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복상 펠로우 모임의 주인공은 박종운 변호사입니다. 그는 법률가라는 전문성을 이웃을 위한 도구로 삼아 하나님나라를 추구하는 삶의 길을 모색해왔습니다. 법률 영역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차법) 제정의 주역으로,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성서한국과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등을 통해 한국교회 사회선교 현장을 섬겼고, 복음과상황에서는 편집위원장으로 이사장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사회선교사'이자 '나그네'라 부릅니다. 그동안 <복음과상황>의 지면과 삶의 현장에서 그가 나누었던 꿈과 고민을 정리하여 전해드립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마치셨습니다.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지나고 보니 3년이라는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습니다. 저는 평소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좋은 일을 하면서 월급도 받는 참 좋은 회사"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드리는 일은 그 자체로 말할 수 없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국가 정책적으로 이런 기관이 존재하여 국민의 곁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다시 한번 절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우리가 행복해야 국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법률 서비스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은 대개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응대하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직원들부터가 행복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임기를 마치며 돌아보니, 과연 우리 직원분들이 지난 3년 동안 얼마나 더 행복해졌는가에 대해서는 선뜻 긍정적인 답을 내리기가 어려워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앞으로 변호사로서, 그리고 사회선교사로서 꿈꾸는 '다음 시즌'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제 제 인생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농담처럼 "저 같은 사람도 필요로 하는 곳이 있겠지"라고 말하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변호사 활동의 절반 정도는 경제활동에 충실하고, 나머지 절반은 민사·형사 사건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공익적인 일에 쏟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공단에서의 경험을 자산 삼아, 앞으로도 이웃과 더불어 사명의 길을 가는 '나그네'의 마음으로 걸어가려 합니다.
-법구공TV, <대한법률구조공단 박종운 사무총장 이임 인터뷰> 내용 중

최근 <복음과상황>에 기고한 글에서 ‘공동체를 찾는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함께 공동체를 해보자’라고 하면 왠지 무섭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공동체를 찾아 나선 이유는 명확합니다. 깨어진 세상 속에서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지금, 노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일상을 위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돌봄 공동체의 회복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자 ‘일상 복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는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는 귀한 분들이 많습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딸을 하나님의 축복이자 선물로 여기며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일궈가는 형님 내외분이 계시고요. 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치열하게 살다가 지금은 전남 구례 아이쿱 생협 주택단지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꿈꾸는 선배 부부도 계십니다.
또한, 함석헌·문익환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평화와 생명’을 일구는 홍성 풀무학교 사람들과 마을 공동체,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김철호 목사님을 따라 방문했던 천안 단비교회 식구들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서 보낸 2박 3일간의 시간은 수도원 공동체의 영성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지요.
저는 공동체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내면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크게 세 가지 지점을 주목하려 합니다. 한국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공동체 운동 현장의 정신과 정체성은 무엇인가. 그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겪어온 과정과 구체적인 난관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둔 성과와 한계는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가. 인생을 전부 건 결사체적 공동체부터, 기존 교회 안에서 작게 시작된 신앙 공동체까지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직접 대면하며 기록해 보려 합니다.
-복음과상황 424호, <삶과 신앙을 함께 할 공동체를 찾아서> 중
변호사님은 왜 이렇게까지 세월호 문제에 매달리시나요.
세월호 참사는 명백한 인재입니다.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너는 낙타 등에 모두가 무심히 지푸라기 하나씩을 얹다 보니 결국 낙타가 쓰러졌는데,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지푸라기 하나 얹은 사람한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사실은 너나없이 지푸라기 하나씩 얹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저라고 그 책임에서 무관할까요.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 저는 법률전문가로서 안전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선장과 선원, 화물 고박 업체, 선체 불법 증개축 업체, 평형수 문제, 해경, 해운업체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여객선업체로 하여금 20년 된 중고선박을 들여와서 사용하게 하고, 사용연한을 20년까지 늘려줌으로써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을 규제 완화라는 미명하에 업체 쪽에 떠넘긴 정부를 비롯하여 전체 국가 시스템을 깊이 파고들어 연구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 없이 ‘국가개조’다 ‘해경 해체’다 하면서 정부기관 하나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절대 아닙니다.
이번에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안전 대책을 만들어서 제대로 감시해야 합니다. 몇 년, 아니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규제 완화 소리가 또 나올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하나님께서 제게 주시는 어떤 선명한 역할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Peace-Maker’(화해자·중재자)입니다. 피해자 가족들 내에서, 변협 세월호 특위 내에서, 정부 관계자나 정치권과의 관계에서도 제 자리는 ‘중재자’였습니다. 마음속에 계속 ‘화평케 하는 자’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정치권과의 협상 때도 이 점을 계속 견지하면서 최대치를 이끌어내려 했던 것 같습니다. 진정성 있게 이야기하면 여당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다만, 당의 입장이 있으니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을 뿐입니다.
-복음과상황 286호(2014년 9월호), 대한변협 세월호 대책위 대변인 박종운 변호사
교계에서는 ‘동성애’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고 있지만,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다양한 개념이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성(性)'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성별을 구분하는 첫 번째 기준은 신체적 생식기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양성, 무성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양쪽 생식기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가 꽤 있으며, 통상적으로는 어릴 때 부모의 선택에 의해 하나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 기준은 염색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XX와 XY로 구분되지만, 약간의 변형이 있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세 번째는 ‘젠더’라고 불리는 사회심리학적 구분입니다. 내 신체나 염색체로 보이는 표면적인 모습과 개인의 정신적, 심리적 성별이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남이 보는 나의 성별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도 수술을 통해 생식기를 바꾸는 성전환의 경우 호적 정정이 가능하며,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심리학적인 성을 발현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한쪽으로만 정의하기 어려운 '간성'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성적 지향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를 포함합니다. 아무리 신앙적으로 변화시키려 노력해도 태생적으로 동성애 성향을 유지하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탈동성애 운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선택하거나 변화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성적 지향이 100% 선천적이라거나 혹은 탈동성애가 100% 가능하다는 주장 모두가 반드시 옳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양성, 간성, 동성애자 시민들이 사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며, 그 존재 자체가 사회적 범죄가 될 수도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시민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듯, 저는 양성, 간성, 무성의 사람들도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온전하지 못한 존재로 여겼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오늘날 크게 변화했듯이, 동성애 역시 신앙적으로 ‘죄’라고 여긴다 하여 그것이 사회적인 차별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회법적으로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지만, 동성애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명백한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복음과상황 359호, Q&A로 보는 차별금지법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제정 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00년 사법연수원 후배들의 제안이 시작이었습니다. 2002년부터 장애인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연대의 필요성을 설득했고, 마침내 2003년 4월, 여러 단체가 하나로 뭉친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가 출범했습니다.
제가 법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두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첫째, 장애인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법을 만드는 것. 둘째, 그 과정에서 쌓은 경험으로 향후에도 장애인 관련 입법을 직접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1년 넘게 매주 1~2회씩 장애인 동료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며 조문 하나하나를 직접 다듬었습니다.
2005년 국회에 처음 제출되었지만 오랜 시간 방치되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까지 벌어진 끝에야 논의가 급물살을 탔죠. 그 후에도 정부 부처와의 협상 과정을 비롯해서 여러 정당의 안이 병합되고 조정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장추련 법제위가 결성된 지 4년 만인 2007년 3월 6일 오후 5시 30분, 마침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민주적 절차가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었기에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인권변호사를 꿈꾸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고등학생 시절, 전남 함평지구에서 기독학생연합활동을 하며 면 단위 소재지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교회와 친구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을 만나며 '낮은 곳을 향한다'는 것의 참된 의미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지요. 당시 함석헌, 문익환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하나님 나라와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눈을 떴고,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을 위해 싸우는 인권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습니다.
그 꿈을 안고 1984년 성균관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고, 기독학생회(SCA)와 법대학회 활동을 하면서 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학생운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마르크스와 레닌, 마오쩌둥, 호치민, 체 게바라 등 여러 혁명가의 삶을 접하며 다양한 대안 사상과 이데올로기를 공부했지요. 하지만 유신론자인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신론적 세계관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하며 그 한계 지점에서 많은 고뇌를 하기도 했습니다.
1987년, 건강상의 이유로 학생운동 조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그해 6월 항쟁은 조직의 일원이 아닌 일반 학생의 자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맞이할 수 있었지요. 당시 첨예한 사상 투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운동권을 바라보며, 이제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운동 시대는 지났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반외세·반독재라는 민주화 운동의 방향은 옳았지만, 그 근거를 반드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꿈꾼 세상은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길을 생각한 것인데요. 6월 항쟁이라는 시민혁명을 거쳤다면, 이제는 정치적 민주화를 넘어 우리 삶의 현장인 '생활 속의 민주화'로 더 깊숙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중, 공정선거감시위원단 활동과 인연이 닿아 고향인 함평 지역의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복음과상황 195호 新선택과옹호 차별에 대한 감수성 높여야
박종운 변호사는 이제 '인권변호사'나 '사무총장'이라는 익숙한 직함보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하나님나라 활동가'로 불리기를 원합니다. 변호사 1년 차의 마음으로 법률가로서의 길을 다시 시작하면서도, 그는 삶과 신앙을 함께 할 공동체를 향한 꿈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는 깨어진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곁이 되어 '생존'하고 '복지'를 일궈낼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물음으로 들립니다.
4월 21일(화) 저녁, 박종운 님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동안 법률가로서 사회선교사로서 그가 읽은 책과 세상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시간입니다. 복음과상황을 사랑하는 분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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