네가 만든 거랑 내가 고친 거 두 개 비교해서 스킬화 해달라고 하면은 다음 작업 때 저희의 취향을 잘 반영해 줍니다.
CMS 2026 발표
이렇게 쌓인 스킬이 다음 루프의 출발점이 돼요.
이렇게 스킬을 저장해 두면 대여섯 번 오가던 작업이 다음엔 한 번에 끝나고 결과물 퀄리티도 한 단계 올라가요.
폴인 인터뷰
(삶의 질이 바뀝니다!!)
🏢 근데 회사에선 이게 왜 잘 안 될까요?
여기까지는 혼자 일할 때 얘기예요.
저처럼 1인으로 일하면 KPI가 하나라서, 루프를 통째로 AI 에이전트한테 맡겨도 꽤 굴러갑니다.
회사는 달라요.
같은 콘텐츠를 두고도 브랜드 팀장님은 톤앤매너를, 콘텐츠 담당자는 저장률을, 경영진은 매출 전환을 봅니다.
성공 기준이 셋이면, AI한테 "알아서 잘 해줘"를 할 수가 없죠.
CMS 발표 자료에 이렇게 적었어요.
단일 KPI 합의 불가 → 자동화 시작 자체가 불가
CMS 2026 발표
그래서 큰 조직에는 자율 운영 대신 루틴화를 권합니다.
조사, 초안, 점검, 정리처럼 반복되는 일을 AI 루틴으로 만들고, 합의와 최종 승인, 취향 판단은 사람이 하는 거예요.
AI 도입보다 KPI 합의와 프로세스 명문화가 먼저
CMS 2026 발표
AX 전환에서 가장 큰 병목은 기술보다 문서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엘리펀트 세미나 인터뷰
캠페인 기획부터 종료까지 단계가 담당자 머릿속에만 있으면, AI한테 맡길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리소스를 이렇게 나눠 보시라고 합니다. 학습 데이터 마련 90%, AI 자동화 구축 10%.

기록 없는 AI는 단순 자동화. 오른쪽은 마케팅·세일즈·CS 데이터가 한곳으로 모이는 구조예요
조직마다 AI를 어디까지 열어 줬는지는 회사의 AI 도입 4단계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같이 보셔도 좋아요.
마지막으로, 세미나 장표에 적은 한 줄입니다.
예전 팀장은 팀원을 잘 매니징하는 사람, 미래의 팀장은 팀원과 AI를 적절히 배치하고 시너지를 내는 사람
엘리펀트 마케팅 세미나

자동화마다 책임자, AI 처리와 사람 승인 구분, 사람에게 넘어가는 경로, 비용 너머의 지표
✍️ 여러분도 해보고 싶다고요? 올해 프로젝트 하나를 거꾸로 적어 보세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어요.
올해 했던 프로젝트 하나를 골라서, 끝(D-Day)에서부터 거꾸로 적어 보는 게 첫 단계입니다.

커뮤니티 행사 준비를 D-Day에서 거꾸로 적은 종이. 악필은 못 본 척해 주세요 🙏
❶ 역 일정 적기: 단계별 업무, 기간, 쓰는 솔루션, 필요한 데이터
❷ 다섯 칸에 배정: 각 업무를 질문·가설·브리프·실행·회고 중 한 칸에
❸ 빈 칸·중복 칸 찾기: 여럿이 반복하는 일, 필요한데 아무도 안 맡은 칸
❹ 담당자·데드라인 정하기: 칸마다 누가, 언제까지
❺ 기록 위치 정하기: 결과가 쌓일 곳과 도구를 연결
표로 만들면 이렇게 됩니다. 예시는 신규 서비스 GEO 콘텐츠 캠페인이에요.
| 순서 | 할 일 | 담당자 | 데드라인 | AI / 사람 |
|---|---|---|---|---|
| ① 질문 | 단계별 고객 질문 수집 | 콘텐츠 마케터, CS | D-30 | AI 수집, 사람 선별 |
| ② 가설 | 풀 문제와 가설 한 문장 | 팀장 | D-25 | 사람 |
| ③ 브리프 | 목표·맥락·지표 정리 | 콘텐츠 마케터 | D-21 | 사람 (AI 초안) |
| ④ 실행 | FAQ·비교표·사례 제작 | AI + 검수자 | D-7 | AI (발행은 사람 승인) |
| ⑤ 회고 | 가설 채점, AI 인용 확인 | 팀 전체 | D+14 | 사람 |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보고' 할지가 한 장에 보이면, 그게 조직의 첫 기록입니다.
AI한테 뭘 넘길지는 이 표를 그리고 나면 저절로 보이더라고요.
같은 방식을 커머스 업무 전체에 적용하면 이렇게 나뉩니다.

업무를 잘게 나눌수록 사람과 AI의 몫이 선명해져요. 완성도의 결정은 여전히 사람
다음 달에도 새 AI 툴은 또 나올 거예요.
그래도 질문하고, 가설 세우고, 브리프 쓰고, 회고하는 일은 그대로 사람 몫입니다.
기술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 원문으로 더 읽기
· 폴인 아티클: 15년차 마케터, AI로 독립한 비결 "진짜 생산성 챙기려면" (제작 지원: 젠스파크AI)
· 엘리펀트 인터뷰: 마케팅 세미나 연사 인터뷰, 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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